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바운더리'부터 다시 세우는 인간관계 심리학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자기보호'와 '상호교류'가 조화를 이루지만, 건강하지 못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아니면 둘 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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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내 맘 같지 않다”고 한탄한다. ‘성장하는 삶’이라는 화두로 꾸준히 활동해온 정신과 의사 문요한은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임을 직시하라고 권한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얘기지만, 이는 ‘힘들 테니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공허한 위로와는 다르다. 그보다는, 필연적인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계마다 ‘건강한 거리’를 되찾아 나답게 살아가라는 ‘변화’의 심리학이다.  『관계를 읽는 시간』 에서는 그 변화의 출발점으로 ‘관계의 틀’에 주목한다.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관계방식, 이것을 이해하고 바꾸지 않는 한 관계에서 겪는 괴로움도 반복된다. 그러면 관계틀은 어떻게 알아보고 바꿀 수 있을까? 그 여정은 ‘바운더리’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신선한 충격을 준 데뷔작  『굿바이 게으름』  이후로 개인의 성장과 치유에 관해 인문서/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써오셨어요. 이번에 오랜만에 본격적인 심리학 책을 내셨는데, 어떤 계기로, 어떤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쓰셨나요?

 

오랫동안 심리치료를 해오며 지켜보니, 많은 분들이 상담하러 오는 주된 이유가 인간관계의 어려움입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은 상대와 멀어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나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건,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이성과 힘들게 헤어지고 나서도 또 자기를 무시하는 이성을 만나는 사람도 있고, '이게 마지막이다!'라면서도 결국 노후자금까지 다 털려가며 번번이 자식의 카드 빚을 갚아주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 사례를 많이 접하면서 오래 전부터 인간관계 심리학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지만, 사실 엄두를 못 냈습니다. 쉽게 풀어내기도 어렵지만 제 자신부터 관계에 서툴렀기 때문이죠. 쉰이 넘고 나니 이제 좀 관계에 관해 말할 수 있겠다 싶어졌어요. 마침 안식년 이후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요.


크게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습니다. 첫째는 “나는 이 사람과 왜 이렇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 즉, 자신의 관계방식을 들여다보고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어떻게 관계방식을 변화시켜 갈 것인가?” 단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을 돌보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바운더리'라는 말을 일상 속에서 은근히 자주, 익숙하게 접해왔던 것 같은데 심리학 책에서 '바운더리'라는 말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언뜻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해요. '바운더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까요?


그렇죠. ‘바운더리’라는 말은 물리적 경계라는 의미로 많이 쓰지만 '심리적 바운더리'라는 말은 어쩐지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심리적 바운더리란 쉽게 말하면 우리의 피부가 내 몸과 몸의 바깥을 구분해주는 것처럼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해주는 자아의 경계입니다. 다만, 이 책에서 바운더리는 '경계border'의 의미와 함께 '통로passage'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즉,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자기보호'와 '상호교류'가 조화를 이루지만, 건강하지 못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아니면 둘 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죠. ‘바운더리’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자아의 구조와 관계방식을 그림처럼 아주 쉽고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개념입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성별, 나이, 직업 등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 우리나라의 성인, 특히 (심리서를 많이 읽는)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극복해야 하는 관계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여성의 경우 사회성의 뇌가 발달되어 있어 남성들에 비해 인간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 점은 동전의 양면이랄 수 있어요. 관계 때문에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관계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집단보다 개인에게 중점을 두는 시대의 흐름 속에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지만, 여성들은 둘 다 잘 하려는 마음을 충족시키려다 결국 둘 다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남녀 공히 그렇지만 특히 여성의 경우, 자신의 감정과 관계 역량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바운더리를 조절해서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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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관계 문제로 많은 좌절을 겪는 나머지,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한숨 돌리고만 싶고,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관계에서 손을 놓지 않고 들여다보기로 스스로 마음 먹을 수 있도록 조언 한마디를 주신다면?


누구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죠. 그럴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누군가의 지지와 위로입니다. 그러나 관계의 문제는 '괜찮아, 괜찮아'로만 풀어갈 수 없습니다. 위로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위로에 이어 고통을 대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왜 불이 났는지를 살피고 고칠 부분을 고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인간관계에서만큼은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흔합니다. 그런데 소는 다시 안 키워도 되지만 인간관계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고칠 것은 얼른 고치는 게 상책이고, 인간관계 심리학은 이에 답을 주어야 합니다. '지금 모습으로 충분해!'라는 위로의 심리학을 넘어 '자신의 관계방식을 재구조화'할 수 있는 변화의 심리학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4가지 관계틀의 구분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일단 제가 어떤 유형인지부터 관심이 가고(저는 '방어형'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아 이런 유형이구나' 생각하기에 이르는데, 이런 분석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4가지 역기능적인 관계틀은 명쾌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분한 면이 강합니다. 사실상 우리는 상대에 따라 이런 4가지 역기능적인 관계방식을 다 보일 수도 있습니다. 즉, 우리가 누구와 관계를 하느냐에 따라 또는 같은 대상이라도 관계의 깊이에 따라 관계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예를 들면,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지배형 관계방식을 쓰는 사람이 회사에 가면 순응형 관계방식을 보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자신의 관계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겪은 관계의 역사가 평생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살짝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건강한 거리'를 찾는다는 게 좋은 것도 알겠고, 관계를 재구성한다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다는 것도 알겠는데, 과연 우리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과정을 통해 인간이 되어갑니다. 인간이 과거의 영향을 받을 뿐, 과거의 지배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내게서 반복되는 관계의 역사를 이해하고, 스스로 관계방식을 바꿔나가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우리의 관계는 좀 더 건강해집니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했던 2인 3각 경기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에는 걸려 넘어져 답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령을 붙이고 호흡을 맞춰 잘 뛰어가던 기억! 혼자 잘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관건입니다.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시다가 안식년을 선언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 뒤로도 저술은 물론 강의도 많이 하시고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또 어떤 주제와 어떤 계획을 통해 만나뵐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안식년을 마치고 난 뒤에 지금은 새로운 심리연구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터전으로 삼아 이 책의 주제인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위한 『바운더리 다시 세우기boundary rebuilding』, 몸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몸챙김bodyfulness』, 자신에게 각인된 삶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이를 새롭게 다시 써 내려가는 『나의 이야기 다시 쓰기recreating me story』 프로그램 등을 계획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심리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관계를 읽는 시간문요한 저 | 더퀘스트
애착은 손상을 주지 않는 것보다 ‘복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안정 애착’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관계의 틀을 재구성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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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