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멋을 간직하면서 자기만의 표현과 삶의 리듬 찾기
힙합은 이제 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에 가깝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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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한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예시는 결국 ‘힙합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 하는 물음을 종착지로 합니다. 이 책이 힙합을 좋아하는 독자들, 래퍼를 꿈꾸거나 현재 힙합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 힙합을 멋지게 즐기는 데에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멋지다’라는 말은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한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건강하고 행동이 바른 것이 진정한 멋입니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중음악 평론하는 한동윤입니다. 현재 음악 웹진 ‘이즘’, 음원 사이트 ‘멜론’, 주간경향, 국민일보 등에 대중음악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요. 색다른 소재로 음악을 소개하고 음악계의 이런저런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책 『힙합은 어떻게 힙합은 됐을까?』 를 냈습니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청소년을 위한 힙합 책을 출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우연히 주한미군방송으로 흑인음악 프로그램 <솔 트레인>을 본 적이 있어요. 수십 명의 남녀가 양쪽으로 줄지어 선 성태에서 한 명, 혹은 두 명씩 중앙으로 나와 춤을 추는 코너를 보고 흑인음악과 춤에 빠지게 됐어요. 그렇게 신나고 멋있어 보일 수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현진영, 이현우,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같이 노래에 랩을 들인 가수들을 접하면서 외국 힙합을 본격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했고요.

 

요즘은 그야말로 힙합이 대세예요.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힙합 노래가 평균적으로 네다섯 곡은 들어 있어요. 10위 바깥의 상위권에도 래퍼들의 노래가 많아요. 우리나라도 <쇼 미 더 머니>를 비롯해 힙합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날 정도로 힙합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 편인데, 힙합을 즐기는 청소년이 얼마나 많았으면 <고등래퍼> 같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겠어요?

 

대체로 역동적인 리듬, 직설적인 가사로 힙합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힙합은 나쁜 모습도 적잖이 지니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들을 힙합의 전통이라고 여기는 팬이 무척 많습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비윤리적이거나 퇴폐적이고, 때로는 특정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요. 전통은 계승할 가치가 있을 때 전통이라고 불릴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 것은 중단하고 없애야 할 폐습이에요.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힙합을 들으면서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안내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스트리트 댄서, 댄스 강사, 패러디 전문 작가, 대중음악 평론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들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춤을 추면서 정말 많은 음악을 들었어요. 저를 춤의 세계로 인도한 흑인음악부터 전자음악까지요. 많은 음악을 듣다 보니 흐름이나 구성의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동안의 청취가 평론 활동에 필요한 안목을 길러 준 셈이죠. 그리고 대중음악 중에는 춤과 함께 확산되고 발전해 온 장르도 있어서 춤을 추고, 춤에 대해 공부한 경험이 그런 음악들을 설명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사실, 20대 중반까지는 개그맨 해 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생각이나 표현이 확실히 비상하게 유머러스하긴 했나 봐요. 그래서 패러디 작가 일도 하게 됐는데, 유머 감각은 글에 꾸준히 녹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글이 진지하기만 하면 보는 사람들은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글 이곳저곳에 환기가 될 만한 가벼운 돌출점을 두려고 노력해요. 진짜 참신한 표현을 쓴다거나 광고 문안이나 영화 명대사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문장을 살짝 바꿔서 넣기도 해요.


작가님의 ‘최애’곡과 ‘최애’아티스트가 궁금합니다!


힙합에 관한 책을 냈으니 힙합에서 골라야 하겠죠? 최고로 좋아하는 노래는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드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가 1982년에 발표한 ‘The Message'라는 곡이에요. 이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 힙합은 놀고, 마시고, 파티를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었어요. 그런데 'The Message'는 흑인 빈민가를 스케치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다뤘어요. 힙합이 유흥만 외치는 음악이 아니라 사회상이나 정치적인 이슈도 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마련 한 것이죠. 힙합 역사에서 정말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곡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백인 트리오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를 꼽고 싶네요. 이분들은 원래 록을 하는 밴드였는데, 백인이기까지 해서 데뷔 초반에 흑인사회에서 달갑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랩 록,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도입하며 변신을 시도했어요. 완성도도 높았죠. 그러면서 뮤직비디오는 대체로 익살스럽게 꾸며서 재미도 줬어요. 멤버 한 분이 몇 년 전 세상을 떠나서 활동을 중단한 게 아쉽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가사를 잘 쓰는 법’, ‘비트 고르기’, ‘음악 공개하기’ 등 힙합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힙합을 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장비? 아, 이건 진담 조금 섞인 농담이고요. 녹음을 하거나 음악에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서 음향 장비를 구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건 시작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주변을 넓게 보는 시각이에요. 시야를 넓히지 못하면 가사 내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많은 래퍼가 ‘내가 최고야.’, ‘내가 랩을 제일 잘해.’ 하며 허세만 쏟아 내거나 돈 자랑 하기 바쁜 것도 통찰력과 철학이 부족한 탓이 커요. 그리고 이 요건과 동등하게 중요한 게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났다는 가사만 쓰다 보니 습관이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자기만 생각하고 남의 입장을 헤아릴 줄 모르는, 그래서 약자를 조롱거리로 삼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가 되는 가사를 자기도 모르게 쓰게 되는 거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해서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기 위해 음악을 많이 듣는 게 중요하죠. 영화나 책을 많이 접해서 감성과 이성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도 필요하고요. 가사를 촌스럽지 않게 쓰려면 어휘력도 풍성해야 합니다.


힙합을 꿈꾸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무의미한 허세, 자극적인 말장난 대신 따뜻한 말, 건설적인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어요. 만약 랩을 하게 된다면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힙합을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폭력적인 가사, 래퍼들의 범법 행위 같은 좋지 않은 모습들 때문에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도 많아요. 랩을 할 예비 뮤지션들이 건강한 표현으로 힙합을 근사하게 가꿔 줬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힙합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힙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R&B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아이돌 가수들도 R&B곡을 내거나 그쪽 창법을 구사하기도 하고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주류 시장에 정착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 아직 R&B를 다룬 책이 없어요. 평론을 시작할 때부터 R&B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어 왔기 때문에 이 작업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진 상태예요. 그리고 현재 모 매체에서 영화음악 칼럼을 연재 중인데요, 글을 쓰다 보니 영화 사운드트랙들을 색다른 주제와 소재로 분류해서 소개하는 책도 써보고 싶어요.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한동윤 저 | 자음과모음
힙합의 기원과 역사를 갖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힙합과 관련된 각종 사건ㆍ사고는 물론이고, 힙합이 사회에 가져다준 긍정적인 요소에 대한 내용도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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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