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여행을 떠난다. 가장 보고 싶을 사람들과”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도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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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_마사이마라


 

‘아이가 좀더 크면…’, ‘아이가 기억할 나이가 되면…’, 이렇게 자꾸만 여행을 미루고 있다면,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가 걸음마를 뗄 무렵 첫 여행을 시작해 6살이 되기까지 5년간 무려 15개국 30개 이상 도시를 여행한 가족의 이야기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 . 가깝게는 베트남, 말레이시아부터 러시아, 핀란드, 헝가리, 심지어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까지, 경계를 정해두지 않은 자유롭고 풍성한 여행의 기록을 글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매년 부지런히 적금을 모으고, 휴가와 빨간 날에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가족이라는 이지나 작가에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그들만의 여행 비결을 물었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왜 그 시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여행이란 함께 손을 잡고 자기 발로 걷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이의 걸음마는 신비하고 놀라운 경험이에요. 그전까지는 항상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직접 제 발로 걷는 것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나와 눈을 맞추는 출산만큼의 경이가 있더라고요.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개체를 마주할 때의 감동이라고 할까요. 아이를 이끌고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함께 걷고 싶었어요. 그때 여행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도 여행을 즐기기 시작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진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아이는 모든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걸음마를 떼고 떠난 첫 여행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얼이는 마음껏 걸어 다니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하고, 마주치는 모든 것을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성장해가는 것이 눈에 보이잖아요. 여행에도 그것들이 고스란히 묻어났어요.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여행에 대한 감상을 언어로 들려주고, 그림을 그리게 되자 풍경을 담아내기도 하고요. 이제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고 싶은 곳이나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먼저 얘기해서 우리를 이끌기도 해요. 놀이터든 숲속이든 박물관이든 아이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곳을 즐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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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_갈레


 

책 속에서 남편과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여행이 부부간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 걸까요, 아니면 좋은 관계가 좋은 여행을 만드는 걸까요?

 

관계가 여행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에요. 사실 저희 부부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동갑인 데다 둘 다 고집이 센 편이라, 서로 맞추어가던 신혼기간에는 정말 많이 다투었어요. 둘이 떠난 첫 여행이었던 신혼여행지 모로코에서도 정말 크게 싸웠죠. 그런데 관계가 깨어지자 그 순간 다른 감각들이 차단되면서 찬란하던 카사블랑카의 해변이 그대로 빛을 잃더라고요. 저희 둘 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했어요. 치열하게 싸워봤기 때문에 아무리 근사하고 아름다운 곳에 있어도 서로의 관계가 상한다면 그 모든 것이 의미를 잃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요. 반면 길을 잃고 가진 것이 부족하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틀어져도 서로 든든히 사랑하고 있다면 그저 웃음 나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요즘에도 여전히 여행을 떠날 때마다 우리 서로 싸우지 말자, 우리가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서로 얘기해줘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스리랑카, 러시아 등 아이와 함께 다닌 여행지들 치고는 꽤 난이도가 높은 곳들로 보이는데요. 아이와 아프리카 여행까지 다녀오셨어요. 아프리카 여행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긴 이동시간과 높은 비용이에요. 저희는 비행기를 경유했기 때문에 비행시간만 하루가 꼬박 걸렸고, 나이로비에 내려서도 마사이마라까지 몇 시간씩 차로 이동해야 했어요. 평소에도 어디를 가든 항상 아이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아이의 체력이나 컨디션을 잘 알고 있어서 결정할 수 있었고요. 다행히 얼이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오프로드를 몇 시간씩 달리는 것도 게임처럼 즐거워하더라고요. 비용의 경우는 제가 혼자 아프리카를 몇 달간 여행했을 때와 세 가족의 일주일 경비가 비슷하게 들었어요. 얼마든지 비용을 아껴 여행할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라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에 다른 어느 여행지보다 많은 경비가 들었어요. 여행경비는 매달 조금씩 넣는 여행을 위한 적금으로 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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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_마사이마라
 

 

작은 집에 살고, 세 식구가 짐가방 하나만 꾸려서 떠난다고 했는데, 삶의 가치관이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원래부터 욕심이 없으셨나요, 아니면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인가요?

 

도심 속의 오래되고 작은 집에 사는 것은 저희 가족이 가진 기준과 취향, 가치에 따른 것이에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위치와 여러 형태의 집에서 지내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우선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게 되었어요. 어떤 집을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지도요. 적은 짐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필요에 따른 것이에요. 여행을 다녀보니 뭔가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여행은 잘 굴러가요. 다 사람 사는 곳이고요. 필요한 것은 거기에도 있어요. 평소에도 가방에 뭘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더구나 여행 중에는 짐이 무거우면 이동하기 힘들고 때에 따라서는 위험하기도 하고 쉽게 지치게 되거든요. 일상에도 적용되는 부분이지만, 사실 저는 욕심도 많고 직업상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해요. 집에는 짐이 아주 많답니다.

 

여행책자를 참고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여행지에서는 주로 어떤 식으로 다니는지 궁금합니다.


스리랑카를 여행할 때는 여덟 개의 도시를 이동했어요. 도시마다 매력이 다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스리랑카를 구석구석 경험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자칫 빡빡해질 수 있는 일정이었지요. 우리는 한 도시에서 딱 한 가지씩만 하기로 했어요. 네곰보에서는 해변가의 북카페에 가고, 코스고다에서는 거북이를 만나고, 엘라에는 다리를 건너는 기차를 보러 가고, 누와라엘리야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로요. 한 도시에서 딱 한 가지씩만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조급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과 풍경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었어요. 기대 이상의 것들로 비워둔 일정들이 채워졌음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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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_엘라
 

첫 여행을 준비하는 6살 이하 유아 동반 가족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이 질문은 제가 정말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가족 모두'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대답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기에 가깝고 편한 여행지들은 많이 있어요. 저희가 아이와 함께 다녀온 여행지를 헤아려본다면 모두 가족여행지로는 부족한 점이 있죠. 비행시간이 길거나 환경이 위생적이지 않거나 물가가 비싸거나 지내기에 불편한 곳도 있었고요. 하지만 어디에나 좋은 면이 있고, 저희 가족에게는 하나하나 탁월한 장소였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기억하려고 해요.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도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다고요. 저희는 다음 여행지로 사막을 계획하고 있어요. 얼이는 펭귄도 보고 싶다고 하네요.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이지나 저/김현철 사진 | 북하우스
지난 5년간 세 사람이 서로의 손을 잡고 걸은 곳만 해도 15개국, 30개 도시가 넘는다. 그 5년간의 기록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풀어놓으며,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속도와 온도에 관하여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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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작가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 #여행 #좋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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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