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인터뷰] 『어느 날, 우리는』
‘죽음’이란 누군가가 옷을 벗어 놓고 가는 것이 아닐까요.
글ㆍ사진 홍나리(일러스트레이터)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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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는』  은 뮤지션 안승준과 그림책 작가 홍나리의 첫 합작품입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던 우리 둘은,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에 집중해서 같이 작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은 그 첫 시작이며, 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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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네에서 겨우 친해진 길고양이가 죽어서 차갑게 식은 몸을 보았을 때, 내 앞에 놓인 사체가 마치 고양이가 벗어 두고 간 옷 같다고 느꼈습니다. 매일 만나면서도 많이 아팠던 걸 몰랐던 게 미안해서 울었고,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라도 나에게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그럼 그때는 더 소중하게 대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죽음’이란 누군가가 그렇게 옷을 벗어 놓고 가는 것이고, 남겨진 사람들이 그 옷을 정성스럽게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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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나와 남편 ‘안승준’ 작가의 오랜 주제였습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낄 때마다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특히 첫 아이의 탄생 앞에서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것에 대하여 더욱 실감했습니다. 내가 어릴 적, 고양이의 사체 앞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할 때면, 안승준 작가는 정말로 죽음이 그런 것이면 좋겠다고 늘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답을 모르는 이 주제에 대해 우리의 대답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해주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길 바랐고, 시간이 지나 엄마와 아빠가 곁에 없어도 아이를 위로해 줄 무언가를 세상에 남겨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안승준 작가는 글과 노래로, 나는 그림과 이야기로, 함께 하나의 작품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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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고,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이 이야기를 표현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틈이 날 때 작업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하고 후회 없는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우리 부부의 고민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를 공감하고 즐거워해 주는 분들이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안승준 글/홍나리 그림 | 사계절
이별은 다시 볼 수 없기에 힘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만큼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작가가 건네는 결말이 유난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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