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개월부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34개월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던 아이, 예지. 예지가 자폐성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예지 엄마는 많이 아팠다. 예지의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욕심을 부렸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예지 엄마 오민주 씨는 조금씩 깨달아간다. 어느새 예지의 순수한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을 용기가 생겼다는 것을.
엄마가 되어보니 선물의 삶에 가혹한 은혜가 있었고 화목한 회복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오민주 저자는 자폐성발달장애인 딸과 살아가며 꿈을 다시 찾은 엄마다. 주어지는 삶을 그저 믿음 안에서 기도와 나눔으로 살아가면서 예지와 함께 늘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만나 감사를 넘어 감격을 느끼는 평범하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 <맘스 라디오>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 <예지맘의 괜찮아>의 진행자로서 엄마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고 있고, 현재는 국제컬러테라피 한국 색채심리협회 이사로 있으며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들을 후원하는 NGO단체인 사단법인 여울돌에서 대외협력팀장을 맡고 있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 요보호아동(고아)들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위해 기독교 정신이 살아 있는 교회 학교인 김포아름다운 교회에서 수레바퀴 학교를 시작하였고 통합 교육이 가능한 대안 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예지맘, 오민주 씨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선물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육아에 온 힘을 쏟아 붓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언제 엄마가 되었는지, 어쩌다 엄마가 되어 내 아이를 키우게 되었는지 등. 엄마로서의 의미가 무뎌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작가님께서는 정말 ‘엄마가 되어보니’ 어떠신가요?
실제로 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중요한 임무를 맡은 기분이었어요. 저 역시 다른 엄마들과 같이‘엄마’라는 역할은 처음이라 일상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울고 웃고를 반복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예지와는 현재진행형이고요.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에서 더 깊은 감사를 배워 참 좋았다’라는 표현보다는 ‘가혹한 은혜였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생의 아픔 가운데에서 기쁨을 찾으려 노력해왔었기에 괴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소중한 오늘이라 여기고 인내했습니다.
또 저의 경우에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며 이 아이를 통해 장애라는 영역을 인생의 한 배움으로 알아가고 있다 생각해요.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저도 평범한 딸로서 부모님 사랑의 믿음 안에서 성장했다면 이제는 한계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사랑, 무조건 줄 수 밖에 없는 사랑, 아가페의 사랑을 아이와 나누며 성숙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엄마가 되어보니』 책을 보면 ‘오민주로서의 인생’과 예지를 낳은 후 ‘예지맘으로서의 인생’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는데요. 작가님의 입장에서는 ‘여자 오민주의 삶’과 ‘예지맘으로서 삶’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때는 엄마가 되어서 ‘오민주의 삶은 이제 없나‘라고 생각했어요. 소위 말하는 경력단절 '경단녀'라고하죠. 자녀를 출산함과 동시에 엄마들이 흔히 마주하는 일인데..저는 그보다도 조금 더 일찍 결혼하자마자 그리 되었답니다.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이 좋았다가도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나‘생각하면 결혼 전의 모습과는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무기력해지기도 했어요.
어쩌면 엄마라는 타이틀은 여자의 일생을 송두리 째 바꿔놓는 시작점 같아요. 큰 변화가 있다면 오민주 만의 삶이었다면 이제는 예지와 함께 있는 예지맘의 삶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 가운데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분명 그 안에서 내 모습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해요. 큰 차이는 없어요.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오민주 씨.민주 쌤 또는 예지맘으로 불리워지는 이름만 좀 다를 뿐이에요.
맘스 라디오 유튜브 <예지맘의 괜찮아>진행을 맡으시고 가장 뿌듯했거나 기뻤던 순간, 또는 진행 맡길 정말 잘했다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예지맘의 괜찮아>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을 위한 최초 인터넷 방송이었고요. 시즌1 팟캐스트와 시즌2 유투브 방송은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각각 방송하며 보람된 부분이 다르게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중에서도 팟캐스트 진행 때 받은 감동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팟캐스트 96회 방송동안 많은 분들이 출연에 동참해주셔서 함께 할 수 있었고 모두 재능기부로 자원해주셔서 더 기뻤어요. 저도 처음 하게 된 일이었고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을 위한 방송이었기에 더 조심스러웠던 마음에 첫 방송 이후 반응이 무척 떨렸었는데요. ‘너무 좋다. 힘이되고 위로된다. 존재만으로도 귀한 방송이었다’라며 감사하게도 방송 후 보내주신 말씀들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들이였어요.
