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라는 말 뒤에는 보고 싶다는 속내가 있다. “밥 챙겨 먹어”라는 말은 당시을 걱정한다는 말, “밥 먹고 힘내”라는 말은 당신을 응원한다는 말. 이렇듯 밥과 인간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아닐까 싶다. 따뜻한 에세이로 우리의 일상을 위로해 온 정영욱 작가는 인간관계와 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신간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에서 정영욱 작가는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음식들로 인해 깨달은 것들을 알려주며, 감정을 음식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영욱 작가와 함께 그동안 나는 타인에게 어떤 맛의 사람이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맛을 내는 사람이 될지 생각해보자.
먼저 세 번째 책의 출간을 축하드리며, 작가님이 이번 책을 어떤 마음으로 집필하셨을지가 궁금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김씨표류기>예요. 한강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는 주인공이 다리 아래로 뛰어들지만, 운 좋게 살아남아 한강 어딘가 무인도에 표류해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요, 그곳에서 주인공이 옥수수를 키우며 면을 뽑아 짜장면을 해먹는 에피소드가 나와요. 중간에 누군가 그런 김씨를 보고 짜장면을 배달해주지만, 김씨는 기어코 거절을 해요. 자신에게 짜장면은 살아가는 희망이라고 말하면서. 뭐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든 짜장면을 앞에 두고 주인공은 완두콩을 몇 번씩 옮기며 플레이팅 합니다. 그 보잘것없는 것이 뭐라고 몇 번을 고민하며 완두콩을 신중히 얹어 놓는데요. 책을 쓰는 내내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뭐랄까, 이 책의 내용들이 짧게 살아온 작가의 생을 어림잡아 볼 땐 보잘것없는 레시피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희망일 수도 있겠단 마음으로. 그 작은 완두콩까지도 한땀 한땀 옮겨 얹어놓는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 한땀 한땀.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이유가 궁금한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색다른 결의 글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을까요.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오더라고요. 기억은 있는데, 그때의 감정은 남아있지 않아서 글에 감정을 쥐어짜내 적어야 하는 순간이요. 글이 전부 경험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제가 느낀 것 배운 것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내려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것들에 한계점이 온 것 같아 잠시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문체나 글의 분위기는 감성에 살짝 기운 느낌이라면, 이번 신작은 그런 감성적인 면을 많이 내려놓고 쓰게 되었습니다. 작가 본인만의 리프레시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다 보니 문체가 달라졌다거나, 도서의 결이 살짝 다른 것 같다는 피드백을 요즘 자주 접합니다.
글감이나 글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는지도 궁금해요. 이번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으러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원래 맛있는 음식과 사람을 좋아해서 함께 먹으러 자주 나간답니다. 원고 작업 동안 음식을 많이 먹으러 다닌 건 사실 핑계에 가까웠어요. “나 원고 작업 때문에 그런데 같이 밥 좀 먹자. 영감 좀 얻게” 이런 식으로요. 사실 음식을 먹으며 영감을 얻기보단, 머릿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음식을 먹는 상상을 했어요. 가장 많은 질문 중에 하나인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에 대한 답은 뭐랄까, 낭만적이지는 못하지만 시간에서 얻게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탠드를 켜놓고 엉덩이를 의자에 딱 붙여 앉아있는 그 시간에서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 중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치킨. 무조건 치킨입니다. 이유는 치킨이라서 그렇습니다. (웃음)
책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요. 작가님의 인간관계를 맛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맛일까요.
‘간마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간마늘을 숟가락으로 퍼먹는 사람은 없잖아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맛이 상상되네요. 하지만 또 음식을 만드는 데에 간마늘 안 들어가면 섭섭하죠. 꼭 저뿐만 아니라 관계라는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어쩔 때엔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삶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렇게 스며들어 삶의 맛을 한층 더 돋게 해주는, 그런 감초 역할을 하는. 대답하면서 간마늘을 먹는 상상을 하니까 진짜 끔찍하네요.
현재 출판사의 대표도 겸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와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 사이에서 직업적인 고민이나 고충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것은 역시나 인간관계더라고요. 어릴 적엔 사장님이 되면 인간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살아갈 거라 막연히 상상했는데, 막상 그 자리에 앉다 보니 그 어느 위치라도 그 힘든 것은 인간관계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작가와 대표라는 두 가지 직업이 있다 보니, 누군가를 대하는데 조금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뭐랄까 뒤에서 “저 사람은 작가라면서 성질이 왜 저 모양이야”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또, 감정적인 마음과 이성적인 마음을 번갈아 가며 가져야 하는 것이 그렇게나 힘듭니다. 정말 상극의 마음인데 둘을 번갈아 가며 소화하다 보니까 가끔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지킬 앤 하이드 같달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나서 먹으면 좋을 음식 하나 추천해주세요.
음식이 아닌 다른 답을 하고 싶어요. 읽고 나서 먹으면 좋은 음식보단, 이 책을 읽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한 감사함으로 식사를 하는 행위를 추천해도 될까요? “함께 먹을 이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속으로 생각을 하고 식사를 시작하는 식탁을 추천합니다.
*정영욱
정영욱 작가는 부크럼 출판사의 대표이자 작가로 꾸준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데뷔작 『편지할게요』를 시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8년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를 출간, 역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유지 중이다. 정영욱 작가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내게 다정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지난 한 삶의 부분들도 그럭저럭 버틸만한 것이 된다. 그야말로 갓 지은 밥의 따뜻함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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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정영욱 저 | 부크럼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부터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는 잘 차린 한 끼 식사 같은 책이며 읽다 보면 문득 밥 한 공기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