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을 읽는 작가의 마음
한 트위터리안이 <채널예스>에 올라온 칼럼 링크를 걸어 놓고는 “아, 이렇게 작가가 찌질하다니. 안 좋아하고 싶다”는 트윗을 올려 나는 괜히 머쓱하고 찔렸다. (이 글도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다분하니)
글ㆍ사진 엄지혜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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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맛있지는 않네요. ㅠ”

 

위 글은 무엇일까? 『태도의 말들』 을 구매하고 쓴 한 독자의 한줄평이다. 이 댓글을 읽고 내가 상처를 받았냐고? Oh, No! 결코 그렇지 않다. 책을 어떻게 읽느냐, 그것은 독자의 마음이다. 당연히 맛있지 않았을 수 있고 댓글을 달 권리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내 글에 관한 평가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더불어, 예스24 마니아 회원인 경우 한줄평을 쓰면 100원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저자를 응원하고 싶을 때 종종 한줄평을 남긴다.

 

<채널예스>에 ‘배명훈의 길모퉁이의 SF’를 연재 중인 소설가 배명훈은 “사람들은 종종 작가가 자기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일을 조롱하기도 한다. 자의식의 발로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들은 알고 있다. 어떤 작가가 틈틈이 자기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 그다지 희한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이라고 썼는데, 이 이야기에 반기를 들 작가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책 리뷰를 한번도 찾아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한 작가가 있긴 했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실망스러웠다. 상품으로 만들어져 판매 중인 책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그것이 궁금해야 정상 아닌가? 집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조금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5년 넘게 단 한 번도 안 찾아봤다고? (지금 21세기인데?) 끄응.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유형은 아니다.

 

작년 초, 『태도의 말들』  최종교를 마치고 책이 나오기 직전 나는 살짝 걱정됐다. “무플보단 악플”이라고 하지만 진짜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지? 혹여 나에게 오랫동안 앙심을 품었던 사람이 나타나 이상한 말을 써놓으면 어떡하지? (물론, 딱히 그런 관계는 없지만 세상 일은 또 모르지 않나?) 이런 고민이 시작된 발로는 ‘댓글’을 챙겨 볼 수밖에 없는 나의 직업 때문이다.

 

월간지 기자로 일한 시절에는 간혹 오는 독자 편지, 메일 정도만 받으면 됐다. 즉 일대일로 받는 피드백. 하지만 웹진은 다르다. 매일 어떤 댓글이 올라올지 모른다. 그래도 <채널예스>는 주로 좋은 댓글만 달리는 매체에 속하는 편인데, 가끔 ‘아, 이거 필자가 보면 어떡해?’ 싶은 악플이 달린다. 한 유명 의사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환자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두어 번 치료를 받은 환자인데 진료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5년 넘게 따라다니면서 자신의 각종 기사, 칼럼에 악플을 달고 있다고. (아, 작가도 연예인 못지않게 힘든 직업이다) 얼마 전에는 한 트위터리안이 <채널예스>에 올라온 칼럼 링크를 걸어 놓고는 “아, 이렇게 작가가 찌질하다니. 안 좋아하고 싶다”는 트윗을 올려, 나는 괜히 머쓱하고 찔렸다. (이 글도 비슷하게 읽힐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악플 같은 글, 보게 되면 기분 너무 나쁘지 않아요?”


첫 책을 쓰고 있는 예비 저자 후배가 물었다.

 

“기분이야 당연히 나쁘지. 그리고 좀 안타깝지. 악플을 달아야 할 정도의 글이 아닌데, 저렇게까지 반응한다는 것이 씁쓸하고 슬프지. 솔직히 말해서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면, 타인의 말과 행동에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잖아. 좀 너그러워질 때도 있고. ‘아, 저 사람 너무 요즘 힘든 가보다’ 생각하고 넘길 때도 있고 그래. 책 읽지도 않고 그냥 악플 다는 사람도 있거든. 인터넷서점 다 돌아다니면서 말이야. 어디선가 자신의 아이디가 검색될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 보면 좀 신기하긴 해.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가 지금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데. 악플이 달릴까 봐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 안 할 순 없으니까 그냥 감당하면서 말하고 쓰고 사는 거지.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리뷰 봤어? “줄 긋고 싶은 페이지가 너무 많았다”고 쓴 글 ㅎㅎㅎ. 나는 또 '좋아요'를 열심히 눌렀지. 이런 리뷰도 있기 때문에 나는 크게 상처받지 않아. 내가 책에도 썼잖아. “악플을 보고 열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열 받음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다.”(유시민) 이 문장을 인용해 놓고 내가 전전긍긍하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나는 다 알거든! 누가 나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고,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상처받지 않아. 내가 그들에게 마음을 안 주면 그만이니까.”

 

창작자는 창작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너무 잘 알기에, 타인의 작품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물론 비판은 환영할 일이다. 진짜 비판은 애정에서 발현되니까. 그리고 누군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무턱대고 타인이 상처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은 되도록 멈추자.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 평생 잊히지 않는 말, 그리고 한 문장이.

 

 

태도의 말들엄지혜 저 | 유유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일에 각별하게 마음 쓰는 분,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이 궁금한 분, 사소한 것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분, 순간의 반짝임이 아닌 꾸준히 빛을 발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태도를 읽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매만져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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