높은 파도를 즐기는 멋진 서퍼
바다 속에 존재하는 빙산의 실체, 즉 본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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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말한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빨라졌으면 좋겠다고. 기업은 엘리베이터의 윤활유와 모터를 바꿔 속도를 개선해본다. 하지만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의 불만이 갑자기 잦아든다. 엘리베이터에 달아 놓은 거울 덕분이다. 고객이 100층 높이도 단숨에 오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보다 층을 옮겨가는 동안 느끼는 지루함을 덜어주는 거울에 더 큰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세로 화면으로 시청하는 스마트폰 유저는 “메신저를 편하게 확인하기 위해” 작은 화면의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원하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세로 화면 콘텐츠에 대한 요구다.


소비자는 언뜻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는 듯하지만, 정작 진짜 욕구는 꽁꽁 감춰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로 표현하길 꺼리기도 하고, 또 실제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언메트 니즈(Unmet Needs)’라고 한다. 이노베이터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된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언메트 니즈와 만나야 한다.

 

과감한 책 표지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강렬한 노란색 띠지를 걷어내면 빙산 아래 더 커다란 빙산이 보이고 그 곁에 잠수부가 자리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요. 잠수부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짚어 주셨네요(웃음). 바다 속에 존재하는 빙산의 실체, 즉 본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본질들은 그만큼 커다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책 표지의 잠수부처럼 이노베이터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찾을 수 있어요. 멀리서 바라만 봐서는 숨겨진 기회의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죠. 결국 고객의 진짜 마음, 욕구와 같은 본질은 그것을 밝히고자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수반되어야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잠수부를 그려 넣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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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부처럼 가까이 다가가서 보길!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단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고객의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늘 냉장고 안팎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집 주인인 주부들은 냉장고 보여주기를 꺼려해요. “냉장고 정리를 잘 못해서”라며 손사래를 치죠. 하지만 허락을 받아 냉장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요. 냉장고를 보여주기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그 이유는 주부의 숨겨진 속마음에서 기인합니다. 저는 이것을 ‘좋은 엄마 콤플렉스’라고 명명했습니다.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좋은 엄마로서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데, 냉장고는 주부들의 잠재된 의무감이 무의식적으로 투영된 대상인 셈입니다. 그래서 냉장고 안을 보여주는 게 마치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받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냉장고 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들킬까 걱정하는 거죠.


좋은 엄마 콤플렉스는 한국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발견됩니다. 인도의 가정에서는 설거지나 청소를 하는 서번트(하인)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요리를 하거나 식재료를 만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인도의 가정집 냉장고에는 자물쇠 기능이 있을 정도에요. 인도의 주부들은 청소나 설거지는 서번트에게 맡길지언정 요리는 반드시 본인이 한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도 요리는 좋은 주부로서의 의무감을 표현하는 수단인 셈이죠. 물론, 이런 욕구는 고객들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획자나 이노베이터가 공감의 눈으로 발견해야 하는 영역은 바로 이런 거죠.

 

그렇다면 ‘작고 멋진 발견’을 위해 특별히 하고 있는 습관이나 생활 루틴이 있나요?


책에서도 끊임없이 강조했듯이, 고객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집니다. “왜 저 고객은 저런 말을 했을까?”, “왜 저렇게 행동할까?” 늘 호기심을 가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다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그 원인을 탐침(探針)할 수 있는 사고의 길이 열리죠. 그리고나면 기존의 솔루션에 대해 “왜 그래야만 하지?”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왜 커피숍에서 커피만 팔까?”, “왜 크록스 신발 구멍을 놀리는 거지?”, “왜 스타킹에 발목이 없으면 안 되지?” 이처럼 기존의 당연한 것에 대해서조차 “왜 그렇게 해야만 할까?”라는 도전의 질문을 던지다보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혀 새로운 관점과 해결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세상이 빅데이터로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저자님은 정량화된 데이터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맥락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처럼 연령이나 직업군 같은 1차적인 정보로 소비자의 취향을 판단했다간 큰코다쳐요. 요즘은 같은 50대 안에서도 30대 같은 성향, 70대 같은 성향의 50대가 동시에 존재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사람들의 소비 맥락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어떤 상황에서는 네이버 최저가를 찾아 헤매던 고객도 특정 쇼핑몰에서는 가격 비교조차 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고객은 기업의 예상과 달리 기업이 자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맞출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오히려 어느 정도의 선택권을 가지고 시스템과 협력하길 원하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완벽한 빅데이터”보다는 고객과 “협력하는 코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정량화된 데이터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압축된 데이터로부터 멋진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역량은 고객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배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험 많은 기획자나 마케터라면 현장에서 고객과 충분히 공감하면서 아주 사소한 단서로부터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 활용 역량과 고객 공감 역량은 양손에 쥐어진 창과 방패라고 할 수 있겠죠. 두 개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책 속에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반짝이는 발견 사례들이 자꾸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발견은 무엇이었나요?


정말 많은 사례들을 담았죠(웃음). 그중에서도 하나를 먼저 꼽자면 중국 가정집 거실에서 자주 목격됐던 캐리어, 그러니까 여행가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들르는 집마다 여행가방이 자꾸 눈에 띄었거든요. 중국 상해와 청도 같은 대도시, 30대 여성의 집에서 특히 자주 발견되었고요. 이들은 왜 여행가방을 거실에 보관하고 있을까요? 개혁과 개방 정책 이후 10대, 20대에 해외여행을 처음 경험한 세대인 바링허우(八零後)에게 해외여행과 쇼핑은 늘 동경의 대상입니다. 현실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는 늘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지만, 잠재된 욕망 즉, 언메트니즈(Unmet Needs)가 투영된 대상이 바로 여행 가방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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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자꾸만 시선을 붙잡던 여행가방.

 

 

재미있는 사실은 함께 갔던 중국 현지인들은 거실에 여행가방이 놓여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이때 외부인의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놓치기 쉬운 단서인데, 적극적으로 관찰해 중국 바링허우 세대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행에 대한 잠재된 욕망을 읽을 수 있었죠.

 

또한 책에서 이노베이터들이 갖추어야 할 점들을 두루 짚어주셨는데요.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고객은 자신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욕구를 기업이 발견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제안해줄 때 감동하고 열성 팬으로 거듭납니다. 자칫 기술의 완벽함이 혁신의 전제 조건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와 멋진 경험을 밝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20대 아이폰 사용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감동받았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저에게 자랑한 기능은 홈 화면에 깔린 시계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주 가느다란 초침이 마치 벽시계처럼 떨리는 거에요”라며 흥분했습니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아이폰에 고객이 감동한 것은 사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 못한 기획자의 디테일과 배려였던 거죠. 이렇게 작지만 멋진 발견을 상품으로 구현해 내고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흥분된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파도 앞에 서있는 독자들에게 이 시기를 건너가는 방법을 전해주세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첨단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도 돈을 주고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의 발전 역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할 때 비로소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객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노력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는 무수한 스몰데이터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이노베이터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닐까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높은 파도는 커다란 리스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파도는 바라볼 때보다 그 위에 올라탈 때 훨씬 스릴 있고 흥분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높은 파도를 즐기는 멋진 서퍼가 되시는데  『작고 멋진 발견』  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고 멋진 발견김철수 저 | 더퀘스트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기능적 니즈(Functional Needs)’를 넘어 속에 감춰둔 ‘심리적 욕망(Mental Wants)’까지 들춰낼 수 있는 방법으로 ‘관점 ? 공감 ? 관찰’의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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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