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만난 배우들, 그 못다 한 이야기
어느덧 연륜이 느껴지는 이창용, 날아다니던 서경수, 너무 느긋한 강필석과 너무 산만한 김대현, 임병근, 말하지 않아도 배우처럼 생겼는데 자기만 모르는 윤소호...
글ㆍ사진 윤하정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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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도 다양한 공연을 취재하면서 수많은 배우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종종 얘기하지만, 인터뷰는 공적으로 만나 다소 사적인 얘기를 하는 꽤 애매한 작업이고, 그 사적인 얘기를 다시 공적으로 써내야 하는 것이 기사라고 할까. 그러다 보니 기사에는 알아서 거르거나, 표현을 바꾸거나, 좀 더 갖춰진 문장으로 표현된 인터뷰 현장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사로 노출된 적절한 수위의 질문과 답변이 나오기까지는 가벼운 농담부터 온갖 푸념과 불평, 무대 안팎의 이런저런 얘기,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까지 오가다 보니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배우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고, 무대 뒤편의 재미있는 얘기들을 들을 때도 있고, 이 배우에게서 저 배우의 근황을 들을 때도 있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 전체적인 기사의 맥락을 위해 아쉽게 기록되지 못하는 법. 그래서 올해도 2019년 마지막 기사로 특별히 준비했다. <윤하정의 공연세상>에서 만난 배우들, 인터뷰 그 못다 한 이야기! 

 

 

 

어느덧 연륜이 느껴지는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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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10주년 공연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창용 씨를 지난 시즌에 만났을 때다. 이창용 씨와는 조금 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그의 데뷔 초, 기자의 공연취재 초반, 그러니까 충무아트홀 1층에 우동(가락국수)집이 있던 시절,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인터뷰를 하느라 서로 곤혹스러워하다 각인된 사이라고 할까. 덕분에 이창용 배우의 성장기를 쭉 지켜본 셈인데, 재밌는 게 5년 전까지만 해도 ‘곧 결혼한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며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를 막 하더니, 어느덧 말을 조심히 가려서 하는 것이다. 진정한 배우가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는 다음날 공연이 없으면 야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놀았는데, 이제는 술도 거의 안 마시고 일찍 자고 노래도 다시 배우는 등 배우로서 공연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고. 계속 관리 얘기를 하기에 ‘관리가 아니라 나이가 든 게 아니냐’고 찔러봤더니, ‘솔직히 예전 같지 않다’고, ‘술이나 야식은 이제 그만 먹을 때도 된 것 같다’고 웃었다(웃음).

 

 

날아다니던 서경수, 이제 몸이 안 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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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의 경우 인터뷰와 함께 사진 촬영까지 하는데, 훤칠한 서경수 씨가 풀 메이크업에 멋진 헤어스타일, 번듯한 의상이 아니라 동네 마트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수염도 깎지 않고 와서는 어찌나 해맑은 모습으로 촬영하는지. 자초지종을 물으니 전날 <그리스> 팀과 술을 마셨다고. 1차로 끝난 게 아닐 것 같다고 떠보니, 나중에는 한지상 씨와 또 술을 마셨단다. 그럴 줄 알았다. 과거 소속사가 같았던 두 사람이 유독 친하다는 말을 들어서 <젠틀맨스 가이드>도 한지상-서경수 페어로 아주 재밌게 봤으니 용서하기로 했다. 서경수 씨야 워낙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하기로 유명하지 않던가. <그리스> 의 대니와는 접점이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몸이 안 따라줘서 무척 고생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을 안 한 지 꽤 됐다고. 연말에 약속이 많다 보니 새해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1월 1일이 생일이다 보니 쭉 놀았다는 것이다. 인터뷰하던 시점이 4월 초였는데. 뭐, 지금 <그리스> 앙코르 공연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다시 날렵한 서경수로 돌아온 것 같다(웃음).

 

 

너무 느긋한 강필석과 너무 산만한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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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강필석 배우 / (우) 김대현 배우

 


두 배우는 작품이나 캐릭터 등에 있어 이렇다 할 교차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함께 언급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인터뷰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7월의 어느 한낮, 강필석 씨는 <너를 위한 글자>로, 김대현 씨는 <구내과병원>으로 만났는데, 한 문장을 1분 넘게 말하는 강필석 배우와 1분 동안 수백 단어를 뱉어내는 김대현 배우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먼저 만났던 강필석 씨는 답변이 좀, 아니 솔직히 너무 늘어져서 원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수시로 되짚어줘야 했다면, 뒤에 만난 김대현 씨는 대답할 때 조금, 아니 사실 쉴 새 없이 샛길로 빠져서 제자리로 데려와야만 했다. 총 3시간의 인터뷰가 끝나니 몹시 어지럽더라는. 강필석 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말할 때 ‘포즈(pause)’가 점점 길어지는 것 같고, 김대현 씨는 앞으로 또 인터뷰하게 될 텐데 ‘퍼즈’가 좀 길어졌으면 좋겠다(웃음). 

