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요청 메일이 왔다. 벌써 여섯 번째. 책이 나온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무려 여섯 번째라니. 첫 책은 아직 일반 단행본으로는 출간되지 않은 조남주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었는데, 담당 편집자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속으로 기겁했다. ‘아니, 내가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추천사를 쓸만한 유명인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하지만 언제 또 내가 추천사를 써볼 수 있겠나 싶어, 승낙했고 이후에도 몇 권의 책에 추천사를 썼다. 딱 한번 거절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이라서, 사양했다. (지금까지 마음에 걸리는데 부디 언짢지 않으셨길 바란다.)
추천사 요청은 보통 편집자에게 연락이 온다. 원고를 함께 보내는 경우가 있고, 간략한 책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추천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서 당연히(?) 추천사를 써줄 거라고 생각하면 대개 요청서를 보낸 후, 수락하면 원고를 보내온다.
어제 받은 메일은 ‘저자’가 직접 쓴 추천사 요청이었다. 메일만 봐도 딱 알 수 있었다. 진심과 필력, 예의 기타 등등. 첨부 파일을 열어 원고를 훑어 보았다. 재밌었다. 유용했다. 처음 읽는 이야기였다. “쓸게요”라고 답장했다.
『태도의 말들』 을 쓸 때, 추천사를 따로 받지 않는 출판사라서 좋았다. 그런데 출간 한 달 전 편집자님께 메일이 왔다. “이번 책은 특별히 추천사를 넣어도 좋겠다”고. 으악! 나는 추천사가 없는 책을 더 좋아하는데! 하지만 출판사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일 테니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한 추천사는 함께 팟캐스트를 만드는 동료 오은 시인의 글이었는데,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가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도중에 원고를 읽고 써준 추천사라서. 거절해도 되는데, 쓴다고 했어도 안 써도 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평생 고마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추천사는 딱 하나, 혹은 두 개가 좋다. 솔직히 세 개부터는 읽기 싫다. 원고에 자신이 없어 보여서, 유명인의 추천사에 홀려 사놓고 실망한 책들이 많아서, 인맥 자랑 같아서. 그런데 추천사를 써보니 조금은 알겠다. 추천사를 쓰는 마음, 추천사를 요청하는 마음, 추천사를 거절하는 마음.
첫 책에 100개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연락이 닿는 분들께는 일일이 메일을 보내 허락을 구했다. 김소연 시인은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메일 내용이 반갑고 괜스레 제가 기쁘네요. 좋은 책이 될 거 같아서 미리 기쁜가 봐요.” 여러 번 읽고 ‘중요한 메일함’에 넣어두었던 편지를 오늘 또 꺼내서 읽어본다. 새 책을 내는 저자에게 내가 자그마한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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