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신규인 시기가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병원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간호사들의 사회는 군기가 엄하다. 흔히 태운다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모든 정신과 육체를 활활 태워버린다는 뜻이다. 또 간호사는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직업이다. 그 압박감과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나는 그저 간호사의 힘듦, 괴로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 너머의 세계, 가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신규 간호사 안내서』 를 출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 힘듦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3년 차 시기였고, 신규 간호사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직장생활은 다 힘들어~ 라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처음 병원에 입사해서 신규간호사가 되었던 1,2년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나름 대학교 4년 내내 아르바이트, 대학병원 입사 전에는 2차 병원에서도 일을 했었는데 대학병원 신규간호사는 그와 비교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쓰겠다 마음먹은 건 어느 후배 신규간호사의 겁에 질린 눈빛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맞아 나도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신규 간호사 10명 중 7명이 직무스트레스로 이직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노은지 작가님도 신규간호사 때, 위와 같이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이직을 생각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신규간호사 때는 하루하루가 고비이자 미션이었고, 출근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에는 1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너무 힘들 때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꼭 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했고,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 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직은 여유가 생긴 4년 차 때쯤부터나 고민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 군대라고 불리는 간호사 조직에서 선배 간호사와의 관계가 힘들어 하는 간호사들이 많습니다. 노은지 작가님은 선배 간호사와 관계는 어떠셨나요?
시간이 지나면 병원 일은 그럭저럭 익숙해지는 데 더 힘들었던 건 인간관계였습니다. 저는 일을 하다가 딱 3번 울어봤는데 그 중 2번이 한 선배간호사 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그 선생님께 인계를 드리는 날이면 전날부터 공부하고, 긴장 되어서 잠도 못 자곤 했어요. 그렇게 몇 분이 너무 어려웠는 데 조금씩 다가가려고 했어요. 후배가 선배 어렵다는 이유로 얼어있으면 선배들도 다가가기 어렵거든요. 2 1 커피사면 다른 선생님 사물함에도 넣어드리고, 감사한 일은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밖에서도 한 두 번씩 만나다보니 관계가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 프리셉터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가장 무서워했던 선생님과도 잘 지내고, 누구보다 제 편이 되어주시는 관계가 됐어요.
간호사로서 여러 힘든 시기가 있다고 합니다. 노은지 작가님 만의 위기를 극복하고 번 아웃 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병원 밖에서의 나, 온전한 나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신규간호사는 일이 능숙하지 않고 실수도 많이 하기 때문에 종종 혼이 납니다. 그러면서 자존감은 바닥을 찍게 되죠. 또 병원 일은 압박감, 긴장감,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분리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규간호사인 나`와 진짜 `나`를 동일시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병원 사람들 외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독서모임, 다양한 모임에도 참여해보고, 책도 읽고, 여행도 자주 다녔습니다. 여행은 3교대 때문에 친구들하고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서라도 꼭 갔고, 그것도 안되면 공연이라도 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쫓고자 했습니다. 번아웃 되지 않으려면 병원 밖의 나, 취미 등으로 환기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시다면?
간 이식 환자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장기이식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1인 격리실에서 일대일 간호를 시행합니다. 일대일로 환자를 담당하다 보니 환자 및 보호자와 라포형성이 더 잘되고요. 환자분은 딱 저희 엄마 또래신 분으로 딸도 제 또래였습니다. 평상시엔 숨이 차서 앉아있기도 힘들고, 물 한 모금 넘기기 힘들어 하셨는데 딸 얘기를 하면 눈빛도 또렷해지고 한번 더 해보겠다고 힘을 내곤 하셨어요. 하루는 격리실 벽으로 두 분의 대화를 전달해드렸는데 “빨리 더 가까이서 보고싶다 엄마.힘내!' , “...그래.. 나가면 다같이 저녁 먹자.' 하시더군요. 마음이 참 뭉클했습니다. 저는 그 분과 중환자실 나가서 병실 가시게 되면 찾아 뵙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다행히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찾아간 병실에서 따님과 악수하는 데 눈물이 왈칵 흘렀어요. 단란한 가족들의 저녁식사가 이제는 당연해지기를 다시 한번 바래봅니다.
두 번째 책을 출간 하신다면 어떤 책을 집필 하실 건지요.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출근 전 뉴스에서 본 사건을 눈 앞에서 환자로 보고, 다양한 사연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중환자실은 죽음에 더 가까운 곳이고,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지전을 치릅니다. 그리고 간호사는 누구보다 가깝게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하다 보니 죽음 앞에선 이 들의 민 낯을 보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써보고 싶습니다.
신규 간호사가 가장 갖춰야 할 것 3가지를 말씀 주신다면 말씀주세요. 신규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대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TIP도 부탁 드려요.
1. 괴리감을 극복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 자체를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괴리감이라는 건 현실과 이상의 차이입니다.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시작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을 알고 가는 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1년만 버티자
버티기라는 표현이 좋지 않은 건 알지만 신규간호사 시기는 버티기가 맞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간호사인데 무너지듯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년, 3년, 10년 등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찾자.
버티기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제대로 서야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꼭 투자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간호사는 분명 좋은 일입니다. 처음엔 과다한 업무와 압박감 때문에 내 힘듦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여유가 조금 생기면 이 직업의 참된 의미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간호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고, 누군가의 삶 그 자체를 돕는 일입니다. 모든 신규 간호사분들이 꿈꾸던 멋진 간호사로 독립 할 수 있기를, 자부심을 갖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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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간호사 안내서노은지 저 | 포널스출판사
여자 군대라고 불리는 대학병원 신규간호사의 버티기, 경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조심스럽던 신규 간호사가 제 몫을 하기까지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