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히 들여다보아야하는 것은 나 자신 - 뮤지컬 <호프>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요제프의 원고’와 ‘에바 호프’가 있다. 당장 그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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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요제프의 원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뮤지컬 hope는 110분 간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 진부한 명제를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시금 삶의 주제를 아로새긴다. 작품은 2018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최종 선정작으로 지난 1월 9일에 먼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먼저 관객들과 만났다.

 

현대문학 거장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에버 호프 사이에서 30년 동안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탄생한 이 작품은 원고를 둘러싼 재판이라는 큰 틀 안에서 주제의식을 완성해나가는 캐릭터와 서사는 모두 창작된 내용으로 전개된다.

 

동네의 미친 여자라 불리는 노파 에바 호프는 요제프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30년간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며 평생에 걸쳐 홀로 투쟁한다. 모든 사람은 호프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받기위해, 돈 욕심에 읽어본 적도 없는 종이쪼가리에 집착한다며 비난한다. 연극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왜 그녀가 그렇게 원고에 집착하게 됐는지 풀어나간다.

 

천재작가이지만 무명이었던 요제프는 지식인이었던 친구 베르트에게 자신이 죽게 되면 원고를 불태워달라는 부탁을 한다. 요제프의 원고를 불태우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베르트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연인이었던 유태인 마리에게 원고를 소중히 보관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피신시키며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마리는 그 원고를 베르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며 자신의 딸 호프와 함께 유태인 수용소에 갇힌 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원고를 지킨다. 전쟁이 끝나고 베르트를 다시 만났지만 그는 마리를 배신하고, 마리는 이전보다 더 원고에 집착하며 원고만을 붙잡고 은둔하며 살아간다.

 

딸보다도 더욱 소중히 오직 원고만 바라보는 엄마 때문에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이어가던 호프는 연인 카델을 만나 희망을 찾지만 결국 원고 때문에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삶의 의미를 스스로에게서 찾지 못하는 호프는 엄마가 돌아가시자 그토록 이해할 수 없던 엄마의 행동처럼 원고를 지키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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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비난 한 가운데서 호프는 마침내 원고를 떠나보내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마주해간다. 그 옆에는 의인화된 원고 K가 그녀를 응원한다. 그녀는 조금씩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되짚어보면서 “원고 없이도 나 자신이 에바 호프임을 증명”해내며 자신을 옥죄어온 집착에서 탈피해간다.

 

극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에바 호프는 마침내 비로소 원고를 완전히 던지고 진정한 에바 호프로 다시 선다. 풍성한 극적 연출과 치밀한 감정의 전개가 뒷받침되면서 관객들은 현실 저 너머의 이스라엘 재판장과 자신의 현실속 삶의 무대를 비교하게 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요제프의 원고’와 ‘에바 호프’가 있다. 당장 그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극을 통해 나에게 있어 ‘요제프의 원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살펴봐준 것이다. 당장 집착을 버릴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에바 호프에 이입해 울고, 혼란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그녀와 동화되는 과정 안에서 충만한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뮤지컬 HOPE의 제목은 그래서 관람을 마치고 난 뒤에 더욱 짙게 마음에 새겨진다.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울림을 주는 작품   는 오는 5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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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