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엄 : ‘2019 젊은 작가 책읽아웃 콜라보 공개방송’이 8월 29일(목) 저녁 7시 30분에 홍대 팟빵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불현듯(오은) : 김세희 작가님, 박상영 작가님 팬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댓글도 엄청 많이 달렸던데요?
캘리 : 우리 <책읽아웃> 진행자 두 분 팬도 정말 많아요. 저는 ‘이 정도면 작가계의 어벤져스 아닌가요?’라는 댓글도 봤어요! 100분을 초대할 거고요. 지금 예스24 홈페이지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바로 보실 수 있으니까요. 8월 19일, 당첨자 발표 전까지 얼른 가셔서 응모해주세요.
불현듯(오은) : 오늘 ‘어떤,책임’ 주제는 ‘어떤 마음이 생긴 책’이에요. 이 말들이 너무 예쁘죠.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뭉게구름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톰보이』
리즈 프린스 저 / 윤영 역 | 윌컴퍼니(WILLCOMPANY)
만화책이에요. 부제가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고요. 만화를 그린 리즈 프린스는 “날 때부터 나는 톰보이였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첫 장면이 원피스를 안 입겠다고 대성통곡하는 리즈 프린스인데요. 정말 귀여워요.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날 이왕이면 할머니가 사준 원피스를 입고 가기를 바란 부모가 원피스를 입도록 설득하는데 이 주인공은 “나는 원피스 안 좋아! 나 저런 거 싫어!” 하면서 엉엉 우는 거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취향이 확고했던 건데요. 33쪽에 중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난 구조되고 싶지 않았어요. 난 영웅이 되고 싶었다고요. 내가 본 수많은 동화와 디즈니 영화에는 구원자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더라고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영원히 잠에 빠지는 저주를 받아요. 백마 탄 왕자님의 키스만이 그녀를 구할 수 있죠.(중략) 여자가 주인공인 동화에서도 꼭 남자가 인기를 독차지해요. 선택의 순간에 저는 왕관을 쓰는 대신 검을 휘두르기로 했어요.”
어렸을 때는 그래서 남자로 태어난 사람을 부러워했다고 말해요. 심지어 자신이 남자로 오해 받을 때도 좋았다고 말합니다. 원래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면 남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고등학교에 가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게 됩니다. 자신은 남성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톰보이’는 그저 편안하게 느끼는 생활 태도라고요. 이것이 자신을 제대로 정의하는 정체성임을 깨달은 거죠. 당연한 얘기인데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요?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여기는 것이 있다면 주변 시선이나 방해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선택해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됐어요.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 | arte(아르테)
서한영교 시인은 예전에 아주 인상적인 인터뷰를 보고 알고 있던 분이에요. ‘시시한 일상도 지키는 시민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거든요. 이후에 서한영교 시인의 강연에 갔었는데 그때도 참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책을 아주 기대하면서 읽었어요. 책이 너무 좋아서 오늘 좀 흥분할 예정입니다.(웃음) 저는 저자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 사회 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좋아하더라고요. 문학적인 문장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깨달았는데요. 페미니즘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도 안 해, 라는 분들이 그래도 왠지 알아야 할 것 같으니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쉽게 읽으시면 좋겠어요.
제목이 탄생한 계기는 심보선 시인의 「형」이라는 시래요.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게 시니까”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태풍의 한복판에 있는 첫 번째로 슬픈 사람들 곁에 있기 때문에 두 번째로 슬플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요. 책에는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되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계속 별표를 치면서 읽었어요.
아기가 나오니 정말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마음을 다해서 아이와 아내를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가능하면 육아휴직을 써. 1년 동안 쓰는 게 어려우면 최소한 100일이라도 써야 해. 아이는 물론 아내에게도 100일 동안은 전폭적인(!) 돌봄이 필요하더라. 딱 100일 만이라도! 나는 그 100일 동안 정말 대단한 경험을 했지. 고민 너무 많이 하지 말자.
제가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건 나를 더 잘 살고 싶고 더 해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주변에 있는 육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하는 분들, 결혼을 해야 할까 또는 아이를 낳아야 할까 생각하는 분들도 읽으셨으면 좋겠고요. 시민이라는 건 뭔지, 사회 속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읽고 나면 분명히 더 잘 살고 싶어지고 사람들을 더 자세히 바라보고 싶어질 거예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강보라 저 | 인물과사상사
제목 들으니 어떠세요? 예전에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나만 아니면 돼’ 같은 말 있었잖아요. 이게 일종의 ‘밈(meme)’이라고 해요. 문화 인자, 문화 요소라는 뜻으로 재현과 모방을 되풀이하면서 이어지는 사회 관습과 문화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이기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불안해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는데요. 여기서 ‘나’란 ‘나의 마음’에 많이 가닿아 있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제가 1년 전에 썼던 시가 떠올라서 읽어드리고 싶어요. 「나」라는 시입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화장실에 갔다//혼자는/혼자라서 외로운 것이었다가/사람들 앞에서는/왠지 부끄러운 것이었다가//혼자여도 괜찮은 것이/마침내/혼자여서 편한 것이 되었다//화장실 거울은 잘 닦여 있었다/손때가 묻는 것도 아닌데/쳐다보기가 쉽지 않았다//거울을 보고 활짝 웃었다/아무도 보지 않는데도/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오은 시, 「나」 부분)
혼자를 생각할 때 쓴 시예요. 밖에서는 잘 웃고, 수다도 잘 떨지만 집에서는 웃으려고 해도 웃음이 가장된 거예요. 과장되기도 하고요. 내가 마음 편하게 웃은 게 대체 언제였을까, 생각하면서 이 시를 썼는데요.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개인이 해야 하는 일을 사회 문화적 현상과 함께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령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혼밥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이게 어려운 것은 혼자인 상태로 놓여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강보라 작가님은 “나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고독 속에서 나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썼어요. 이런 식으로 많은 문화 현상을 ‘나’를 중심으로 풀어가고요. 책을 읽으면서 지금 시대의 트렌드를 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혼자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덮을 때는 혼자여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끝났어요. 혼자도 안녕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82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