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영, 박산호 “번역가가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자질은”
사실 번역가의 일상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와 끊임없이 씨름하는 삶입니다. 이보다 무미건조한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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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산호 번역가

 

 

한국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의 비율은 눈에 띄게 막대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은 책들이 한국 시장에 발 빠르게 출간되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저마다 ‘믿고 보는 번역가’가 있을 만큼 열렬한 팬을 거느린 이들도 여럿이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은 제목처럼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온갖 주제를 다룬다. 책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노승영 선생님은 걸출한 과학책을, 박산호 선생님은 환상적인 스릴러 소설을 주로 번역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각기 다른 분야인데 책이 나오기 전에도 서로 알고 지내셨나요?

 

노승영 : 박산호 씨는 동료 번역가 이전에 동네 친구입니다. 일산에 번역가들이 많이 살아서 종종 만나 수다를 떨거든요. 이 책은 북클럽 오리진이라는 온라인 매체에 실은 글을 엮은 것인데, 처음에는 저 혼자 쓰다가 박산호 씨도 함께하면 좋겠다 싶어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처음부터 출판 번역을 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주로 번역하시는 분야가 있지만 그 또한 스스로 이 분야만 번역하겠다고 선택하신 건 아닐 테고요.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시게 되었나요?

 

노승영 : 기술번역으로 시작했다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주헌의 번역길라잡이 수업을 듣고 나서 출판번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번역가인데요, 우연히 과학책을 많이 번역하게 되어서 이따금 과학책 번역가로 행세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중과학 분야는 지적 자극과 인간 ? 사회에 대한 통찰을 주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저도 즐겁습니다.

 

박산호 :  영상번역, 문서번역, 출판번역 순으로 거쳐왔습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테스트에 합격해서 무덤으로 향하다』 라는 책을 번역했는데, 제가 전부터 스릴러 소설의 열렬한 팬이라 작업을 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스릴러 소설과 긴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생계형 번역가’라는 표현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번역을 업(業)으로 삼아 살아오시면서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번역가로서 가장 큰 괴로움은 무언가요?

 

노승영 : 사실 번역가의 일상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와 끊임없이 씨름하는 삶입니다. 이보다 무미건조한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죠. 그래서 글이 안 풀리면 딴짓을 하기 쉽습니다. SNS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게 되는데, 저는 아예 작업실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공유기를 설정해뒀습니다. 안 그러면 SNS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박산호 : 저에게 가장 큰 괴로움은 번역료가 제때 지급되지 않을 때입니다. 생활을 영위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면 번역가로서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노승영 : 제가 번역한 책의 증정본을 받을 때입니다. 몇 달 동안 고생한 결실이 손에 들어오면 뿌듯합니다. 나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힌 그 책을 이제야 홀가분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군,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음에 드는 책이 제 번역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저도 덩달아 기쁩니다. 그러면 더 열심히 꼼꼼히 번역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지요.

 

박산호 : 저도 제가 번역한 소설이 한국 소설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독자들의 서평을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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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영 번역가

 

 

좋은 번역이란 어떤 번역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노승영 :  번역에는 정답이 없지만 번역가는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번역가가 열과 성을 다해 번역한 책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훌륭합니다. 저는 친숙한 번역과 낯선 번역 둘 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번역이면 더 좋겠죠. 번역은 한국어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입니다. 번역가들은 본의 아니게 한국어의 발전이라는 소명을 떠안고 있는 셈이죠. 그 소명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산호 : 제가 생각하는 좋은 번역은 일단 독자가 읽고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는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이 단순히 쉽거나 짧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길고 복잡하더라도 나름의 리듬과 논리와 아름다움을 재현할 수 있다면 독자는 아무리 길고 어려운 문장이라도 즐겁게 읽게 됩니다. 번역가는 그런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원서를 완벽에 가깝게 이해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번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담겨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번역가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작업실 연대기』 를 보면 박산호 선생님은 작업실 만기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셨는데요. 그 뒤로 어떻게 되셨나요? 또한 노승영 선생님의 작업실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박산호 : 그 뒤로 작업실을 없애고 다시 집에서 일을 했습니다. 답답하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면 집 근처 카페에 나갔는데 올 여름은 너무 덥고 제가 일하는 서재에 에어컨을 달 수 없어서 독서실을 한 달 치 끊어서 작업을 했어요. 의외로 괜찮더군요. 앞으로 집중이 안 될 때는 가끔 이용해볼 생각입니다. 요즘도 독서실과 집의 서재를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노승영 : 저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작업실을 마련했는데요, 애들 등교할 때 함께 출근했다가 저녁 때 퇴근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곳은 저의 작업실이자 서재이자 방입니다. 옷을 제외한 저의 물건은 거의 전부 이곳에 있거든요. 고양이 두 마리도 작업실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동네도 맘에 들고 작업실도 맘에 들어서 앞으로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것 같습니다.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도 이 책을 많이 볼 것 같은데요. 번역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산호 : 번역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엉덩이로 버틸 수 있는가’입니다. 번역가란 아주 성실하게 일해서 정기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아무리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기본적으로 성실해야 합니다. 엉덩이가 가벼운 분들에게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승영 : 저는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마감을 지킬 것, 강한 ‘멘탈’을 가질 것, 언어학자가 될 것.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박산호, 노승영 저 | 세종서적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온갖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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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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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미경

2018.09.21

인터뷰 읽으면서... 번역가가 되어 보고 싶다,,, 라는 꿈을 잠시 가져봅니다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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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2018.08.27

십 수년 전 영상 번역가 일을 잠깐했었고, 한겨레문화센터 강주헌 선생님 수업도 들었습니다. 샘플번역 테스트에도 합격했는데 이미 그 책이 시중에 나와있어서 취업은 유야무야되고 말았죠. 지금도 번역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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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