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축과 페터 한트케, 45년 만에 노벨문학상 동시 수상
2018년 성추행 스캔들로 노벨문학상을 발표하지 못했던 한림원은 작년 수상자를 포함해 2019년 두 명의 수상자를 동시 발표했다.
글ㆍ사진 정의정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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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한림원

 

 

 2019년 10월 10일 오후 8시(한국시각), 한림원이 부른 이름은 올가 토카르축과 페터 한트케였다. 성추행 스캔들로 8명의 위원이 사퇴 및 활동 중지를 선언하면서 작년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했던 오명을 딛고 발표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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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축 작가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잃어버린 영혼』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올가 토카르축은 1962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85년 졸업한 이후 브로츠와프로 이주해 테라피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신화와 전설,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글에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 욕망 등을 다룬다. 1998년 이후 크라나노프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거주하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책의 인물들의 여정』으로 데뷔해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다.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모음집인 방랑자들』은 2008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폴란드 작가로서는 최초로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훈장 은메달을, 2013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상하는 빌레니카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낮의 집, 밤의 집』으로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2015년에 독일-폴란드 국제 교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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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페터 한트케는 한국에 부조리극인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4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전쟁과 궁핍 속에 보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이후 작품에서도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태도로 다수의 혹평을 받았다. 『관객모독』 역시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무대 장식 없이 오로지 배우가 내뱉는 말에 의존해 극을 전개한다. 관객을 향해 파격적인 말을 내뱉는 배우와 그 말을 직접 듣는 관객의 소통은 무대 위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사회의 위선을 폭로했다.


한트케는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빔 밴더스 감독이 영화화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한 한트케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다 마침내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림원은 토카르축의 작품에 관해 “박식하고 해박한 열정으로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이라고 표현했다. 한트케의 작품은 “인간의 경험의 특수성과 주변성을 탐구해 온 언어적 독창성을 보여 준 영향력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 해에 수상자 2명을 선정한 것은 1974년 이후 45년 만으로,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및 수상작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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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축 대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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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축 저 | 민음사

 

휴가를 떠났다가 느닷없이 부인과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 오랫동안 지병으로 고통받던 절친한 벗으로부터 자신을 안락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으로 돌아온 연구원,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달리는 신도들’이라는 종교에 영감을 받아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기 위해 무작정 모스크바로 떠나는 여인, 그리스 로마 문명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지중해로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는 노교수, 인간과 동물의 해부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아버지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딸…….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방랑자들로 이루어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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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축 저/최성은 역 | 은행나무

 

폴란드의 한 신화적인 마을 ‘태고’. 허구와 현실이 절묘하게 중첩되는 공간인이 가상의 마을은 기이하면서 원형적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세계의 소우주인 이 마을에서 20세기의 야만적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시간을 기록한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로부터 분할 점령당했던 시기, 1? 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과 전후 폴란드 국경선의 변동, 사유재산의 국유화, 냉전 체제와 사회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폴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이 마을 주민의 신화적 삶과 어우러져 장엄한 우화를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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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축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사계절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필선 밑으로 고요하며 쓸쓸하고, 동시에 온기 어린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그림책. 2018년 라가치 픽션 분야 수상작이다. 올가 토카르축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속도와 자극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요안나 콘세이요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낡은 것들이 전하는 아늑한 위안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페터 한스케 대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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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 저/윤용호 역 | 민음사

 

베케트 이후 가장 전위적인 작가라고 불리우는 페터 한트케가 서정적인 필치로 풀어낸 견고한 슬픔의 미학. 말을 해체하고 언어의 실험적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전통적인 서술의 큰 흐름을 거스르고자 하는 그의 반서사적 글씨기 방식은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거센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 묶은 두 편은 한트케가 언어 실험적 글쓰기를 극복하고 전통적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문학의 서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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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페터 한트케 저/윤용호 역 | 민음사

 

한트케의 소설은 통상적으로 ‘줄거리 없는 소설’이라고 회자되는데, 이 작품은 한트케가 1970년대 들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한때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석연찮게 실직하고 방황하던 중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며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일삼는 주인공 블로흐의 모습을 통해 소외와 단절의 현대 사회, 그 불안한 단면이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한트케의 오랜 친구이자 영화계의 세계적인 거장인 빔 벤더스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며 만든 작품으로도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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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페터 한트케 저/윤용호 역 | 민음사

 

무대 위에 등장하는 네 명의 배우가 극의 전체 흐름을 주도한다.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무대 장식이나 세련된 디자인, 조명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단순화된 극은, 오로지 배우가 내뱉는 말에 의존하여 전개된다. 그렇지만 파격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과 부조리함을 지적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배우와 그 말들을 직접 듣는 관객, 이들의 소통은 무대 위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가장 도발적인 희곡 중 하나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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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피터 한트케 #페터 한트케 #올가 토카르축 #올가 토카르추크 #eBook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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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미경

2019.10.15

노벨문학상 - 찾아 읽어야겠어요. 한동안 거론되었던 이름들 같은데. 그들의 작품 속 가치관을 만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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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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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2년 페터 로제거 문학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및 프란츠 나블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마침내 2019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트케에게 슬로베니아는 오늘날까지 써왔던 많은 작품들에서 중요한 문학적 토양이 되고 있다. 우선 소설로는 『말벌들』, 『소망없는 불행』, 『세계의 무게』, 『쌩뜨 빅뚜와르산의 교훈』, 『반복』(1986) 등이 있다. 특히 『소망없는 불행』에는 1971년에 51세의 나이로 자살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작품배경이 슬로베니아인, 『반복』은 1987년 슬로베니아 작가협회의 격찬(激讚)과 함께 빌레니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가 1991년에 자주국가로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이 될 때 한트케는 그의 모계에 “지나가버린 현실”로 이어져 오는 슬로베니아를 회상하면서 『꿈꾸었던 동경의 나라와 작별』(1991)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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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데뷔작인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Prawiek i inne czasy)』(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태고의 시간들』은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지 않고, 짤막한 조각 글들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특유의 스타일은 『낮의 집, 밤의 집』(1998)으로 이어졌다. 이후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1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모음집인 『방랑자들(Bieguni)』(2007)을 발표해 2008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8년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에 크게 회자되었고, 영어판 『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2009년에 발표한 추리소설 『죽은 자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2017년에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 [흔적(Pokot)]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야고보서』(2014)는 니케 상과 스웨덴의 쿨투르후세트 상을 받았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훈장 은메달을, 2013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상하는 빌레니카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낮의 집, 밤의 집』이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2015년에 독일-폴란드 국제 교류상을 수상했다. 현재 노바루다 근처의 작은 마을에 살며 집필 활동과 더불어 루타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