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청소년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죠.”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는 방황을 일삼으며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살아온 열여덟 살 소녀 산하가 기억을 잃어버린 열일곱 살 소년 정서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여름방학 동안의 이야기다.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 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정치 현실을 진실하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이인휘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춤한 문체를 정교하게 가다듬고 감정과 분위기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며 소설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는 작가님의 첫 청소년소설입니다. 어떠한 계기로 청소년소설을 쓰게 되신 것인지 궁금해요. 소설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으셨는지요?
나이 든 분들의 사고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과 소통해 보고 싶었죠.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잃어버린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의 소리를 전해 주고 싶었어요. 생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숲속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난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또한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생생히 보여 주면서 물질 만능의 정신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알려 주고 싶었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세워 갈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산 지 10년이 됐습니다. 어느 날 맑고 청량한 새가 우짖는 소리를 들었는데, 놀랍게도 새의 소리가 아닌 언어로 들렸죠. “니가 없으면 어떡해!”라고 들린 새소리가 너무나 신기했는데, 지금도 꾀꼬리 소리는 내게 “니가 없으면 어떡해”라고 들립니다. 자연과 생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바로 이 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나와 네가 공존하는 삶을 그 새의 소리가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물밀 듯이 몰려와 쓰게 된 겁니다.
십대의 감성을 무척 잘 잡아내셨습니다. 청소년 캐릭터를 작업해 가는 데 어려움이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글을 써야겠다고 했지만 과연 청소년의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래서 청소년들을 그린 영화들을 여러 편 봤어요. 그래서 그런 건지 막상 글을 시작하자 그들의 감정 세계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이 소설은 두 달 보름 정도의 시간 동안 줄기차게 썼어요. 그만큼 저 역시 글 속의 인물들 속으로 들어가 산 것이죠. 다행히 의도한 대로 글이 써져서 기쁘고 다행이다, 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무척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작가님은 요즘 사람들, 이른바 ‘요즘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1990년대 들어와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세계 속으로 급격하게 빠져들었죠.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구조차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절박한 생존의식에 사로잡혀 버렸다는 것이죠. 그런 생각들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사람들 사이가 돈에 의해 결정되는 비정한 사회 풍토가 조성된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물질 만능’이라는 병폐에 갇혀 시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이에서 떠도는 흙수저, 금수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생망, 헬지옥 등등의 말들은 단적으로 그런 사회의 모습을 설명해 주는 언어죠.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의 결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는데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독자들이 있을 법도 합니다. 과감히 결말을 밀고 나가셨기에 더욱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 놓으셨나요?
청소년들에게 헛된 치유와 행복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가짜거든요. ‘정직한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과 우리가 만들어 놓은 비정한 세계를 드러내고 싶었죠. 그런 이야기 속 세계에서 청소년이 스스로를 돌아다보기 원한 것이죠. 다만, 이 글을 서정적으로 그려 내고 싶었어요. 비극까지 서정적으로 그려서 아픔까지도 따뜻하게 껴안고 싶었던 것이죠.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결말 역시 마음에 담고 썼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 강원도 부론면의 한 마을에 머무신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 가시지요. 도시에서 시골로, 삶의 공간이 달라진 점이 작가님의 글쓰기 스타일이나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나요?
세상을 보는 눈의 중심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은 표현까지 많이 순화됐죠. 아마도 자연 속에 살다 보니 보이지 않게 자연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청기산은 우리 집 앞산입니다. 맑은 기운이 가득한 산이죠. 매일 아침 그 산을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큰 목소리보다 잔잔하게 다가가는 소리처럼 바람에 술렁거리는 숲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가르쳐 주죠. 그렇듯 자연과의 관계는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해 주니 많은 것들의 변화가 내게도 일어났을 겁니다.
그동안 절실한 뜨거움이 들끓는 현장 한가운데 이야기를 담아내 오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인생관, 인생 철학은 무엇인지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은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답이 거기 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글이나 이론도 필요하지만, 행동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습니다. 또한 달라져서 좀 더 인간적인 사회가 된다면 사람 역시 그 물을 마시면서 한 걸음 더 사람다운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이제껏 제 삶은 현실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가게 될 겁니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이후 작가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다음에 쓸 소설은 역사 소설이죠. 한 1년 동안 그 소설을 쓰는데 집중할 겁니다. 이번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청소년들 스스로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를 원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갈 때 그 기쁨과 가치는 커지는 거죠. 청소년들이 그런 삶을 향해 나가면서 우리 사회도 좀 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공존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이인휘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8년 문학 계간지 『녹두꽃』으로 등단했고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오랫동안 노동문화 운동을 해 왔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내 생의 적들』을 포함한 다수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중견 작가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십 년 전부터 남한강이 흐르는 관덕마을로 내려와 해고자 쉼터 그린비네의 지킴이로 지내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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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이인휘 저 | 우리학교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흥미롭게 넘나들며 궁극적으로 전하는 이인휘 작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주제의 진지함은 잃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고 흥미로운 서사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