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변신』 청소년소설이 되다!
어른은 불편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고, 청소년은 그런 불편부당한 현실을 모른 체하는 어른들에게 저항해야 합니다. 제 소설은 항상 그 지향점에 서 있을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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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내 모습이 토끼로 변해 있다면? 『변신 인 서울』 주인공 반희에게 일어난 일이다. 소설의 제목과 설정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한정영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했다. 현실과 SF, 역사 등의 소재를 넘나들며 청소년소설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한정영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정영 작가를 만나 『변신 인 서울』 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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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카프카의 『변신』 을 읽었겠지만, 그를 읽고 새로운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어떤 순간, 어느 장면에서 『변신 인 서울』  집필의 영감을 얻으셨나요?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역시 첫 구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구절을 읽고 의문이 떠올랐죠. 갑자기 우리 중 누군가 토끼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카프카의 『변신』 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은 실존성 회복의 한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에서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끔찍한 현실이 몹시 자극적이면서도 섬뜩했습니다. 카프카의 이런 시선은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우리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어요. 가소롭지만(?) 대가에게 받은 영감으로 2020년의  『변신』을 쓰고 싶었습니다.

 

카프카 『변신』 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로 변신하고, 『변신 인 서울』 의 반희는 토끼로 변신합니다. 변신의 대상이 ‘토끼’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벌레도 하찮은 존재이지만, 토끼도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더구나 토끼는 겁이 많고, 매우 민감한 동물이지요. 조그만 자극이나 소리에도 놀라 달아나거나 숨습니다. 나약하며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의 청소년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반희가 보이는 행동이나 말들은 지금까지 청소년소설에서 흔히 보아왔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현실인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하는데요, 청소년소설의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을 그리시면서 특히 염두에 두시는 지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반희는 어른들이 정해 놓은 사회 질서에 순응하고, 또 그런 문법으로 살아가려 하는 인물입니다. 몸은 청소년이지만, 머리는 어른과 다름없지요. 이런 청소년이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소수’는 그대로 어른이 되어 자신과 똑같은 청소년을 만들려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잘 돌아보지 못한 곳에 있는, 그러나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는 청소년을 잘 바라보는 것, 그 지점이 새로운 주인공을 만나는 시작점이리라 믿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입시에 대한 고민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성적과 대학이 ‘필요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반희와 같은 청소년과 그 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불편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것을 강요하는 현실에 저항하지 않으면, 참으로 암울한 모습으로 변해 갈 것입니다. 모든 가치가 ‘성적’과 ‘대학’이라는 기준에 의해 좌우될 것이고, 이는 곧 자본주의적 질서-물질만능주의라든가, 경제력에 기반한 새로운 계급 사회 등-에 복종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겠지요. 불행한 일이지만,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도구화될 것이고, 이 사회가 요구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순간, 청소년은 누구나 ‘토끼’가 되려 할 것입니다. 


결국 반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생님만의 결말이 따로 있는지요?

 

엄마가 반희를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한, 그래서 품어 주지 않는 한, 반희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눈을 떠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토끼의 모습으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전작 『나는 조선의 소년 비행사입니다』 에서는 일본의 가미카제를, 『엘리자베스를 부탁해』 에서는 고양이 전문탐정소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주제와 분위기를 선보이시는데요,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선생님만의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소재가 무엇이든, 작가는 항상 가장 불편한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즉 그들(청소년)이 어디에 있든 불편한 곳에 있다면, 작가로서 나는 그들의 삶을 따라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곳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이든, 현재 혹은 미래의 어떤 곳이라도 작가는 달려가야 합니다. 소재는 방법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말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토끼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참 많습니다. 매번 고비일 것이고, 그때마다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헤어 나오기는 힘들어도 개선할 수는 있습니다. 청소년과 어른이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 각각의 삶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어른은 불편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고, 청소년은 그런 불편부당한 현실을 모른 체하는 어른들에게 저항해야 합니다. 제 소설은 항상 그 지향점에 서 있을 것입니다.

 

 

 

 

*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미래의 작가들을 위한 강의를 합니다. 현실과 SF, 역사 등의 소재를 넘나들며 청소년소설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소설 『엘리자베스를 부탁해』, 『바다로 간 소년』, 『짝퉁샘과 시바클럽』, 『오드아이 프라이데이』, 『나는 조선의 소년 비행사입니다』, 동화 『관을 짜는 아이』, 『진짜 선비 나가신다』, 『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초등학교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작 『굿모닝, 굿모닝?』 등이 있고, 창작이론서 『어린이 논픽션 작가 수업』이 있습니다.

 


 

 

변신 인 서울 한정영 저 | 사계절
주인공들이 결국 지옥을 벗어나게 된 드라마의 결말과는 다르게 오늘날을 살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은 여전히 입시지옥 속을 헤매고 있다. 2020년에도 계속되는,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한 청소년들의 지옥 같은 상황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동시에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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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