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에서 유아/가정살림/건강취미 책을 팔고 있는 이정연 MD는 올해로 직장 생활 3년차다. “이왕 먹고 산다면 가치 있는 것을 다루고 싶은 마음”에 도서 MD를 직업으로 선택, 낮에는 책을 팔고 밤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이정연 MD는 최근 친구들과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만들었다. 동네서점에서 판매 중인 독립출판물 <글리프>는 한 명의 작가를 정해서 그 작가의 작품과 활동을 아카이빙하는 잡지다. 소설가 정세랑을 다룬 <글리프> 창간호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고, 지금은 2호를 준비 중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일로 읽은 책을 제외하면, 소설 『아가미』 와 인문 교양서 『지금 다시, 헌법』 을 읽었고, 경제 경영서 『리테일의 미래』 를 읽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최근 친구들과 구병모 작가의 전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글리프> 다음 호 힌트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가미』 는 구병모 작가의 장편 소설로, 귀 뒤에 생긴 아가미로 물 속에서도 자유로이 생활할 수 있는 인어 같은 사람, '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낯선 생김새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법한 '곤'에게 이름을 지어준 '강하'의 양가감정이 잘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사회 문제를 꿰뚫는 직관과 그것을 풀어내는 서늘한 정서를 좋아합니다.
『지금 다시, 헌법』 은 독 서모임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책을 따라 읽는 모임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다시, 헌법』 은 팟캐스트에서 2016년 말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에 다룬 책이었는데, 방송 당시에는 못 읽고 이번 검찰 개혁 요구 시위를 보며 모임원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헌법의 각 조항이 어떤 과정으로 지금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바뀌어야 할 조항이나 동물권처럼 추가되어야 할 조항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거리가 넘쳐나서 모임 날 풍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참, 이 모임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 예스24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선정 도서를 따라 읽기로 했답니다.
『리테일의 미래』 는 예스24 웹페이지에 노출할 도서를 선정하는 도서 MD 편집회의에서 경제,경영 MD님이 소개한 책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하나 둘 파산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점검하고 유통업의 새 방향을 제시합니다. 저도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어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팟캐스트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에 저자가 출연했더라고요. 아직 3분의 2 정도밖에 못 읽어서 다 읽은 후에 팟캐스트를 들어 봐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위 질문에서 드러나듯이 팟캐스트에서 다룬 도서를 먼저 살핍니다. 평소 출,퇴근길이나 집안일 할 때에 다양한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데, 저자가 출연하거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모범생 기질 때문인지 읽지 않고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신뢰하는 팟캐스트가 추천하니 자연스럽게 검색해보게 되고요. 그래서 가급적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로는 <책읽아웃>, <듣똑라>, <시스터후드>, <을들의 당나귀 귀>가 있습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변태 같은 책을 좋아합니다. (웃음) 하나만 파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눕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눕기의 기술』 이나 연필 깎는 법을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연필 깎이의 정석』 같은 책이요. 이걸 누가 읽나, 싶겠지만 제가 읽습니다. 『한국영화 100년 영화광고 100선』 과 『1000 스니커즈』 처럼 하나의 주제로 집요하게 아카이빙한 책도 좋아합니다. 점점 더 세상이 거대하고 빠르게 느껴져서, 작은 것에 주목한 책이 더 소중해 보입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안미옥 시인의 시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 을 읽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거든요. 무너지려는 마음을 일으키기보다는 함께 어쩔 줄 몰라하는 글이라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설리 씨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또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런 ‘시인의 말’을 쓰는 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스24의 관심작가 알림 서비스를 신청해두고 신작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것을 보고 싶었다. 다른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 못 되었다./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것이 뼈아팠다./내가 싫어지는 때가 많았다.//그럼에도 계속 쓰는 사람이었던 것은, 내가 매 순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돌이켜 생각하니 선택의 순간이 많았다./그때마다 나를 붙들어준 문장과 사람들의 말이 있었다./결국엔 함께하는 일. 나는 함께 살고 싶다.”
- 안미옥,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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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안미옥 저 | 창비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세계를 펼친다. 안미옥의 첫 시집을 읽으며 우리는 ‘시’란 근본적으로 ‘노래하듯’ 말하는 것이고, 의미 또는 감각 이전에 마음에 먼저 와닿는 것이라는 소박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