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브금(BGM)’ 마법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블은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적절히 영화 속에 배치해 효과를 배가시키는 '브금(BGM)' 마법을 동원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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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정확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에 히어로들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첫 작품 <아이언 맨> 개봉 이후 마블은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하면서 권력도 10년이면 무너진다는 뜻의 '권불십년'이란 말을 지워버렸다. 할리우드와 영화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가 따로 없다. 화제의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국내 흥행 면에서 기염을 토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블은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적절히 영화 속에 배치해 효과를 배가시키는 '브금(BGM)' 마법을 동원한다. 젊은 세대가 잘 모르는 올드 팝을 들려주거나, 켄드릭 라마와 시저(SZA)를 비롯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우리 품에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마블 히어로들의 영화를 빛내준 팝송 원곡 'Best 10'을 준비했다. 노래는 영화 개봉 순으로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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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디씨(AC/DC) - 'Back in black' (1980)

 

호주를 대표하고 전 세계가 사랑한 이 밴드의 음악은 '아이언 맨'의 스타일을 단번에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했다. <아이언 맨>, <아이언 맨2>의 감독 존 파브로는 그들의 팬이었으며, 헤비메탈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Back in black'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첫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아이언 맨의 첫인상으로 쓰인 노래인 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명곡이기도 하다. 밴드의 보컬이었던 본 스콧(Bon scott)가 전작을 발표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를 기리기 위한 동명의 앨범을 만들었다. 이 곡이 바로 대표적인 수록곡이다. 마이클 잭슨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다. 단순 명쾌한 진행과 강렬한 보컬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밴드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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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Marvin Gaye) - 'Trouble man' (1972)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팔콘은 70년 동안 잠들었다 깨어난 캡틴을 위해 '지금 시대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들'을 말해줬다. 그중 하나가 마빈 게이를 소울의 영웅으로 만든 1971년의 앨범 이후 발매된 음반 이다.

 

당시 흑인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생긴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은 흑인을 위한 영화로, 백인은 주로 악당이며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앨범과 동명의 영화 의 OST에 참여한 마빈 게이는 이미 아티스트의 자립을 실현하고 있었다. 팔콘은 캡틴에게 인권 운동의 중요성과 소울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이 곡을 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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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본(Redbone) - 'Come and get your love' (197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는 진지하게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나 유쾌한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반전하며 'B급 영화'임을 표방한다. 북미 원주민 밴드인 레드본은 블랙 뮤직, 라틴 음악과 컨트리 등 그들의 뿌리와 당시 유행하던 미국 음악을 녹여낸 곡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Come and get your love'가 대표곡이자 히트곡이다.

 

도입부에 윙윙거리는 전기 시타르를 사용한 노래에는 흥겨움이 담겨있다. 전기 시타르 소리는 제네시스의 'I know what I like (In your wardrobe)', 스틸리 댄 'Do it again'을 비롯해 퓨전 혹은 록 밴드에서 주로 사용된다. 또 이 곡은 긴 버전과 짧은 버전이 있다. 1973년 에 수록된 버전은 약 5분, 1974년 싱글로 발매된 버전은 3분 30초가 넘지 않는다 (후자가 '가오갤'에 삽입된 것과 동일하다). 이제 영화에 나왔던 노래를 찾다가 도입부가 다른, 긴 곡이 나오더라도 끄지 말고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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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The Cure) - 'Plainsong' (1989)

 

유머 감각을 갖춘 가장 작은 히어로, '앤트맨'은 악당 옐로재킷과 가방 안에서 싸우는 도중 아이폰 홈버튼을 눌러버린다. “산산조각 내버리겠다!”라고 말하며 날아가는 앤트맨의 말을 인식한 인공지능 시리는 '산산조각'이라는 뜻의 앨범 의 첫 곡, 'Plainsong'을 재생한다. 이렇듯 웅장한 큐어의 음악은 작은 개미들의 가방 속 전투 신을 진지함과 코믹함을 갖춘 장면으로 만들었다.

 

흔히 고딕 록으로 기억되는 이 밴드가 처음부터 이런 음악을 한건 아니다. 초창기에는 실험적인 펑크(punk)의 기운을 담은 포스트 펑크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선명한 선율을 들려줬다. 이것은 나중에 영국 날씨처럼 어두운 로버트 스미스의 보컬과 진한 화장이 상징인 1980년대 초의 음악으로 뻗어 나간다. 서정적인 기타 리프, 죽음과 비를 담아낸 가사가 공존하는 이 곡은 밴드가 걸어온 길을 모아놓은 성공작이다. 이후에는 팝 멜로디가 인상적인 'Friday I'm in love'가 수록된 로 인기와 음악성을 모두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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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 'Interstellar overdrive' (1967)

 

뛰어난 외과 의사였던 닥터 스트레인지. 그런 그가 핑크 플로이드의 'Interstellar overdrive'가 배경으로 깔리는 운전 신에서 사고가 난 뒤에는 마법사 수련을 받게 된다. 이 곡에는 영국의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였고 사이키델릭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초기 멤버, 시드 바렛의 색깔이 담겨있다.

