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순 “그림책도 사회의 그늘을 담을 수 있어요”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곁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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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는   『아빠의 술친구』  에 이은 <세상에 귀 기울여요>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폭력 문제의 중심에 서 있지만, 세상에서 소외된 아이의 이야기를 ‘나무’란 소재를 통해 담담히 풀어냈다. 그림을 그린 고정순 저자는 이 책을 작업하며 “비폭력을 위해 폭력을 묘사한 글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폭력의 대물림 문제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글과 그림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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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아빠의 술친구』  에 이어 김흥식 작가님과 두 번째 책을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세상에 귀 기울여요> 시리즈를 함께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 편의 시 같은 글을 쓰신 김흥식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우리 두 사람의 협업을 도와주신 출판사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처음 원고를 받고 0.01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누가 이 글을 보고 좋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작업하고 싶다는 조바심이 컸습니다. 그림책의 소재 폭을 넓힐 작품이고, 사회의 그늘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폭력의 근원을 찾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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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폭력’ 그리고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작업하셨는지 그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아빠는 맨주먹으로 나무를 심는다. 그래서 열매들도 아빠의 주먹을 닮아 동그랗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무리 아파도 당사자들보다 더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비폭력을 위해 폭력을 묘사한 김흥식 작가님의 글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폭력 묘사의 수위를 정하고, 폭력 자체를 미화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글의 뒤를 따르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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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그림은 특별하고 고유합니다.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데요. 작가님 특유의 개성이 담긴 그림 스타일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가드를 올리고』  의 주인공은 저였고,  『엄마 왜 안 와』  속 주인공은 오랜 시간 저와 함께 작업한 편집자 친구입니다. 하지만 책을 내고 시간이 지나니 두 책 모두, 아니 제가 만든 책 전부 주인공은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그리기 위해 최대한 현실 속 인물을 묘사하고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 했습니다. 저에게 한국적인 정서는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입니다.

 

작가님은 그림책을 통해 독립서점에 찾아오는 분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만남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빠의 술친구』  독자 중 다수가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의 그늘은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  를 보고 오신 택배 기사님의 아내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작가에게 직접 알려 주고 싶었다는 말.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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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는 (             )이다.

 

(가장 깊은 그늘까지 나무라고 말해 주는 책)이다.

 

이번 책에는 빠졌지만, 늘 지은이 소개에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만 언제나 실패한다’고 소개하는데요. 지금도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르의 속성을 벗어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때로는 몸의 통증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늙음과 죽음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소리 없이 죽어가는 청소년 노동자를, 생명을 찍어내는 공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실패해야 다음이 있는 거니까. 그렇게 믿습니다.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떤 작가로든 기억에 남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단, 이야기꾼으로서 욕심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곁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정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그림책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철사 코끼리』, 『가드를 올리고』, 『엄마 왜 안 와』, 『최고 멋진 날』, 『슈퍼 고양이』, 산문집 『안녕하다』 등을 쓰고 그렸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의 술친구』,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외 다수가 있다. 책을 만들며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김흥식(흥흥) 글/고정순 그림 | 씨드북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니까요. 그런데 아이도 아빠처럼 나무를 심기 시작합니다. 아빠가 했던 것처럼, 아이도 여기저기 맨주먹으로 나무를 심습니다. 그렇게 나무는 자랍니다, 걷잡을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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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고정순 작가 #나무 #폭력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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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