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을 이기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비결
문제는 시간과 자원이 더는 싸지도 않고, 싸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목표를 빠르게 또는 싸게 달성하는 것보다,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21세기는 ‘열심히’보다는 ‘제대로’가 통용되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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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급격하게 2, 3차 산업혁명을 완수했으며, 대량생산 체제하에서 빠른 추격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아울러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4차 산업혁명에서 독일, 미국, 일본 등에 밀리고 새로운 추격자인 중국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성장은 정체되고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의 태세 전환은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나라가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연세대 산업공학과 지용구 교수는 신간 『복잡성에 빠지다』  을 통해 그 핵심적인 원인을 우리 사회와 경제 곳곳에 쌓인 ‘복잡성’에서 찾는다. 즉, 우리 기업들이 창의적인 지식과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와 기존 기술이 통용되는 시장에서 빠른 속도만 추구하는 성공 방정식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빠른 추격자로서 그동안 우월적 효율성을 통해 거둔 성공과 동시에 축적된 복잡성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내부에 쌓인 복잡성의 실체와 폐해를 분석하고, 복잡성과의 전쟁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제시한다.

 

저자의 말과 저자 소개를 보면,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요인이 ‘복잡성’임을 간파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를 잠깐 언급하고 계신데, 개인적 경험과 관련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용자 경험(UX)에 관해 연구하면서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기술과 기능 측면에서 복잡하게 제품을 만드는 데 빠져 있는 기업들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시작했는데, 조금 쓰다 보니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과 여러 조직이 전략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복잡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국가 대형 과제의 책임자로서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가 R&D 프로세스에 쌓여 있는 복잡성이 보였고, 제가 몸담은 학교와 대기업(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과의 산학 과제에서는 본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부가적인 일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성과가 훼손되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다 필요한 것 같고 개개인이 모두 합리적이고 성실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도 보잘것없는 경우를 보면서 그 원인을 복잡성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여러 분야로 넓혀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자료 조사를 통해 많은 분이 복잡성에 대해 여러 분야에서 지적한 것을 하나로 묶어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시작한 결과가 이 책입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복잡성이라는 개념이 다소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복잡성에 얽힌 개인적 경험을 말씀해주셨는데, 우리가 복잡성이라는 개념과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예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책에서 말하는 복잡성이란 필요 이상의 것들이 모여 혼란을 일으켜 제대로 된 일을 못 하게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한반도의 문제를 예로 들자면, 문제의 본질은 남과 북에 있습니다. 따라서 남과 북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직접 풀어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힘으로 안 되니 미국 정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문제의 범위를 키워서 과거의 경우처럼 6자회담을 한다면 남과 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각자의 이익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제를 보기 때문에 한반도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복잡성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원칙을 정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직간접적인 요인들을 고려하여 처음 정한 방향과 원칙은 사라지고 복잡한 규정만 담은 것이 매번 나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따로 말 안 해도 아실 것입니다.

 

