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더레코드 제공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BAD’를 추면서 힘차게 자신을 소개한 걸그룹 연습생. Mnet ‘프로듀스48’에 등장한 권은비는 누구보다도 이를 악물고 나타난 도전자 같았다. 과거에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고, 다시 울림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후에는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들을 챙기며 맏이 노릇을 해야 했다. 이런 그의 이력에 비춰보았을 때, ‘프로듀스48’의 모든 장면에서 똑 부러지게 춤과 노래를 해내고 다른 연습생들을 다독이기까지 하는 권은비라는 사람은 합격 도장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권은비의 얼굴에서 하나의 명쾌한 이미지를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섹시하다거나 차가워 보인다거나,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몇 가지 표현으로 그를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대를 할 때 나른하게 뜨는 눈은 사실 커다랗고 동그래서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쪽에 가깝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올린 입매는 다른 일에 집중하거나 카메라가 없는 공간에서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다부지게 일자가 된다. 그럴 때면 궁금해진다. 저 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리고, 좌절하고, 간신히 얻은 기회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을까.
Mnet '프로듀스 48' 캡처
소위 ‘반전 매력’이라는 단어는 권은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자신을 채찍질하고, 당당하게 무대 위아래를 누빌 수 있도록 노력해온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경험이 녹아 들어 만들어진 권은비라는 인물은 지금의 아이즈원이라는 거대하고 푸르른 나무의 굵고 깊은 뿌리 같은 존재다.
정작 본인 입장에서는 2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끝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름대로 수많은 아이돌을 만나본 기자의 입장에서, 나는 드물게 확신한다. 아이즈원으로서의 2년은 앞으로 찾아올 권은비의 10년에서, 20년을 통틀어 가장 시끌벅적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끌벅적함만으로 권은비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를 미리 판단할 수 없을 거라고. 수없이 겪은 실패와 한 번의 성공은 도리어 수백 번의 성공보다 더 신중하게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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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권은비를 보고 있으면, 무엇을 하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즈원의 무대에서 늘 우아한 클라이막스를 담당하는 퍼포머이자 모든 멤버들을 포용하려 노력하는 리더. 좀 더 자세히 알고 보면 ‘프로듀스48’에서 친오빠의 군대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가 화제가 된 사실을 알고 “그냥 입은 건데…….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라고 신기해하는 귀여운 사람. 권은비는 아이돌로서, 아이돌 뒤의 한 여성으로서도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즈원의 다른 멤버들에게, 또래 여성들에게 커다란 힘을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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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의 첫번째 미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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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의 첫번째 포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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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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