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 웃는 남자, 슈퍼주니어 규현
규현은 그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왔고, 그 결과 슈퍼주니어의 데뷔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멤버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이든, 예능에서든 마음껏 웃는 남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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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이미지컷 (출처: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잘 놀다 가세요. 즐겨요!" 보이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예능인,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규현은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의 프로그램 북에 사인과 함께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웃는 남자'에서 그가 맡은 그윈플린은 기이하게 찢어진 입 때문에 언제나 웃는 것처럼 보이는 기형 인간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이 지닌 무게감을 무대 위 연기를 통해 "그래, 난 괴물. 추한 구경거리, 난 웃는 놈"이라고 토로하며 자조하는 규현의 모습은 "즐겨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비슷한 역사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씁쓸한 순간을 낳는다.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THE MAN WHO LAUGHS'라고 적힌 어릿광대용 무대 장치를 손으로 쓸어보는 규현의 얼굴은 그윈플린의 삶이 아닌 규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서 늘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아이돌 내지는 배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말하는 사람이다. 슈퍼주니어의 무대에서도, 입대 전에 오랫동안 고정으로 활약한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제대와 동시에 돌아온 나영석 PD의 각종 예능에서도 그는 늘 자리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많은 연예인들과는 달리 그 순간 자체에 충실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대와 동시에 늘 하던 대로 새 음반을 내고, tvN '강식당'에 합류한 그는 제대로 말할 틈도 없이 묵묵히 피자를 만들었다.

 

이후 tvN '신서유기'에서 우스꽝스러운 자유의 여신상 분장을 하고 난 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을 하고서도 팔을 바꿔가며 꿋꿋이 횃불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남들이 장난을 치면 받아치되 먼저 과한 오기나 객기를 부리지 않고, 쟁쟁한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주어진 일은 성실히 소화하되 지친 기색을 숨기는 것도 꺼리지 않으면서 그는 눈치껏 영리하게 스스로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광대이기를 택하는 그윈플린의 선택처럼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좇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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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신서유기>의 한 장면

 

 

규현을 오랫동안 봐온 한 방송 관계자는 "자기가 해야 될 일이 뭔지 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규현은 그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왔고, 그 결과 슈퍼주니어의 데뷔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멤버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이든, 예능에서든 마음껏 웃는 남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잘 놀다 가라"는 그의 말에서 '웃는 남자'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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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슈퍼주니어 규현 #뮤지컬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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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