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특집] 퇴사 이후의 시간 - 에디터 안미영
퇴사는 마침표가 아니다.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꽤나 열정적인 이행기다. 정답 없는 퇴사 이야기들도 갈 길은 결국 일과 삶의 균형이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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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미영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자

 

 

개인적으로 세 번 째 퇴사를 하고 책을 썼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잡지사를 그만둔 뒤 지금은 회사를 다니진 않지만 와인 매체와 문화 쪽 매체에 글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엔 런던으로 취재 여행을 다녀와 여행서를 썼는데 『트립풀 런던』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는 10명의 퇴사자들을 만나 기록한 이야기 입니다. 공통점은 퇴사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인데요. 인터뷰이들을 찾는 과정에서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책의 부제가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인데, 다양한 퇴사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에 직업과 퇴사사유, 그리고 퇴사 이후의 시간을 다채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인터뷰이들을 섭외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이죠. 또 여성들만 인터뷰한다면 퇴사 이야기들을 ‘일과 여성’이라는 큰 범주에서 엮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한 사람의 ‘일하는 여성’인 저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요.

 

자연스레 우리 사회의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어떤 인상들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퇴사 후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젊은 여성’이란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는 인터뷰이가 있습니다. 또 결혼 후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도 만났습니다. 이 경우엔 경력 단절로도 이어지죠. 답답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였어요.

 

개인적으로 각각의 이야기 뒷부분에 작가님의 생각을 덧붙인 ‘Think’ 챕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 공백, 재도전, 돈, 열정, 시간, 커리어 등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고도 느꼈는데요.


‘Think’ 챕터에는 각 인터뷰와 연결되는 키워드를 주제로 삼아 회사 생활과 퇴사에 대한 평소의 제 생각을 담담하게 써봤습니다. 출간 후 독자들의 반응을 보니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 컬럼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아무래도 바쁜 직장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매일 흘러가듯 살게 되기 쉬운데 그런 생활 속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퇴사 후 보낸 시간의 길이에 따라 얻는 것이 다르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말을 구체적으로 풀어본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제가 퇴사했을 때 주변의 어른이 해주신 말인데, 퇴사 후 쉬는 기간이 얼마나 걸리든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으로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그 문장을 썼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공백’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분명한 소속이 없는 것을 불안정한 상태로 보죠. 하지만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시간을 잘 보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사 이후의 삶, 이후의 ‘시간’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책에는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에 도전한 웨딩 플래너도 있고, 대기업 퇴사 후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밟으며 마음 공부에 매진한 인물도 있습니다. 회사 밖의 삶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보거나, 혹은 문제로 느끼고 있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 어떤 유명인들과의 인터뷰보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이는 누구였나요?


‘더 나은 시간을 위해 투쟁하는 시간’의 인터뷰이를 꼽고 싶어요. 임금 체불과 불합리한 경영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퇴사한 뒤, 폭로와 투쟁을 선택한 분이죠.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면 조용히 퇴사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쉬운 길인데, 회사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으려 노력한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퇴사 이전에 회사를 다니는 일상이 있습니다. 퇴사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워라밸을 위해 노력해볼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제 경우에는 취미 생활을 공들여 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에는 좋아하는 연주자들의 음악회에 자주 갔고,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 모임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이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줬습니다. 이 책의 ‘덕후로 살아보는 시간’의 인터뷰이 또한 퇴사하기 전, 연극과 뮤지컬을 보러 다닌 것이 일상의 엔도르핀이 됐다고 했고요.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책은 퇴사를 종용하거나 희망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퇴사자의 수만큼 퇴사 사유도 다양하고 그 이후의 불확실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다양하겠죠. 열 명을 인터뷰해서 열 가지 다른 이야기를 썼고, 백 명을 인터뷰했다면 또 그만큼의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 거예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고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 퇴사 후 보내는 시간이 삶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죠.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안미영 저 | 종이섬
회사에 바친 열정을 취미생활로 돌리며 ‘덕후’로서의 일상을 누리고, 긴 시간 여행을 다니고, 마음공부에 매진하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등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이행기(移行期)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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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