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가 매주 수요일 ‘작가의 추천사’를 연재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한 책을 살펴보고, 추천사의 묘미를 전합니다. |
응급실에서 삶의 치열한 현장을 에세이로 기록해 왔던 남궁인 의사. 『제법 안온한 날들』 에서 그는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곧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생과 사가 오가는 현실이 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과 사랑을 더욱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그의 추천사에도 깔려 있다. “죽음을 앞두고 하는 “사랑해”라는 고백에 우리는 늘 무너진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역시 필멸이 필연인 우리에게 죽음이란 늘 실존의 의문부호다.” ( 『이 별에서의 이별』 ) 화창한 날에 문득 죽음을 생각하는 일. 남궁인의 추천사가 전하는 경험이 아닐까?
남궁인 작가의 추천사
캐스린 매닉스 저 / 홍지영 역 | 사계절
“응급실에서 짧게 지나는 죽음을 많이 마주했다. 때로는 죽음을 앞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고, 남은 가족들의 사정을 헤아려 말을 건넸으며, 직접 사망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죽음의 과정을 낱낱이 새겨낸 이 기록은 완전히 새로웠다. 나는 이 책 속의 의사처럼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곁에 앉아 눈을 맞추고 오래도록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가족의 생활 속에 들어가 죽음을 이해시킬 시간도 없었고, 망자에게 가장 행복한 마지막 시간은 어떤 것일지 깊이 고민할 수 없었다. 특히 지은이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망자의 마지막 말을 떠올릴 때, 그동안 무심했다는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죽음을 앞두고 하는 “사랑해”라는 고백에 우리는 늘 무너진다. 이 책은 사려 깊은 죽음을 위해 우리 의료진부터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크리스티앙 파쥬 저 / 지연리 역 | 김영사
“노숙인에게 고통은 일상이다. 그들에게 고통은 견뎌야 할 것이지 치료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위중한 상태가 되어서야 그들은 응급실에 실려온다. 나이에 비해 병세가 심한 환자의 8할은 노숙인이다. 나는 그들이 사회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비로소 이 책을 보고 이해했다. 그들이 어떻게 고통을 짊어지게 되었는지, 또 그 고통이 피부에 어떻게 파고들어가고 있는지를.”
마이클 헵 저 / 홍지영 역 | 을유문화사
“죽음을 많이 보아 왔지만 준비된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면 우리에겐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만약 당신이 이 책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 본다면, 그것만으로 죽음의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리처드 로이드 패리 저 / 조영 역 | 알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이 건조한 문장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어떤 재해의 서술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세계에서 재난 방비가 가장 철저했던 국가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일순간 사라져버린 비극이 담겨 있다. 『구하라, 바다에 빠지지 말라』 는 우리가 듣고 알아야 할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고이자 인류 역사상 네 번째로 강력했던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가 문명을 덮친 지옥 같은 순간을 보여준 뒤, 작가는 오카와 초등학교라는 곳에서 일어난 참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응한 학생과 교사 74명이 결국 그 자리에서 수장되었다. 그야말로 ‘모든 쓰나미 중 최악의 것, 모든 이야기 중 가장 듣기 힘든 이야기’이다. 이후 발뺌하는 책임자, 잘못 작동한 매뉴얼, 자식의 시신을 찾기 위해 중장비 면허를 따는 부모, 국가를 상대로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온통 비릿한 기시감이 드는 것들이다. 여기에 일본 문화 특유의 질서정연함과 원혼과 영매 등 초자연적 현상까지 합세해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비극 이후 20만 명이 고향을 잃어버렸고 국토의 일부는 폐허가 되었으며 전 국민이 영원히 방사능의 공포 아래 살게 되었다. 일본 정치계마저도 대변혁을 겪고 현재에 이른다. 책을 덮고 나는 당시의 영상을 찾아, 건물과 차량이 순식간에 휩쓸려 나가는 믿지 못할 광경을 하루 종일 보고 있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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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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