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그래미, 이번에는 달라질까
혁신과 퇴행의 갈림길 앞에 선 그래미에 변화가 감지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1. 여성 2. 유색인종 3. 39세 이하의 900여 명의 선거인단을 대폭 수용하고, 4개 본상 부문 후보를 기존 5에서 8로 늘리며 '다양화' 수거에 열을 올렸다.
글ㆍ사진 이즘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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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아니 몇십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화이트' 그래미의 칭호는 더 이상 예사의 것이 아니다. 근래만 보더라도 지난 59회 시상식에서는 '아델 밀어주기'로, 작년 60회에는 '브루노 마스 몰아주기'로 여러 음악 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던 그래미의 행보는 이제 단순히 '백인 우월주의'란 비난을 넘어, '권위'를 잃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시청률 회복을 위해 상당 기간 LA에서 진행하던 시상을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으로 옮겨 더 화려한 무대를 도모했으나 그럼에도 시청률이 전년 대비 21% 하락한 작년의 사례가 그 반증이다.

 

혁신과 퇴행의 갈림길 앞에 선 그래미에 변화가 감지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1. 여성 2. 유색인종 3. 39세 이하의 900여 명의 선거인단을 대폭 수용하고, 4개 본상 부문 후보를 기존 5에서 8로 늘리며 '다양화' 수거에 열을 올렸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로드, 줄리아 마이클스를 제외하고 본상(신인상 미포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 뮤지션의 이름이 올해는 카디 비,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자넬 모네로 늘어났고, 마찬가지로 지난해 3명에 머물던 여성 신인상 후보가 이번에는 8석 중 6개의 자리를 채우며 어깨를 폈다.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준비를 마친 제61회 그래미가 올해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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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Of The Year

 
그래미는 지난해 고배를 마신 켄드릭 라마의 이름을 3개의 제너럴 필드에 모두 (신인상 제외) 올렸다. 그가 진두지휘한 'All the stars'와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가 부른 컨트리 포크 'Shallow'까지 영화 OST만 두 개인 셈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스타 탄생>의 삽입곡 'Evergreen'으로 제20회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기에 'Evergreen' 서사가 재현된다 한들 그리 놀랍지는 않다. 장르적으로는 비슷한 계열의 포크 아티스트 브랜디 칼라일의 'The Joke'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두 영화 음악의 대결 구도 외에도 주목할 만한 후보들이 있다. 도널드 글로브(차일디시 감비노)는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를 통해 총기 소지와 인종차별 등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This is America'가 사회, 정치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곡임에는 분명하지만, 과연 그래미의 입맛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제이스 할리의 노래 'American Pharaoh'와의 표절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상업적 성취를 이룬 후보군도 보인다. 드레이크의 < Scorpion > 앨범과 'God's plan'을 비롯한 싱글들이 줄줄이 차트 기록을 갈아치웠고 신예 엘라 마이의 'Boo'd up' 역시 크게 주목받았다. 제드와 마렌 모리스의 'The middle'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The middle'은 컨트리 아티스트가 EDM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래미의 사랑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장르적 균형을 위한 숀 멘데스의 'In my blood'까지 후보에 오르며 후보군의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수상 후보를 8명으로 늘렸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는 찜찜함은 남았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여느 때보다는 풍성해 '보이는' 후보 목록이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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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Of The Year

 
최근 몇 년간 이 부문에서는 그래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션이 상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브루노 마스와 아델이 있다. 이번에는 어떨까. 가장 미국적이면서 그래미 취향에 가까워 보이는 'The joke'가 유력한 후보일까? 브랜디 칼라일이 주로 진보적 메시지를 노래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다. 그가 아니면 'The middle'을 부른 컨트리 가수 마렌 모리스의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라틴 열풍을 이어가는 'I like it', 빌보드 차트 장기 거주자 드레이크의 'God's plan', 힙합 신의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는 백인 뮤지션 포스트 말론의 'Rockstar'도 흥행 측면에서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다.

 

지난번에도 리스트에 오르긴 했으나 본상에서 고배를 마신 뮤지션들의 이름도 보인다. 'This is America'로 오늘날 미국 사회를 보여준 차일디시 감비노의 수상을 이번에는 기대해도 되는 걸까. 2018년 화제의 영화에 삽입된 2곡도 눈길을 끈다. < 스타 이즈 본 >에서 활약한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Shallow', < 블랙 팬서 > 앨범으로 대중의 마음을 흔든 켄드릭 라마는 작년 신인상 후보에 오른 시저와 함께 'All the stars'로 또다시 부름을 받았다. 이제는 그래미가 대중음악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에 맞는 품격을 갖출 때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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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Of The Year

 
최근 그래미의 '몰아주기' 경향을 고려했을 때 노래나 레코드 부문의 수상자가 앨범 부문 역시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넬 모네와 케이시 무스그레이브스, 허(H.E.R)는 탈락이다. 유력한 후보는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 카디 비와 브랜디 칼라일인데, 가장 무난한 결정은 지난해 브루노 마스와 'Finesse'로 합을 맞춘 바 있으며 다수의 히트 싱글을 보유한 카디 비가 될 것이다.

 

아무리 변했다 한들 그래미가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에게 영예를 선사할 것 같진 않다.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 Scorpion >보단 < Black Panther >다. 오히려 아까 탈락하긴 했지만 젊은 컨트리 스타라는 슈퍼 패스를 가진 케이시 무스그레이브스, 다관왕을 노리는 브랜디 칼라일의 수상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아예 '노래 가가, 레코드 브랜디 칼라일, 앨범 케이시 무스그레이브스'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건 어떨까? 내년 시상식은 뉴욕을 떠나 컨트리 본고장 내슈빌에서 하면 되겠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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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New Artist

 
역대 최다 후보가 맞붙게 된 신인상. 작년에 비해 백인 아티스트가 많이 올라왔고, 다른 부문과 달리 힙합 후보가 없다. 대신 팝과 록, 알앤비, (그래미가 사랑하는) 컨트리가 고루 분포해 있다. 우선 한국에서도 유명한 두 팝 가수가 눈길을 끈다. 두아 리파는 'New Rules'의 히트 이후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 마침내 이 자리에 이르렀다. 프로듀싱과 피처링으로 이름을 날린 비비 렉사는 2018년 < Expectations >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록에서는 레드 제플린의 후계자를 노리는 10대 밴드 그레타 밴 플릿이 출전했다. 삼형제( 1) 록커에 맞서 비욘세의 지원사격을 받는 자매 알앤비 듀오 클로이 앤 할리도 신인상에 도전한다. '어른'도 있다.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마고 프라이스, 2016년 'Hurricane'으로 '대박'을 친 루크 콤즈가 컨트리 장르를 대표해 등판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매치는 2019 브릿 어워즈 3개 부문에도 이름을 건 조자 스미스와 '신비주의 알앤비 디바' 허(H.E.R)의 대결이다. 조자 스미스는 작년 브릿 어워드에서 평론가상을 받고, 켄드릭 라마가 지휘한 영화 < 블랙 팬서 > OST에서 'I am'을 불렀다. 작년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허는 올해 그래미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예사롭지 않은 격돌! 그러나 유색인종에 인색한 그래미는 언제나 '영원한 변수'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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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