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형식의 소설은 처음이에요.” “정말로 아테네와 터키에 함께 있는 것 같았어요. 너무 생생해요.” “여행지에 대한 묘사와 사랑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니까 정말 다채로워요.” “이번엔 음악을 재생하며 한 번 더 읽어보려고요.” - 독자 인터뷰 중 (실제 책 뒷 표지에는 10대, 20대, 30대, 40대 독자의 서평을 담았다)
'여행장면소설'이라는 장르로 처음 소개되는 책 『아테네 1, 2권』 (에노스, 2018)을 읽은 독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그들은 이 책의 어떤 부분이 기존의 소설과 다르다고 느꼈고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눈을 반짝이는 걸까. 첫 책으로 여행장면소설이라는 장르를 소개한 최혜지 작가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여행장면소설이 뭔가요?
쉽게 설명하자면 여행 에세이에 소설이 결합된 형식이에요.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저자 한 명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책은 소설 안에 설정된 캐릭터가 대화를 통해 장면을 묘사해요. 훨씬 더 생동감이 있는 묘사가 가능하죠.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여행 중에 서로 싸울 수도 있고, 사랑을 할 수도 있죠. 여행지를 설명하며 정보를 얻는 방식이 아닌, 독자를 직접 여행지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경험의 방식이에요. 직접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독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하길 바라요. 책을 다 읽은 순간, 우리의 여행이 끝난 기분이 들 정도로. 이런 장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여행장면소설'이라는 말을 지어냈어요. (웃음)
실제로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 경험을 하셨나 봐요. 생생하다고 하는 표현들이 많던데 글을 쓰기 위해 직접 여행을 하신 건가요?
맞아요. 실제로 2월에 그리스 아테네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어요. 소설의 모든 시간과 장소의 흐름이 제가 움직인 동선 그대로예요. 제가 보고, 만지고, 느낀 것 그대로를 썼어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쓰이지 못했을 글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생생하게 쓰기 위해서 직접 가봤어야 했고, 가장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저를 모티프로 한 ‘세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일부러 주인공 이름도, 제 이름과 최대한 비슷한 발음이 나는 이름 중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지었어요. 지인들한테 여주인공 이름은 “세지”라고 말했더니 다들 빵 터지더라고요.
책의 주요 흐름이 사랑의 감정이잖아요? 그럼 이것도 실제로 경험하신 일인가요? ‘한영’을 실제로 만나신 것인지 궁금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설이에요. 제가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을 읽고 ‘이런 섬세한 감정이 소설일 리 없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아요. 저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소설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작가 본인의 경험이거나 누군가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 책에는 감정이 많이 절제되어있는 편인데 저는 이 글을 쓰며 세지 대신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싶어요.
새로운 장르여서도 그렇지만, 책의 형식이 독특해요. 소설 속에 14컷의 삽화와 7곡의 음악이 담겨있어요. 의도하신 바가 있겠죠?
우선,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제가 쓰는 첫 책에는 그림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본래 계획했던 책이 여행 드로잉 에세이였던 이유도 있었고요. 여행 에세이에는 사진이 들어가잖아요? 글만 있으면 조금 뻑뻑하고. 사진이든 그림이든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마 제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으면 작가분을 섭외해서라도 사진 대신 그림을 넣었을 것 같아요. 사진은 설명적이잖아요, 첫 질문에 말씀드린 대로 독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하길 바래요. 아테네를 갔다고 해서 꼭 아테네를 여행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여행지를 다녀오면 꼭 그곳의 장면 그대로를 맞추려고 해요. 아테네의 제우스 신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본 아테네의 제우스 신전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은 사진보다 비유적이라 좋아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고, 정답이 아니니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고요. 제가 선생님을 오래 해서 그런지 좀 꼰대 기질이 있어요. 뭔가 자꾸 권해요… (웃음) 사람들 피곤하게.
그리고 음악은 정말 너무 아름다운 예술이에요. 신기하게도 향기나 음악은 기억을 기록하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과 향기로 기억되는 장소나 감정들이 있어요. 시각적인 것보다 더 깊은 곳에 저장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꼭 넣고 싶었어요. 제 소설의 주요 감성을 만들어가는 향기와 음악이 있어요. 저는 이것이 잘 표현된 것 같아 스스로 굉장히 칭찬하는 중이에요.
왜 하필 소설의 배경으로 아테네를 선택하셨나요?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는 제가 아테네를 여행하고 싶어서… (웃음) 저는 조금 우발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라, 거의 티켓팅을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에 해요. 그리고 그 순간에 상상을 해요. 어떤 걸 원하는지 태그를 연결하는 것처럼 단어를 떠올리죠. 아테네를 가기 전에 떠올렸던 단어는 ‘무조건 따뜻한 햇살’ ‘바다’ ‘섬’ ‘배낭’ ‘고전’ 같은 것들이었어요. 이렇게 떠오른 단어에, 날짜가 맞는 저렴한 티켓까지 있다면 저는 그 도시와 제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2월에는 그곳이 아테네였어요.
앞으로도 계속 '여행장면소설'로 집필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신가요?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어요. '여행장면소설'과 '일상장면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아테네의 다음 편이 될지, 그 다음의 다음 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구상 중인 소설의 가제가 ‘크로아티아 - 엄마의 인생 편’이에요. 55세에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는 엄마와 배낭을 사러 가는 것에서부터 여행이 시작돼요. 이 소설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저는 실제로 엄마와 여행을 떠나겠죠. 저는 20대의 중요한 순간을 혼자 여행하는 시간으로 보냈어요. 제가 20대 때 얻은 재산은, 낯선 곳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방법과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여행과 일상에 대한 소설을 쓸 것 같아요. 그것이 저의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저자로서, 이 책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솔직한 책이요. 가까운 친구가 꾸밈없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소설책. 그래서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진심이 통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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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최혜지 저 | 에노스(Enosh)
그 순간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묘사하고, 글이 한 호흡으로 읽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작가의 말대로 이 두 권의 장편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읽힌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