과거 성장 일변도의 한국 사회와 경제가 오늘날에 이르러 복잡성이라는 중병에 빠졌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복잡성의 폐해는 무엇이며, 우리가 이러한 복잡성에 빠지게 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복잡성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폐해는 사회구성원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변화했는데 여전히 낡은 기존의 방식으로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복잡성이 쌓여 있는 현재의 사회시스템을 가지고서는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대다수 구성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특징은 성과 위주의 성장 지향적이라는 것입니다. 성과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의 투입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정당화되었습니다. 그러한 성공 방정식은 현재 한국의 경제적 번영과 위치로 합리화되었고 이것이 우리 사회가 복잡성에 빠지게 된 원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과 자원이 더는 싸지도 않고, 싸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목표를 빠르게 또는 싸게 달성하는 것보다,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21세기는 ‘열심히’보다는 ‘제대로’가 통용되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복잡성 문제와 관련해 교수님은 이 책에서 세부적으로 전략의 복잡성, 제품/서비스의 복잡성, 조직의 복잡성, 프로세스의 복잡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계십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복잡성 문제는 무엇이며, 그와 관련된 예를 짧게 한두 가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변동성이 매우 큰 환경이라 ‘전략’에 쌓여 있는 복잡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기존에는 표적이 고정되어 있어서 전략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으나, 지금의 환경은 표적이 움직이거나 새로운 표적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전략에서 복잡성이 증가할 경우 움직이는 표적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새로운 표적을 찾아내서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기가 불가능합니다. 본질에 대한 고민을 통해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전략에서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미국 금융위기 때 GM 자동차의 도산 위기는 방만 경영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것을 복잡성으로 표현하면 고객이 사고 싶은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팔아야 하는 목표와는 거리가 먼 여러 전략을 회사에서 추구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입니다. 국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위기도 전략의 복잡성 측면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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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성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어려운 것, 즉 복잡성의 끝판왕으로 입시 제도를 언급하셨습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대기업의 인재 채용 제도도 비판하셨습니다. 복잡성의 관점에서 (대입을 포함해) 미래의 인재 선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게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인재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여러 주장이 합쳐져서 누더기가 된 현 입시제도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다시 고민했으면 합니다. 입시제도를 통해서 좋은 인재를 키우고 선발한다는 것이 맞는 전제인지 의문입니다. 입시제도에서 복잡성을 초래한 본질은 먹고사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먹고살려면 실력 있는 인재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실력에 대한 평가 잣대가 잘못된 한국 사회에서는 결국 서열화를 통한 ‘간판’ 획득이 실력 있는 인재와 동일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기업도 손쉽게 인재 획득이라는 형식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서열화된 대학 사회와 담합을 했습니다. 70%를 웃도는 대학진학률에서 실력 있는 인재에 대한 책임은 대학이, 그리고 실력 있는 기술자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짊어져야 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입시제도란 도구가 아니라 입시제도가 담겨있는 그릇에 있습니다. IMD가 평가한 2016년 ‘세계인재지수’를 보면 소위 순위가 높은 대학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의 인재지수 순위가 14위, 일본이 30위이며, 한국은 38위입니다. 반면에 세계인재지수가 최상위권인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등의 대학들은 국제대학순위에서 상위권에 해당되는 수가 많지 않지만,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보다 훨씬 성숙한 사회시스템, 즉 좋은 그릇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좀 더 중장기적인 사회제도의 변화와 개선이 입시제도와 같이 가야만 입시제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며, 입시제도 내의 제도와 규정의 변경을 통한 복잡성의 증가는 절대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업도 성숙한 사회에 적합한 채용 시스템으로 앞장서서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복잡성 문제를 말씀하셨는데요, 6장에서는 이러한 복잡성을 관리하고 측정하는 방법들도 제시하셨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복잡성의 덫에서 벗어나 한 단계 높은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 사회를 이루는 각 개인, 기업, 정부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말씀해주세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복잡성에 덫에 빠져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곁가지에 휘둘리면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 측면이 많습니다. 개인도 주어진 시간 내에 제대로 일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며, 기업도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전달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커진 몸집을 줄여야 하며, 정부는 우리 사회의 심판자 역할에 빠져서 규제 등을 통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원칙으로 그들의 가치를 대변하고 실현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인위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고통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 52시간이 시작되자 많은 사람은 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들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동안에 복잡성으로 가려졌던 문제점들을 개선하여 좀 더 다르게 일하는 방식 (예, 회의 방식 개선)을 통해 업무의 효과와 성과를 전과 같이 가져가려는 노력이 일어났습니다.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전환 시 반대하던 목소리가 맞는다면 대한민국은 벌써 이류 국가로 낙오되었을 것입니다. 그때도 복잡성으로 가려졌던 문제점들을 우리가 슬기롭게 해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복잡성과의 전쟁’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자로서 향후 우리 사회의 복잡성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심화된 연구 계획이나 집필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번 책의 목적은 우리 사회 내의 복잡성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강한 몸을 예로 들자면 기존의 책들은 건강한 몸을 소개하고 그 몸이 지닌 장점들을 이야기했다면, 저는 사람들의 몸이 건강한 몸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를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슈 제기만 하고 해결책에 대한 제시가 없어서 절름발이식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복잡성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많은 분야에서 제시되었는데 그러한 방안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제시하는 책을 쓰려고 합니다. 제 본래의 연구에서는, 향후 우리가 경험하게 될 자율주행자동차 내 서비스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서비스들에 대하여 사용자 관점에서의 복잡성을 다루는 모델을 개발하고 평가하여 좀 더 편리한 서비스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복잡성에 빠지다지용구 저 | 미래의창
세계 시장의 빠른 추격자로서 그동안 우월적 효율성을 통해 거둔 성공과 동시에 축적된 복잡성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내부에 쌓인 복잡성의 실체와 폐해를 분석하고, 복잡성과의 전쟁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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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