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머나먼 중생대에 지구는 공룡의 땅이자 익룡의 하늘이었다. 무려 1억 6000만 년 동안,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익룡의 뼈 화석이 처음으로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익룡이 깊은 바다에 살았던 동물이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여러 과학자가 익룡 화석을 연구하면서 익룡이 하늘을 날았던 최초의 척추동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약 130종의 익룡이 알려졌는데, 애석하게도 아직 익룡과 공룡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 늘 공룡 책 끄트머리에 익룡 몇 마리가 소개되어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중생대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었기에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익룡 책 한 권이 홀연히 나타났다. 이름하여 『신비한 익룡 사전』. 박진영 저자에게서 못다 한 익룡 자랑을 들어 보자.
공룡을 연구하고, 공룡 과학책을 쓰고, 공룡 도감과 그림책까지 쓰고 그리신 걸로 모자라 익룡 도감까지 쓰셨는데요. 어떻게 공룡이 아닌 익룡 도감을 쓰실 생각을 하신 건가요?
2017년 어느 날 연구실의 화석 보관 서랍 안에서 날개뼈 하나를 발견했어요. 김밥 한 줄만 한 크기의 이 뼈는 약 1억 2000만 년 전의 것이었어요.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화석이었죠. 아무도 이 뼈를 연구하지 않아서 제가 연구하게 됐어요. 뼈의 두께는 고작 1mm밖에 되지 않았어요. 새의 것처럼 아주 얇았죠. 근데 1억 2000만 년 전 당시에는 날개뼈가 김밥 한 줄만 한 새는 없었어요. 그래서 이 뼈가 하늘을 날던 익룡의 것임을 알게 됐어요. 이 날개뼈가 어떤 익룡의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읽으며 조사했어요. 그러던 중 익룡이 공룡만큼이나 화려하고 멋진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근데 인터넷 서점에 검색을 해 봤더니 공룡 도감은 수백 가지나 되는데 익룡 도감은 전혀 없더라고요. 혼자만 익룡의 대단함을 알고 있기엔 아깝잖아요. 그래서 익룡 화석을 연구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익룡 도감을 쓰게 됐어요.
공룡과는 다른 익룡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공룡은 ‘한순간에 멸종됐다’는 것 때문에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어요. 오늘날의 새가 바로 살아남은 공룡이거든요.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 같은 멋있는 공룡은 비록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새를 통해 멸종한 공룡들의 생태를 추정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익룡의 경우는 달라요. 익룡은 공룡과 달리 오늘날 살아 있는 후손이 아예 없어요. 그렇다 보니 익룡에 관한 많은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어요. 익룡은 과연 새끼를 돌보았을까요? 돌봤다면 새끼는 언제쯤 독립을 했을까요? 꼬리가 긴 익룡은 하늘을 날 때 꼬리를 마치 배의 방향타처럼 이용해 몸의 방향을 바꿔요. 그렇다면 꼬리가 짧은 익룡은 하늘에서 어떻게 몸의 방향을 바꿨을까요? 익룡의 조상은 또 어떻게 생겼을까요? 익룡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지 240여 년이나 지났는데 불구하고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공룡만큼 친숙하지만 공룡보다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 이게 바로 익룡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네요.
『신비한 익룡 사전』은 누구를 위한 어떤 책인가요?
2년 전에 『신비한 공룡 사전』이란 책을 냈어요. 근데 책 속에 왜 프테라노돈이 없냐고 물어보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프테라노돈은 공룡이 아니라 익룡이거든요. 이 책은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보다 프테라노돈이나 람포린쿠스, 케찰코아틀루스 같은 익룡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뼈 파편만 알려진 몇몇 종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익룡 종류를 담았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익룡 도감은 없어요.
익룡이 종류뿐만 아니라 생김새와 크기도 다양하더라고요. 심지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에 나오는 드래곤인 투틀리스를 닮은 익룡도 있던데요. 가장 ‘애정하는’ 익룡이 있나요?
어릴 적 『다이노토피아』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어요. 소설 속 배경은 공룡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유토피아적 섬이에요. 그 섬에는 익룡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인 ‘스카이벡스 라이더’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익룡을 타고 구호 물품을 전달하거나 육식 공룡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 줘요. 스카이벡스 라이더들이 타고 다니는 익룡은 ‘케찰코아틀루스’라고 하는 종류인데 날개 너비가 무려 전투기만 해요. 엄청나죠. 목도 굉장히 길쭉해요. 어릴 때 책을 읽으면서 이 케찰코아틀루스란 녀석과 정말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케찰코아틀루스를 타고 등교하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옛날에 읽었던 책의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케찰코아틀루스가 익룡 중에서는 제일 좋아요.
우리나라에는 어떤 종류의 익룡이 살았나요?
안타깝게도 아직 이름이 붙여진 우리나라 익룡은 없어요. 익룡에게 이름이 붙여지려면 뼈 화석들이 많이 발견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뼈 화석은 겨우 날개뼈 2개랑 이빨 5개뿐이에요. 발견된 부위들이 워낙 적어서 우리나라 익룡의 정체를 알아내긴 어려운 상황이에요. 다행히도 2017년에 제가 연구실 서랍 속에서 찾은 익룡 뼈 덕분에 우리나라 익룡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이 뼈는 그동안 중국에서만 발견된 익룡들과 가장 비슷해요. 어쩌면 익룡들이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살았는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오늘날의 새처럼 계절에 따라 이동했을 수도 있고요.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도 익룡이 나오던데, 혹시 영화 속 익룡에 대한 고증 오류가 있나요?
영화를 보면 익룡들이 뒷발을 이용해 사람을 낚아채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늘날의 육식성 새들인 맹금류가 이런 식으로 먹이를 잡죠. 하지만 익룡은 새와 달리 뒷발이 평발입니다. 게다가 사람처럼 뒷발가락도 짧습니다. 그래서 뒷발로 무언가를 잡는다는 게 불가능해요. 설령 익룡이 사람을 붙잡더라도 사람이 워낙 무거워서 들고 날아가는 게 어려워요.
『신비한 공룡 사전』과 『신비한 익룡 사전』이 나왔으니 이제 또 어떤 신비한 동물 사전이 나올 차례인가요? 귀띔 부탁드립니다.
공룡이 땅을 지배하고 익룡이 하늘을 지배하는 동안, 아주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들이 물속 세상을 지배했어요. 네스호의 괴물처럼 생긴 목이 길쭉한 수장룡도 있었고요.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새끼를 낳았던 어룡도 있었어요. 다음 도감에서는 공룡 시대 때의 호수와 강, 바다를 지배했던 녀석들을 다뤄 볼까 해요. 『신비한 공룡 사전』과 『신비한 익룡 사전』만큼 재밌을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 박진영 고생물학자이자 과학 책과 그림책을 쓰는 작가입니다. 강원대학교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에서 고생물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고생물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목긴 공룡, 중생대 도마뱀, 신생대 새의 화석에 관한 논문들을 냈으며 지금은 갑옷공룡 화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신비한 공룡 사전』, 『공룡은 재미있다』, 『공룡을 키우고 싶어요』, 『공룡이 그랬어요』, 『공룡이 돌아온다면』, 『박진영의 공룡 열전』 등이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박물관을 나온 긴손가락사우루스』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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