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한소영은 『겨울왕국』, 『소피아』,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 E-Book 시리즈와 『픽셀 전사의 일기 1~4』 시리즈, 『주토피아 : 디즈니 무비 동화』, 『힙스터 컬러링북』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동화책들을 다수 번역했으며, 최근 폴 스미스의 『무스와 브라운 씨 : 반짝반짝 아이디어 여행』을 번역했다.
한소영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세포생물학을 공부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뇌졸중, 이대서울병원에서 염증성장질환을 연구했다. 현재는 번역일과 함께 진단용 AI를 연구하는 회사에서 치매 예방을 꿈꾸며 일하고 있다.
그녀는 엔터스코리아에서 10년째의, 과학 및 아동서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마감에 쫓기고 원고에 파묻혀 밤잠 이루지 못하다가도, 새 책이 출간될 때마다 마냥 행복해하며 다음 원고를 기다린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인생이고 싶어 날마다 열심히 읽고 배우며 살아 간다. 그녀는 가장 최근에 번역한 『무스와 브라운 씨 : 반짝반짝 아이디어 여행』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동화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번역의 세계에 뛰어들었어요. 처음에는 전공 때문에 의학 서적을 주로 번역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아이들이 어릴 때 미국에서 잠시 살았는데, 미국 엄마들이 아이가 골라온 책을 읽어주며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원고도 쓰고 아이들에게 몇 시간씩 책을 읽어주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양손 가득 빌려 집에 돌아가서 저녁 내내 읽곤 했어요. 그러다가 번역팀 팀장님에게 동화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고 디즈니 E-Book 시리즈를 시작으로 아동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동화책을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동화책을 번역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맛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요. 그 마음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게 번역가의 몫인 것 같아요. 그림의 디테일, 색감과 표정, 스토리에 담은 원작의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게 가장 어려워요. 단순하거나 밋밋하면 재미가 없고, 너무 과하면 번역가의 역할을 넘어선 게 아닐까 주저하게 되거든요.
원고를 마무리할 때는 마치 아이에게 읽어주듯 중얼거리며 작업해요. 소리 내어 읽다보면 유쾌하거나 사랑스러운 어조, 우스꽝스럽거나 덤벙대는 캐릭터의 느낌, 고요하거나 활기찬 분위기가 적당한 지 확인할 수 있어요.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비슷하게 살리고 문장의 길이와 어감을 맞추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더라고요. 특히, 영문 동화책은 앞으로 뒤로, 마치 그네를 타듯 운율(rhyme)을 살리는 게 중요할 경우가 많은데, 영문의 뜻과 우리말의 운율까지 맞춰야 할 때 고민이 깊어지곤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책임 있게 표현해냈다고 느낄 때야 비로소 원고를 마감하고 ‘보내기’ 버튼을 눌러요.
폴 스미스의 『무스와 브라운 씨』를 원서로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궁금합니다.
『무스와 브라운 씨』의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리처드 스캐리(Richard Scarry)의 『북적북적 우리 동네가 좋아(Busy Busy Town)』가 떠올랐어요. 곳곳에 보물을 숨겨둔 듯 섬세하면서도 기발한 일러스트와 단순하면서도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스토리가 무척닮았다는 생각을 했죠. 두 작품 모두 상상의 날개를 달고 훨훨 날다 보면나도 모르게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되는 구성이 흥미진진해요. 한 인물의 소소한 일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또다른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아이디어도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무스와 브라운 씨』가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매사에 덤벙대는 몬티는 마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쌍둥이 형제 무스는 그의 잘못을 탓하는 대신, 간절한 그리움으로 몬티를 찾고 또 찾아요. 두 형제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무스 덕분이에요.
한편, 당당하고 기품 있는 디자이너 브라운 씨는 다른 동물을 돕는 마음으로 일할 때 더 멋진 아이디어를 얻고, 그 덕분에 더 행복하게 일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아요. 무스가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고 멋진 일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타인을 신뢰하고 기대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은 브라운 씨의 호의 덕분에 가능했죠. 무스의 이런 간절한 꿈과 브라운 씨의 넉넉한 마음, 따뜻한 정감을 잘 전달하고 싶었답니다.
『무스와 브라운 씨』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궁금합니다.
무스가 펭귄을 위한 ‘따뜻해’ 파카, 치타를 위한 ‘빛의 속도’ 운동화, 그리고 기린을 위한 ‘둘둘 감아’ 목도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놀라운 상상력에 브라운 씨가 홀딱 반하는 장면이 가장 드라마틱 했어요. 무스의 아픈 사연에 공감하고 기꺼이 호의를 베푼 브라운 씨의 믿음이 보상 받은, 작은 선물 같은 사건이 생긴 셈이죠.
『무스와 브라운 씨』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작품 세계는 ‘위트 있는 클래식’과 ‘가장 영국적인 것의 구현’으로 알려져 있어요. 브라운 씨가 딱 그런 느낌을 담아 낸 캐릭터랍니다. 기품 있으면서도 유연하고, 예의 바르면서도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참 멋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무스와 브라운 씨』의 작가 폴 스미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참고로 『무스와 브라운 씨』 2권이 내년 초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멋진 책을 만드신 작가님의 상상력이 한국의 독자들을 행복하게 하고, 제 삶에도 작은 선물이 되어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네요. 혹시 먼 훗날에 폴 스미스씨를 만나게 된다면, 세계적인 디자이너 할아버지가 어린이를 위해 책을 쓰는 게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였는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스토리가 무척 기대됩니다.
* 한소영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생명과학과를 졸업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아동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픽셀 전사의 일기』 『경이로운 생명: 온 우주와 연결된 우리의 놀라운 이야기』 『The Art of 어드벤처 타임』 『디즈니 안나와 엘사의 신나는 하루』 『바다를 병들게 하는 플라스틱』 『칩 바다를 지켜줘』 『네 마음대로 그려 봐!』 『틸리와 탱크』 등 100여 편을 번역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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