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은 물론 말투와 사소한 습관까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꼭 닮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난 사람 대신 로봇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뮤지컬 <유앤잇>은 가까운 미래에 해야 할지도 모를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닮은 인공지능 로봇을 주문한 규진과 미나, 로봇의 갈등이 대구 북성로의 오래된 고택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택배 도착과 함께 시작된 로봇과의 동거
사랑하는 미나가 죽고 절망에 빠져 있던 규진은 미나와 꼭 닮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다. 이메일로 받은 광고를 보고 주문 버튼을 누른다. 택배로 도착한 미나 로봇은 다음 날 아침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미나의 옷을 입고, 미나가 해주던 음식을 만들고, 그와 나눴던 농담을 던진다. 규진은 꼭 미나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미나와 똑같은 로봇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종종 자기가 알던 미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로봇을 보며 이질감을 느낀다. 오래돼서 좋다던 집이 낡았다며 리모델링을 시도한다거나, 똑같은 도자기를 만들 순 없다고 말했던 미나가 경제적인 이유를 대며 공산품을 만드는 일에 덥석 계약한다. 하루 만에 외국어를 습득하고, 도진이 알던 미나가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한다.
그럴 때마다 도진은 ‘예전의 너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죽은 미나 대신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도진의 말이 서운하기만 하다.
미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2018년 소개된 뮤지컬 <유앤잇>은 2019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사업에서 창작뮤지컬상,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레퍼토리’ 창작뮤지컬 분야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사람이 된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는 많은 창작물에서 쓰인 소재이지만, 규진과 미나의 직업이나, 대구 북성로라는 공간을 넣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도예가가 직업인 미나는 늘 자신이 만든 것 하나하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매번 자신의 영혼을 집어넣어 만드는 작품이 똑같을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미나를 로봇으로 복제한 규진은 꼭 미나가 돌아온 것 같아 행복하지만, 죄책감을 느낀다. 로봇과 미나가 다른 점을 찾아내는 규진의 모습은 마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편을 찾는 것 같다. 만약 미나였다면 복제로봇을 만들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규진이 했던 가장 큰 걱정이었을 것이다.
규진은 다시 로봇과 재회할 수도 있지만, 로봇을 존중한다. 머지않아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로봇과 함께 살아갈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나간다. 뮤지컬 <유앤잇>은 드림아트센터에서 9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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