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희, 원하는 대로 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일을 하든 명심할 것은 모든 선택의 기준이 언제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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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은 대부분 열아홉 살이 되기 전 입시를 준비하고 진로를 정한다. 진로를 선택하는 기준 역시 비슷하다. 입시 점수가 높은 대학, 취업이 잘 된다는 학과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애쓴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튀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정답이라고 하는 길을 혼자서 거스르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 남들이 모두 말린 ‘이란어’를 선택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인기 학과, 대기업 취업 등 남들이 선망하는 길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종종 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꼭 듣는 질문이 있어요. 바로 “이란어 가지고 먹고살 수 있냐”는 현실적인 질문이에요. 몇 번 비슷한 질문을 받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하고 싶은 일에 용기 있게 도전하기에는 모두들 현실이 불안하구나 하고요.


우리 사회에서는 꿈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고 말해요. 꿈과 현실은 다르다며 현실적인 직업을 찾으라고 이야기하죠. 당연히 현실은 무시할 수 없어요. 생계는 진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죠. 하지만 저는 안정적인 수입이 유일한 선택의 기준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불확실하다고 해서 무조건 꿈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남들이 권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다고 해서 행복할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한 '이란어'를 선택해서 결국 지금 이란어로 먹고살고 있거든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꿈과 현실 앞에서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해결책을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그런 시간들에서 얻은 것도 굉장히 많고요. 이런 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대학생 때 작가님도 남들처럼 취업을 시도했다고요?


그저 이란어가 좋아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어과에 입학했는데, 제가 상상한 모습과 현실은 무척 달랐어요. 이란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란어과에 들어온 학생은 거의 없었고,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려다 실패해서 혹은 더 나은 학교로 가기 위한 발판 삼아 우리 과를 선택한 친구가 많았죠. 친구들은 취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확실했고, 전공 공부도 취업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도 분위기에 휘둘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죠. 여느 취업준비생들처럼 학원을 다니고, 좋아 보이는 모든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어요.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 각기 다른 ‘자소설’을 써가며 회사에 내 적성과 꿈을 끼워 맞췄죠. 지원하는 회사가 늘수록 자기소개서는 그럴싸해졌지만 거기에 '나'는 없었어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계속 하다 보니, 정말 내 꿈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 같았죠. 그렇게 저를 속여 취업한 회사에서도 결국 3개월을 버티지 못했어요. 오히려 3개월의 짧은 회사 생활은 이란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확고해진 시간이었어요.

 

꿈을 찾기 위해 떠난 이란 유학생활도 순탄하지 않았어요.


전공 선택부터 비자 발급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두 번이나 입학 신청이 거부당했거든요. 이유를 물었더니 학과에서는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죠. 나중에는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워서 학과 담당자를 붙잡고 울며 하소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담당자는 차분하게 제가 지원할 수 있는 학과 목록을 내밀기만 했고, 결국 그 안에서 선택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남은 선택지 속에서도 늘 길이 있다는 거였어요. 학과 담당자가 내민 목록을 읽다가 ‘국제관계학과’가 눈에 들어왔거든요. 중동에서도 특이한 현대사를 가진, 그래서 국제무대에서도 특이한 포지션을 가진 이 나라가 국제 정세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저는 진짜 살아있는 이란이 알고 싶었거든요. 이란 친구들과 같이, 그들의 시각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국제관계학과에 외국인이 있는지 물었더니 시리아, 파키스탄 등 주변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온 ‘저 같은’ 외국인은 많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길로 바로 국제관계학과를 선택했어요. 이런 식으로 저는 이란 유학 시절 동안 항상 거절당하고 대안을 찾으며 생활해야만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순탄하게 이란어 통ㆍ번역을 할 수 있었나요?


이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동안 이란어 통역 프리랜서로 일했는데요. 당시 일거리를 얻는 방법은 학과 사무실을 통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했어요. 공지가 뜨면 학과 사무실의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고, 학과 사무실에서 해당 회사로 이력서를 전달하는 프로세스였죠.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적절한 설명도 없이 이력서가 해당 기업에 제출되지 않기도 했고, 책임자가 임의로 일을 배정해주기도 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이클은 우리 학과에도, 통역을 의뢰하는 회사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제가 당장 이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지만, 사소한 방법부터 바꿔 보기로 했어요. 학과 사무실에 이력서를 제출하기보다는 공지에 나와 있는 담당자의 이메일로 정성스레 적은 자기 소개서와 이력서를 직접 보내기 시작한 거예요. 이력서를 제출한 뒤에는 꼭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나란 사람에 대해, 일에 대한 열정에 대해 직접 설명했어요. ‘이란어만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요’ 그렇게 전화를 걸면 담당자 대부분은 관심을 갖고 내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그리고 저에게 일을 주는 기업이 점점 늘어갔죠.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하나둘씩 ‘나의 것’을 갖기 시작한 거예요.

 

맨땅에 헤딩하듯이 회사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공정한 시스템을 가진 이란어 통번역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친한 후배와 함께 오랫동안 생각만 하던 ‘이란연구소’를 회사로 발전시키게 된 거죠. 정작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 종이 한 장을 기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을 실체화시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었어요.


통ㆍ번역은 우리가 늘 하던 일이었지만, 비정기적이고 다른 사람이 찾아줘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좀 더 안정적인 기반이 되어 줄 사업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교습업이었죠. 이란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외대가 아니면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이란어를 배울 곳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정말 모든 게 어설펐어요. 수강생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즉석에서 만들기도 했고, 밤새 손으로 직접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간 이란어 학원이 지금은 이란아토즈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어요.

 

회사를 만들고 보니, 실제로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살 수 있던가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란어 통번역은 특히 시장 상황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분야에요. 이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일이 없으면 정말 수익이 0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했죠.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안정성을 줄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정적인 수입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저는 그 해답을 어학원에서 찾았어요. 어학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고, 통번역이나 비즈니스 컨설팅보다는 외부 영향을 덜 받는 일이에요. 다시 말해 노력하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어학원을 중심으로 비수기에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불안함이 없는 건 아니에요. 회사를 운영하는 이상 언제나 불안정성과 싸울 거예요.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꿈을 좇고 싶다면, 최대한 자신의 꿈과 멀지 않은 곳에서 노력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막막하고 불안하더라도 성급하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꿈의 영역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 먼저 고민해보세요. 꿈과 현실은 얼마든지 함께 지켜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처음 한다는 것은 막막하고 불안한 일이에요. 저도 처음 한국과 이란의 가교가 되겠다는 꿈을 꿨을 때 남들처럼 롤모델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란 관련 시장은 척박하기만 했고 이를 전문으로 파고드는 사람도 없었어요. 말하자면 롤모델이 전혀 없는 분야였던 거예요. 물론 이란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정확히 제가 하려는 일을 해왔던 분들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기보다는 그 특수함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일부터 규모를 키우는 일까지 모두 혼자 결정하고 혼자 헤쳐가야 했죠. 하지만 반대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걷는 사람의 특권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장의 규칙이 없으니 내가 걷는 대로 길이 생긴다는 거예요.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무슨 일을 하든 명심할 것은 모든 선택의 기준이 언제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해요. 하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어본다면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느꼈던 행복을 많은 분들이 꼭 느껴보시길 바라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정제희 저 | 21세기북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 자산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현실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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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정제희 작가 #원하는 대로 #용기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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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111

2018.11.02

멋집니다! 젊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도 경제적 능력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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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