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기도 특별하기도 한 다섯째 생쥐 ‘오찍이’의 생일 파티를 그린 『오찍이』 가 출간됐다. 주인공 ‘오찍이’는 형제들 중 가운데 끼어 있어 늘 주목 받지 못하고 양보해야 하는 상황. 생일 파티 만큼은 진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특별한 초대장을 만든다. 하지만 오찍이가 바라던 선물은 받지 못하고, 과연 오찍이는 행복한 생일 파티를 마칠 수 있을까?
『오찍이』 는 정은정(글), 김윤정(그림) 작가의 작품. 두 아들을 키우며 이야기 짓기에 몰두 중인 정은정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오찍이』 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잠깐, 자카르타에 몇 년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곳 친구들은 생일 파티를 정말 중요시 생각하고 엄청 으리으리하게 했어요. 큰아들 승욱이는 늘 초대 손님으로 갔었는데 그때마다 부러워하며 자신이 꿈꾸는 생일파티를 하고 싶어했답니다. 멋진 주인공이 되어 짜잔! 근사하고 화려하게요. 네 살 터울 어린 동생에, 항상 바빴던 저는 그렇게 거한 생일파티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한 번도 걸맞게 해 주지 못했어요. 오찍이처럼 가족끼리, 친한 친구 몇몇 초대로 끝났거든요. 그때 미안함이 이 책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180매 가량의 저학년 창작 동화로 쓴 걸 파란 자전거에 보여 드렸는데,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뚝뚝 문장을 떼어내고 그림책 원고로 다시 고쳐 썼지요.
두 아들(승욱, 승주)가 이 그림책을 보았나요? 어떤 소감을 말해줬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시작된 이야기의 중간중간 그리고 다 쓴 후 아이들에게 수시로 읽혀 봐요. ‘재미 없어’ 혹은 ‘웃기다’ ‘괜찮네’ 이런 말들도 사실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승욱이는 오찍이가 길게 쓴 동화였을 때부터 봤었는데 자신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였던 ‘생일’이 소재여서 그랬는지 재미나게 읽었어요. 오찍이 이름 지을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승주는 다 읽고 나서 책상에 ‘한승주 생일 초대장’을 떡 하니 써서 올려 놓았더라고요.
제가 피식 웃은 포인트는 “어이쿠! 미안해라. 일찍이냐? 아니 가만 끝찍인가”입니다. 글을 쓸 때,어떤 느낌을 살리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때, 막 화나고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가득 인데도 어른들은 너무 태연한 거예요. 어른 입장에서는 별 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두 관점을 멀찍이서 보면 어쩔 때는 피식 웃음이 날 수도, 큭큭 속으로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은 장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또 다른 입장에서는 소소한 상황적 재미를 주려고 했어요.
그림작가님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아이의 심리를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힘드셨을 것 같아요. 유쾌한 만화 풍의 그림으로 잘 풀어 주셨어요. 늘 그렇듯 글 작가가 딱 생각했던 이미지가 완벽하게 재현되지는 못해요.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이야기를 채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일파티 초대장에 써 있는 글이 너무 귀엽습니다. “선물 없으면 입장 불가”, 이 문장도 작가님이 다 써주신 거겠죠?
네. 일일이 다 써 드렸어요. 이야기에 꼭 필요한 포인트거든요. 사실, 아이들이 생일을 기다리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게 ‘선물’이잖아요.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는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그 이면에는 걱정이 있어요. 자기가 원하는 선물이 아니어서 실망을 하게 될까 하고요. 또 선물을 못 받게 되면 절망에 가깝지요. 초대장은 큰아들 승욱이가 실제로 자기 일기장에 썼던 걸 흘끔 보고 힌트를 얻었답니다.
오찍이는 두꺼운 책 선물은 싫다고 했는데요. 작가님도 혹시 책 선물은 싫으신가요? 올해 어떤 선물을 받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웃음)
앗! 올해 제 생일 선물은 ‘정성껏 그리고 깜찍하게 쓴 카드’였어요. 아이들이 만든 입체 카드였는데 장난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열고 여니 뭐가 툭 튀어나오고 옆에는 쿠폰도 붙어 있었거든요. 전 요즘 받고 싶은 선물은 ‘나한테만 쓰는 시간’ 선물이에요. 아마 바쁜 엄마 아빠들 모두 공감하실 걸요.
정성으로 쓴 편지는 어른들만 좋아하는 걸까요? 어른들도 사실 안 좋아하는 걸까요?
정성으로 쓴 편지랑 뭐가 함께 온다면 더 기뻐하지 않을까요? 선물만 있고 편지가 없어도 무지 서운하긴 하지만요. 역시 선물과 편지는 함께 여야 받는 사람의 기쁨이 배가 되나 봐요!
『오찍이』 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 같습니다. 어떤 분들이 특히 이 그림책을 보면 좋을까요?
네, 맞아요. 이 책의 오찍이는 형제 자매가 많아 어정쩡했어요. 이래저래 치이고 대우도 못 받고. 우리 주변의 오찍이들은 곳곳에 있어요.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또 어떤 단체에서도요. 공부 잘하고 힘 세고 기가 센 아이들에게 치이고, 약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밀리는 어린이들. 웃어른과 어린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많은 어정쩡한 어른들에게! 오찍이처럼 용기를 내 스스로 발칙한 ‘나만의 초대장’을 만들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만들고 계신데요. 엄마가 된 후로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각 생각 등이 조금 달라졌을까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감으로 책을 만들고 내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전하고 이루고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나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으면서도요. 그 과정 속에 들어가 공감하고 다독이고 이야기하는 하는 소통의 일환으로 그림책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어린이책을 기획하고 집필하고 계신데요. 좋은 어린이책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완성도 높고 이야기 틀이 잘 짜여 있고 우수한 문학성을 가진 책.’ 이게 다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씨앗’이 되어 탁 하고 어느 한구석에 남는 거예요. 그 씨앗은 또 다른 창작으로, 혹은 따뜻한 위로와 공감으로, 생각의 전환으로, 아니면 그냥 재미 있는 감정으로 이어지는 거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 기억이 나는 그런 책이요.
앞으로 어떤 그림책, 어떤 어린이책을 만들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말랑말랑하고 재미나고 신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이야기를 탁 덮고, ‘나도 써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책 주인공 말이야, 걔는 어떻게 됐을까?’ 자꾸 책 속 뒷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만만하고 친해지고 싶은 그런 그림책, 어린이 책을 쓰고,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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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찍이정은정 글/김윤정 그림 | 파란자전거
늘 양보하고 뒷전인 주인공 오찍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동생과 형,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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