 

 

임병근, 부부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좋지만 지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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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10년이나 취재했지만 평소에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인터뷰 외에는 배우들이 있어도 피해 다니는 편이다. 사람도 잘 보지 않고 다니는 터라 평일 한낮에 무심히 대학로를 걷고 있는데,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빛이 나 바라보았더니 임병근 씨였다. 연습하다 나온 듯 털털한 모습이었는데 ‘배우는 배우구나!’ 싶었다. 그래서 역시 따로 인사는 하지 않고 오랜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할 때는 적극적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 당시 공연 중이던 에 대해 열심히 대화를 나눈 뒤, 서울예술단 작품도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해보았다. 임병근 씨가 서울예술단 출신이지 않나. 임병근 씨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며 언젠가는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왕이면 아내(서울예술단 김건혜)와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건 힘들 것 같다고. 집에서도 계속 보는데 일터에서도 보는 건, 물론 좋지만,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는 건, 물론 좋지만, ‘지양한다’고(웃음)!   

 

 

말하지 않아도 배우처럼 생겼는데 자기만 모르는 윤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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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개막 직후 윤소호 씨를 만났다. 워낙에 큰 키에 비해 몸집이 있는 편은 아닌 데다 헤드윅을 위해 몸무게까지 줄여서 작정하면 기자가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처럼 가녀린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이 있어서 다른 인터뷰 때와는 달리 단장까지 하고 나온 터라 역대 가장 예쁜 헤드윅 순위를 바꿨다는 소문을 체감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윤소호 씨가 일상에서는 굳이 뮤지컬배우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직장인이 아니니까 좀 색다르게 보는 게 불편하고 낯간지러워서 평소에는 본명을 사용하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냥 하고 싶은 일 이거저거 한다’고 얘기한단다. 그래서 옆집 분들도 자신이 배우인 걸 모른다고. 그런데 같이 운동하며 두 번 정도 만난 사람들이 어느 날 ‘<헤드윅> 재밌느냐’고 물어봐서 얼굴이 빨개졌단다. 홍보물을 보고 자신을 알아봐서 당황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딱 보면 알 텐데. 그렇게 배우처럼 생겨서 일반 직장인이라면 더 불편하지 않을까(웃음)!

 

 

동명인이 유명해서 힘든 배우 김지철 & 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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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김지철 배우 / (우) 양지원 배우

 


<키다리 아저씨> 개막을 앞두고 김지철 씨를 만났다. 몇 년 전에 인터뷰할 때는 김영철이었기에 이름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톡톡>을 봤던 강성진 선배의 권유로 예명을 생각하게 됐는데 ‘철’은 버리기 싫었다고. 당시에는 김지철이라는 이름이 없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충남교육감과 겨루고 있단다.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때마다 바로 교육감님이 다른 기사로 덮는다고. 신소율 씨와 결혼 발표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웃음). 그런가하면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쓰릴 미> 에서 열연 중인 양지원 배우는 가수 양지원 씨와 이름이 같아 해프닝이 많단다. 한번은 장인엔터테인먼트 장재용 대표가 어느 콘서트장에서 ‘지원아 잘해라, 보러 왔다’며 인증샷을 보냈다고. 그 콘서트에는 스피카 양지원 씨가 출연했는데 말이다. 양지원 배우는 ‘이런 일이 잦아지는 게 나도 많이 발전했나 보다’며 성유리&강균성 씨를 닮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웃음).  

 

 

김지현, 오만한 공연에 뇌의 한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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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텐데, <오만과 편견>,  <스위니토드> 를 함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김지현 배우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본인도 지금껏 공연을 하면서 가장 뇌를 많이 쓴 기간이었다고. 특히 <오만과 편견>은 2인극에 분량도 많고 영국 귀족사회 대사라서 토씨 하나만 틀려도 동공 지진에 자괴감까지 들었단다. 이렇게 많이 틀려본 공연도 처음이고, 끝날 때까지 안 틀린 적이 없는 공연도 처음이라 무척 자존심 상하고, 배우들끼리 ‘되게 오만한 공연’이라 했다고. 물론 뒤돌아보면 무척 재밌었단다. 남자 배우들 앞에서 남자 인물을 연기하는 게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그들이 여자의 느낌으로 수줍어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다고. 참, 김지현 씨와는 과거 인터뷰에서 ‘드레스 입는 공연은 언제 하느냐’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오만과 편견>의 리지와 <스위니토드> 의 러빗부인 의상은 드레스로 봐야 할까? 김지현 씨는 패티코트 정도는 입어줘야 하는데 리지네 집에 돈이 없다며, 자신은 러빗부인의 2막 옷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파이 팔아 나름 돈 벌었다고 안에 ‘뽕’도 넣었다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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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