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진화심리학
인간의 모든 심리 『진화한 마음』,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할 전략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양치기의 경이로운 이야기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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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마음
전중환 저 | 휴머니스트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최신 연구 동향을 담은 책. 진화심리학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성차별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거나, 모든 행동의 바탕이 자식을 많이 남기기 위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학문처럼 여긴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은 과학으로써 현상을 설명할 뿐,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전염병과 가뭄, 화산 폭발 등을 연구하는 이유는 이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없애거나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연구하는 인간의 행동 가운데 일부는 법적이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지만, 인간 본성의 일부로 사려 깊은 이성적 판단 능력 역시 진화했기 때문에 본능을 제어하는 일 또한 '진화한 마음'의 설계도를 제대로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로먼 겔페린 저/황금진 역 | 동양북스(동양books)

새해만 되면 헬스장과 어학원, 금연클리닉은 의욕에 불타오른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든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원인으로 사람들은 흔히 '의지력'과 '동기 부족'을 꼽는다. 계획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실천할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 몸은 목표 의식이나 '해야 한다'는 말에 움직이지 않는다.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피하려는 '쾌락 본능'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의지력이 특출나지 않아도, 이미 내재된 본능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알려주는 책.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내기보다, 몸이 저절로 따라오게 만들 것을 주문한다.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악셀 린덴 저/김정아 역 | 심플라이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문학 강사로 살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아버지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갑자기 목장과 양을 물려받게 된다. 약 3년간 양을 치면서 저자가 써 내려간 일기 속에는 초보 양치기가 되어 좌충우돌하는 모습부터 겨울용 사료를 준비하고, 짝짓기를 시키고, 출산을 지켜보고, 애지중지 기른 양을 도축하며 목축업자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웃에 사는 양치기가 직접 기른 양을 도축하지 않고 살려두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며칠 뒤 카탈로그에서 괜찮은 칼을 골랐다며 주문하겠다고 말한다.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삶이 담백하게 묘사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하루가 쌓여 인생의 의미가 만들어진다.

 

 

달빛 노동 찾기
윤성희 사진/김영선 해설/신정임, 정윤영, 최규화 공저 | 오월의봄

야간 노동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인터뷰집. 24시간 일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밤과 잠을 희생하는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의를 누릴수록, 밤에도 그 편의가 계속될수록 누군가의 밤과 휴식은 점점 더 짧아진다. 저녁 9시에 출근해 오전 6시까지 내내 서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택배 상자를 싣는 노동자는 자신의 일터를 '사하라 사막'에 비유하고, 항공기 청소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방송국의 '막내 작가'들은 근무시간이 따로 없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절반이 택시비로 나간다. 경제주의와 소비자 편의 논리에 대항해 노동자의 삶과 건강의 관점에서 '365일 24시간' 사회를 통찰한다.

 

 

똥 도감
송지현 역/아라마타 히로시 감수 | 북뱅크

아이들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똥'에 대한 그림책. 판다는 하루에 40번 변을 누고, 사자 똥보다 인간의 똥이 더 크다. 똥으로 종이와 전기를 만들고, 다른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치료법을 소개한다. 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냄새가 나며 어떤 모양인지, 관련된 역사, 문화, 활용법 등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똥 박사가 된다.

 

 

 

 

다섯 번째 계절
N. K. 제미신 저/박슬라 역 | 황금가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받은 저자의 「부서진 대지」 3부작 첫 번째 작품. 1953년 휴고 상이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백인 남성 작가가 주류를 이루던 장르에 부는 변화를 보여준다. '다섯 번째 계절'이라는 대격변의 시기가 존재하는 대륙의 중심지에서 재앙의 조짐이 일어난다. 종말은 대륙뿐 아니라, 강력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적으로 핍박당하는 '오로진' 종족의 여성에게도 닥친다.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과 투쟁 속에 인종 차별과 문화적 충돌이라는 주제가 정교하게 담겨 있다.

 

 

사라진 책들
조르지오 반 스트라텐 저/노상미 역 | 뮤진트리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 더이상 찾을 수 없게 된 책들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거나 아니면 작가가 책으로 쓰기 위해 구상해놓았던 이야기가 아닌, 분명히 글로 쓰였고 누군가가 읽었지만, 지금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린 책들. 리옹 역에서 도난당한 여행 가방과 함께 사라진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들, 스캔들을 두려워한 주변 사람들이 불에 태워버린 바이런의 회고록, 전쟁 중 폴란드에서 사라진 브루노 슐츠 필생의 역작, 신경증에 가까운 저자의 완벽주의 성향 탓에 불에 타 사라진 고골의 작품, 나치의 압박을 피해 도망치다 생을 마감한 발터 벤야민이 마지막까지 지녔던 가방 안의 원고 뭉치, 언젠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등 여덟 권의 책들이 사라지게 된 경로를 탐색하며, 사라진 책들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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