그리고 이어 10편 기획으로 방송된 <예지맘의 괜찮아> 시즌 2의 주제는 발달장애인의 성, 이성교제였어요. 이때는 ‘발달장애인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사회인식개선에 도움 되는 귀한방송이다.’ 라는 말씀까지 들어서 참 감사한 마음을 많이 받았어요. 방송을 보고 나서 보내주신 후기들을 읽으며 저도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방송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어요. 방송하는 동안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이렇게 제 이야기들을 경청해주시고 같이 공감하며 울고 웃었던 많은 분들과 함께 진행하는 내내 행복하고 정말 보람찼어요. 제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는 세상과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믿음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고요. 사실 힘들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기쁜 날들이 더 많았어요.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어요.
요즘 일상에서는 사소한 행복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사소함으로부터 오는 감사함을 잊고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책에서 만물의 소중함과 감사함에 깨달음을 주는 표현을 많이 쓰셨어요. 작가님은 인생에 매 순간마다 오는 것들에서 감사함을 얻는 방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래도 저는 주변에서 ‘초긍정이다‘ 라는 얘기를 자주 들을 만큼 주어진 상황에 크게 힘들어하지 않아요.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떤 것을 배우나’ 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누군가에게 불평을 잘 안해요. ‘힘들어도 선한 뜻이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오히려 저는 자폐성발달장애인 자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것에, 더 많이..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에게는 쉽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이입장에서는 안 되는 것, 못하는 것, 두려운 것이 많은 딸 예지가 작게나마 소망의 믿음 속에서 자라나 새로움에 하나씩 도전하고 그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소박하지만 예지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제게는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하루'를 선물이다 라고 믿는 믿음의 시작부터가 선물같은 하루를 보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에 소중함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것에서 부터 감사함을 느껴보세요. 생각보다 감사한 일들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으니까요.
‘지금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라는 소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현재 사회에는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완벽함이라는 틀이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삶의 틀이 있어요. 꼭 어떤 것을 완벽하게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때로는 무거운 마음도 있지만 “일단 제게 맡겨졌으니 합니다”에 더 가까워요.
그리고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모든 상황을 통해 내 아이가 변화됨을 바라기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바뀌어야 된다 생각해요.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가지 상황을 겪고 그 안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순간만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만들어요. 그렇다고 매순간마다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저도 천사가 아닌지라..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애쓰는 쪽이랍니다.
그래서 제가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들 중 하나는 스스로 헤아림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 기도하는 시간을 한 달에 한번은 꼭 갖는 편이에요. 사람마다 각자의 내면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내면에 치우치지 않도록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하는 기도가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앞서 말한 그대로, 지금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요. 인생에서 힘들고 아픈 순간들도 있지만 살아 숨 쉬는 오늘의 존재 자체에 감사를 느낄 수 있는 하루가 소중한 인생의 선물임을 믿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이렇게 말해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라고요.
차후에 예지와 함께하고 싶은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얼마 전에 예지랑 약속했어요. 예지가 아기일 때 살았던 독일 프라이브르크 옵핑엔에 다시 꼭 가자고요. 이 약속을 꼭 지켜주고 싶어요. 갈 수 있겠죠?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개선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점, 편견에 관해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인들 서로 다른 특성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의사소통에 어려움 있는 발달장애인인데, 이 분들도 사람이고 사랑하고 싶은 하나의 인격체임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이분들의 마음과 말이 사회 속에서 잘 소통될 수 있길 바랍니다.
발달장애인들도 한 인권을 가진 인격체이므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합니다. 그래서 우선 저는 아이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정을 믿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노력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선택을 믿어주고 사랑하며 존중한다면 그 자녀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이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즐거움과 기쁨을 동반한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존감 향상에 큰 영향을 줍니다. 발달장애인이라 해서 무조건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과감히 지워야 합니다. 이들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먼저 믿고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시각을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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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보니오민주 저 | 젤리판다
그저 아무것도 몰랐던 저와 예지에게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교감’이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예지는 오늘도 말하며 글로 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