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 지구생명 보고서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력은 인간 스스로를 포함해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강력하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구생명지수를 분석한 이래로 197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척추 생물 개체수의 60%가 감소했다. 44년간 생물종 절반 이상이 사라졌는데, 채 5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지구에 살았던 생물종의 반이 멸종했다는 의미다. 멸종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 학살, 개발, 기후 변화 등이 꼽힌다. 생물의 멸종은 숲과 강,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며 깨끗한 공기와 물, 음식 기후도 함께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발자국
자연 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를 측정하는 생태발자국은 지난 50년간 190%나 증가했다. 국가별 1인당 평균 생태발자국을 보면, 전 세계의 자원이 어느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이 섭취하는 음식의 양, 상품과 서비스, 자연자원 소비량,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함하여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 지수는 세계 20위,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연 자원에 대한 과용은 심각한 상태로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가 한국인처럼 소비를 지속한다면 세계는 3.5개의 지구가 필요하며, 한국에서 지금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5개의 한국이 더 필요할 정도다. 더불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지구가 제공하는 자연자원을 인류가 다 써버리는 날이다. 물, 공기, 토양 등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자원 재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을 가르키는데, 2018년엔 8월 1일을 기록, 이는 1970년부터 시작된 조사 이후로 가장 빨라진 날짜였다. 인류가 이 같은 수준의 소비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7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과 기후변화
2015년 열린 파리유엔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목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높아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1.5℃ 만이라도 유지하자는 협약을 맺었는데, 현재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1?C 상승한 단계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무려 3.7℃나 높아질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성분이 탄소인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문명은 150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40% 높여 놓았고 그 사이 지구 온도는 상승했다. 평균기온 2도 상승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상이변의 피해를 훨씬 넘어선다.
극지방의 빙하는 사라질 것이고, 해수면은 상승해 많은 섬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진다. 나무들은 죽어가면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고 여름은 더욱 길어질 것이고 폭염 등 이상기온현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악의 폭염 기록을 남긴 2018년 기준 서울의 여름은 100년 사이에 94일에서 142일로 길어졌고 일년의 1/3이 여름인 시대가 됐다. 2018년 우리나라는 일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전국 폭염 일수가 31.4일로, 평년 9.8일을 훌쩍 뛰어넘었고,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는 17.7일(평년 5.1일)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4526명,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
세계 경제포럼과 엘렌 맥아더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바다에는 1억 6천 5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떠있다. 이 추세로라면 2025년 바다에는 3톤의 물고기당 1톤의 플라스틱이 있는 걸로 예상되면 2050년의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그리고 흑해를 둘러싼 전세계국가들이 2010년 한 해에만 25 억 톤의 고체 쓰레기를 배출했다. 그중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약 8백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강에 직접 버려진 쓰레기뿐 아니라 내륙의 쓰레기도 빗물에 쓸려 강과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한 해 25억톤이다. 이 중 한 해 동안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800만 톤, 플라스틱은 바다를 떠다니는 해양 쓰레기의 90%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아일랜드
1997년 요트 선장이자 환경운동가인 찰스 무어는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우리나라의 약 14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을 발견했다. 이후 쓰레기 섬은 북극에도 남태평양에도 지중해에서도 발견되었다. 쓰레기섬의 대부분은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단 5분만에 만들어 5분도 안돼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만 5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등으로 해양생물 267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뱃속 가득 플라스틱을 품고 죽은 고래의 사체, 새끼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게워 먹이는 어미새의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돌고 돌아 사람에게 향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 결과 굴?홍합?바지락?가리비 4종의 패류에서만 한국인이 연 2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추정됐고 소금이나 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세계의 노력각국의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접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고 유럽연합은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해 10개 품목을 2021년부터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도 하와이주나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별로 일부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나섰으며 케냐는 2017년부터 강력한 비닐봉지 사용 규제에 나섰는데 비닐을 제조하거나 판매, 사용하다 적발되면 4년 이하의 징역, 4천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대만은 2030년 이후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우리나라는 올해 4월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참고 : 세계자연기금(WWF)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 유엔환경계획(UNEP)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