 

데뷔 앨범 에 수록된 음악은 무려 9분 41초의 길이를 자랑한다. 긴 시간동안 몽환적이고, 우주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은 기타 연주가 이어진다. 기묘한 매력을 인정받은 이 곡은 밴드의 라이브 세트 리스트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듣고 있으면 환각을 일으키는(?) 명곡으로도 남아있다. 시드 바렛의 광기가 웅장하게 펼쳐지는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곡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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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 'Mr. Blue sky' (1977)

 

마블이 이미 존재하는 팝송을 가장 탁월하게 사용하는 영화가 '가오갤 시리즈'다. 이 곡은 '가오갤2'에서 동료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건만 베이비 그루트는 태평하게 춤을 출 때 등장하는 음악이다. 아기 나무도 좋아하는 흥겨운 노래는 영국의 록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O)의 앨범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에 수록되어 있다.

 

리드 싱어인 제프 린(Jeff Lynne)은 알프스에서 흐린 하늘이 맑아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곡을 썼다. 1978년에 영국 싱글 차트 6위를 차지한 'Mr. Blue sky'는 이후 보코더의 사용을 넓히는 일에도 기여했다. 클래식과 록, 과거 비틀스 스타일과 현재의 다프트 펑크가 공존하는 음악. 한 뮤지션의 번뜩이는 생각이 이렇게나 화려한 집합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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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즈(Ramones) - 'Blitzkrieg bop' (1976)

 

'Hey ho, let's go!'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영화 속에서 쉬지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의로운 스파이더맨(피터 파커)의 주제곡이다. 따라 부르기 쉽고, 어려운 음악적 요소들은 빼버린 'Blitzkrieg bop'은 순수한 매력을 지닌 어린 히어로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미국의 펑크(punk) 록 밴드 라몬즈는 멤버들의 성이 모두 '라몬'이다. 그래서 그룹 이름이 라몬즈고, 단순한 작명만큼이나 명쾌한 음악으로 많은 이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실제로 이 곡이 수록된 데뷔 앨범 에는 빠르고 길이가 짧은 노래들이 들어있다. 그들은 뉴욕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던 영국의 분노한 젊은이들을 대변한 섹스 피스톨즈와 클래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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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Led Zeppelin) - 'Immigrant song' (1970)

 

토르의 전투 신을 박진감 넘치게 해준 주인공, 'Immigrant song'은 레드 제플린의 하드 록을 만끽할 수 있는 명곡이다. 영화를 본 뒤 노래를 찾아본 관람객들이 1970년에 발매된 곡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가사를 보면 오딘의 궁전인 발할라(Valhalla), 신들의 망치, 얼음과 눈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이킹 시대와 북유럽 신화를 주제로 한 '바이킹 메탈'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북유럽 출신 바이킹 메탈 밴드 중에 묠니르(Mj?lner, 토르의 망치 이름)라는 팀이 있을 정도. 바이킹은 록 밴드에게 강렬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셈이다. 무엇보다 북유럽 신화 속 천둥의 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이 곡의 만남은 마블이 음악을 허투루 삽입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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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 'Pray for me' (2018)

 

블랙 팬서(트찰라) 일행이 찾아간 비브라늄 거래 장소가 '부산'이었기에 영화에서는 한국을 자주 언급한다. 반가운 요소들이 많았던 <블랙 팬서>는 다른 히어로 무비와 다르게 오리지널 송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엔딩에서 깊은 인상을 준 'All the stars'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켄드릭 라마가 블랙 뮤직 아티스트를 한데 모은, 영화를 위한 선물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Pray for me'는 카지노에서 율리시스 클로를 탐색하는 장면을 소위 '힙'한 느낌으로 분위기를 전환해버린 노래다. 묵직한 비트에 얹은 위켄드의 매력적인 보컬과 켄드릭 라마의 자유로운 래핑. 이 조합만으로도 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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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너스(The Spinners) - 'The rubberband man' (1976)

 

올드 팝 마니아, 스타로드(피터 퀼)가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옛 팝송이 흘러나온다. 영화에 등장한 음악 중 가장 활기찬 곡이기도 하다. 노래를 부른 스피너스는 이 곡과 'It's a shame', 'I'll be around' 외에도 다수의 명곡이 존재하는 미국의 보컬 그룹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The rubberband man'은 광활한 우주를 비행하는 스타로드 일행과도 잘 어울린다.

 

스피너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보컬, 풍성한 코러스와 둥둥거리는 소리가 리듬감을 형성해 몸을 들썩이게 한다. 여기서 감칠맛 나는 '둥둥' 소리를 더해준 악기의 정체는 키보드의 한 종류인 클라비넷(clavinet)이다.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에서 들리는 까끌까끌한 건반 사운드나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가 라이브에서 'Nutrocker'를 연주할 때 클라비넷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듣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은 마블 영화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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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