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무실로 오는 길에 한 고양이를 만났다. 흰 털에 까만 얼룩무늬가 군데군데 묻어 있던 녀석은 택배 차량이 신기했는지 정비원처럼 그 밑에 누워 부품을 앞발로 툭툭 차고 있었다. 위험해 보이는데 귀엽다고 생각한 순간, 눈이 마주쳤고 녀석은 ‘냐옹’하고 울었다. 그렇게 보지만 말고 먹을 걸 달라는 말 같았으나 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다 노란 눈동자가 눈에 밟혀 뒤돌아보았다. 아련한 나와는 달리, 녀석은 다른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어쩌다 만난 길고양이와 한없이 대치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11년째 고양이 작가로 또 길고양이들의 캣대디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당신에게 고양이』 , 『365일 고양이 일력』 등 다수의 고양이 책을 펴낸 이용한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고양이하고 싶은 냥덕들을 위해 이번에는 『고양이 다이어리 북』 으로 바쁜 일상에 한 줄기 고양이 빛을 내려줄 그를 만났다.
『고양이 다이어리 북』 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 권의 고양이 에세이, 고양이 일력에 이어 이번에는 고양이 다이어리 북을 출간하셨는데 어떻게 출간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책이지만 동시에 책이 아닌 형태의 고양이 컨텐츠에 대해 6~7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일력과 다이어리도 그런 차원에서 기획한 것인데, 당시에는 몇몇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습니다. 책이 아닌 형태를 책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말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 일력이 나와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덕분에 후속으로 『고양이 다이어리 북』 작업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전 기획을 이제야 내놓은 셈입니다.
작가님은 현재 많은 독자들에게 고양이 작가로 유명하십니다. 고양이 작가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말 우연하게 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11년, 전 결혼을 한 직후였는데 퇴근한 아내가 집 앞에서 잠깐 나와보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는 집 앞 버려진 소파 위에 어미고양이가 다섯 마리 아깽이(아기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자고 있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날의 그 장면이 너무나 강렬했고, 있는지도 몰랐던 내 안의 측은지심을 끌어낸 것 같습니다. 그 장면 하나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다이어리 북』 에는 재미있는 고양이 관련 명언이나 속담이 나옵니다. 이 중에서 작가님이 가장 공감하고 좋아하시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 나온 “고양이는 기르는 게 아니야. 단지 내 옆에 있어줄 뿐이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니까 고양이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에게서 받는 도움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것을요.
『고양이 다이어리 북』 은 “나를 위한 그루밍 시간이 필요해” “호기심을 잃지 말라옹”과 같이 매월 작가님께서 쓰신 고양이의 인생 조언으로 시작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고양이처럼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작년 봄에 펴낸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라는 책에서 “지나고 보니 최선을 다해 대충 사는 법도 고양이에게 배운 것 같다”고 쓴 적이 있는데, 나중에 이 문장을 베껴서 부제로 쓴 고양이책도 등장했지만, 고양이가 세상을 사는 자세가 바로 ‘최선을 다해 대충 사는 법’인 것 같습니다. 길 위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면서도 순간순간의 ‘묘생’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이야말로 거리의 현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고픔 속에서도 당당하고, 분주한 세상에서도 한없이 느긋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귀여움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삶이야말로 바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무겁지 않게 『고양이 다이어리 북』 에 월별 에세이로 옮겨보았습니다. 거창하게 인생 조언까지는 아니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1년동안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오셨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는 어떤 친구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는 현재 집에서 함께 동거하는 고양이들이지만, 특별히 기억에 오래 남는 고양이는 ‘봉달이’라는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답지 않게 눈을 좋아해서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눈밭에 나와 온몸에 눈을 묻히며 놀던 녀석입니다. 고양이가 눈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물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고양이 또한 봉달이였습니다. 녀석은 한겨울에도 개울을 저벅저벅 걸어서 건넜고, 아예 개울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동네 식당 아주머니가 놓은 쥐약으로 인해 고양이별로 떠났어요. 눈을 좋아했던 고양이라 겨울에 더욱 생각 나는 고양이입니다.
흔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캣맘(캣대디)’라고 표현합니다. 작가님은 집고양이들의 ‘집사’이자 길고양이들의 ‘캣대디’이신데요. 고양이의 ‘집사’로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각각 무엇인가요?
올해로 11년째 캣대디이자 고양이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내가 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언제나 고양이가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게 더 컸습니다. 고양이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11년째 고양이 작가 생활도 하지 못했겠죠. 물론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현장에서는 늘 힘든 점이 더 많습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험한 욕설을 듣고 위협을 당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모르는 사이 쥐약을 놓아 내가 밥 주던 고양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입니다. 제가 사는 시골에서는 텃밭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쥐약을 놓아 고양이를 죽이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다이어리 북’하면 아무래도 계획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연말 계획, 혹은 2019년 계획을 살짝 알려주신다면요?
연말에 고양이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두 번 정도 고양이 사진전을 열었는데, 이번에는 작년과 다른 테마와 다른 방식으로 사진전을 구상 중입니다. 내년에는 가을쯤 출간 예정인 고양이 책이 있는데, 지난 11년간의 고양이 작업을 일단락하는 작업이어서 6개월 이상 책 작업에만 몰두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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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이어리 북이용한 저 | 상상출판
쉬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하기 싫은 일은 꾹 참지 말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고양이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면 얼마나 힘이 나게요?! 그만큼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 년은 특별합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ncore
201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