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아이에게는 있고 어른에게는 없는 것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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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있고 어른에게는 없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처럼 놀고 배우고 사랑하라』 , 마감하는 자들의 뼈를 때리는  『미루기의 천재들』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묻고 있는  『백래시』 를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아이처럼 놀고 배우고 사랑하라』
앨런 클레인 저/김정은 역 | 생각의서재

 

앨런 클레인은 작가이자 강연자예요. 아내가 34세의 젊은 나이에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생전에 유머감각이 굉장히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에 감명 받아 40년 이상 유머, 긍정적 사고, 삶의 지혜 등에 관해 연구하고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아이들 특유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많은 일화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는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없는 것’을 이야기해요. 우리는 왜 그것들을 잃어버렸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죠.


책에 인용된 부분 중에 앨런 그레저먼이라는 작가의 글이 있는데요. 어른과 다른 아이들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항상 재미있게 놀았고, 뱃가죽이 아플 때까지 웃었으며, 바보 같은 노래를 불러댔다. 우리 자신과 주변 모든 이들을 신나게 해줄 여러 가지 일들을 끝도 없이 해내고, 많은 것들을 빛의 속도로 배웠다. 우리는 모든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세운 채 세상을 활보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총천연색을 관찰하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만졌으며, 작은 몸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어올랐고, 우리를 유혹하는 모든 냄새와 소리를 따라갔고,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입으로 집어넣어 부모님과 주변의 어른들을 경악케 했다.”


『아이처럼 놀고 배우고 사랑하라』 에는 아이들과 관련된 일화가 많이 실려 있는데요.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어른들을 웃음 짓게 하거나 깨달음을 안겨주고, 때로는 놀랄 만큼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감동을 주기도 해요. 예를 들면, 책의 끝에 이런 일화가 있어요.


“켈리는 일곱 번째 생일선물로 강아지를 받기로 했지만, 이웃에 있는 유기견 쉼터에서 여러 후보들 중 한 마리를 고르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켈리가 한 마리를 골랐다. 꼬리를 활기차게 흔들어댈 뿐 별다른 특징 없는 복슬 강아지였다. 켈리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난 행복한 결말을 맞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요.””
 


단호박의 선택 - 『미루기의 천재들』
앤드루 산텔라 저/김하현 역 | 어크로스

 

예전에 허지원 교수님께서 <측면돌파>에 출연하셨잖아요.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는 ‘뼈를 때리고 머리를 쓰다듬는’ 책이었는데요. 이 책  『미루기의 천재들』 은 마감이 있는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뼈를 때리고 머리를 때리는’ 책이에요(웃음).


앤드루 산텔라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데, 시카고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계속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책 전체에 걸쳐서 ‘자신이 얼마나 일을 미뤄왔는지’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절대 나올 수 없는 책’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저자가 ‘미루기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이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말했대요. 그리고 ‘너도 그렇게 일을 미루면서 책을 끝까지 쓸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미루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 누구나 한 번씩은 일을 미뤄봤던 경험이 있다는 거죠.


만약 이 책이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몇 명의 위인에 대해서 말하면서 ‘이들은 미루기를 하지 않고 이런 업적들을 달성했다!’라고 말한다면,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내용은 없어요. 저자 자신도 미루는 습관이 있고, 그걸 정당화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거예요. 마지막 부분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미루기 습관이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계속 맞는 기분이 들어요(웃음).


역사적인 인물들을 끌어와서 이야기하면서 정당화를 하는데요. 예를 들면,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쓰는 데 25년이 걸렸다고 해요. 이미 발견한 것들이 있고, 그걸 책으로 쓰면 되는데, 책을 안 쓰고 따개비 연구에 몰두한 건데요(웃음).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게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따개비가 있다’는 거예요(웃음).


미루기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도 하고, 그러면서 미루기의 역사를 파헤치기도 하고요. 마지막에는 일을 미룸으로써 일을 성취해낸 사람들의 예를 들어줍니다. 그리고 미루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적을 이뤄낸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나도 이런 식의 미루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끝을 맺습니다.

 

 

톨콩의 선택 - 『백래시』
수전 팔루디 저/손희정 해제/황성원 역 | arte(아르테)

 

상당히 두꺼운 책이고, 이미지 하나 없이 글자가 빽빽이 채워져 있어요. 처음에는 이 무게감 때문에 숨이 턱 막혔어요. 그런데 두세 장 정도만 읽어 봐도 수전 팔루디의 팬이 되고 맙니다. 글이 정말 쿨해요. 아주 도전적이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대중문화, 정치 등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백래시에 대해서 썼는데 글이 정말 재밌게 읽힙니다.


책의 제목이  『백래시』 이죠. 반격이라는 뜻인데, 부제는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입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정말 놀라운 게 있어요. 페미니즘이 정점으로 달려간다 싶으면, 온 사회가 짜고 친 듯이 모든 면에서 반격이 일어나요. 너무 놀랍게도, 어떤 수뇌부가 하나 하나 지시를 해서 동시에 진격시키는 것만큼이나 사회 전반에서 공격을 하고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정점이라고 해봤자 동등한 권리인데, 그걸 쟁취하러 가는 오르막을 못 올라가게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져요. 이 책이 1991년에 나왔는데,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너무 쿨하고요. 지금의 우리나라, 전 세계의 흐름에 너무나 걸맞은 책이라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예전에 이브 생 로랑이 ‘르 스모킹 컬렉션’으로 여성들에게 턱시도를 입혔잖아요. 당시에 여성들은 파티가 있으면 다 이브닝 드레스만 입어야 했는데 바지 정장을 입힌 거예요. 이 혁명적인 ‘르 스모킹 룩’이 나오면서 여자들이 바지를 입은 게 쉬크한 게 된 거죠. 그러고 난 뒤에 여자들이 너도 나도 바지를 입기 시작하고 바지 정장에 대한 일을 하는 여성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거예요. 그랬더니 백래시가 어떻게 나타났냐 하면, 더 상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옷을 입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바지 정장을 입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러플이 있고 움직이기에는 불편한 옷을 여전히 원하고 있다는 게 모든 패션 매거진에 실려요. 하지만 당시의 수요를 조사해 보면 여성들은 바지 정장을 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하는 걸 미디어에 뿌리는 거죠. 수뇌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런 걸 막아야 된다’고 하는 게 백래시로 일어나는 거죠.


『백래시』 를 읽으면 뭔가가 착착 깨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수전 팔루디 저자의 매력인 것 같은데요.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서도 명쾌해져요. 그걸 너무 열 받게 쓰지 않았고요. 읽는 재미도 아주 컸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백래시를 바라볼 때 조금 덜 당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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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