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는 이름 자체가 추천 기능을 하는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스다 미리, 오가와 이토, 무레 요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을 우리 말로 옮겼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더 스크랩』, 『시드니!』, 『후와후와』, 『반딧불이』, 사쿠라기 시노의 『유리갈대』를 비롯, 『배를 엮다』, 『누구』 『애도하는 사람』, 『밤의 피크닉』, 『츠바키 문구점』, 『퍼레이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번역에 살고 죽고』 등의 에세이도 집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예닐곱 살 때 한글을 깨치고 처음 읽은 게 만화책이었는데, 그때부터 활자 읽는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친구 집이나 교실 구석에 있는 학급 문고, 학교 도서관 등등, 어디서나 책만 보면 환장하고 읽었어요. 장르도 가리지 않고 모든 책을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는 읽을 책이 없어서 오빠가 보던 ‘일반상식’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형제들과 ‘장학퀴즈’ 볼 때 잘난 척할 때가 많았어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그러고 보니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책만 보는 직업인 탓에 책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살았네요. 오히려 책이 없는 곳에서 며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러나 분명 나이라는 계급장 떼고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책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나를 나로 인정해주고 나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까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 관심사는 3가지인데요. 첫째, 반려견의 죽음. 한 달 전에 반려견 ‘나무’가 세상을 떠났답니다. 주위 사람들 모두 나무가 떠나면 저 모녀 제정신으로 못 살 거라고 걱정하고 계신데, 저희는 의외로 날마다 나무 사진 보며 즐겁게 나무를 추억하고 있답니다. 죽도록 사랑받으며 행복한 견생을 살다가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 나무의 삶은 갓生갓死였다고 부러워하면서 말이죠. 이것과 관련해서는 읽고 싶은 책보다 오히려 반려견과의 행복한 이별에 관해 책을 쓰고 싶어졌어요.
둘째, 정리정돈. 14년 동안 나무가 사용하고 간 것들을 정리하며 정리에 관심이 많아졌답니다. 사실 그동안은 개집에 우리가 세 들어 사는 느낌일 정도로 온 집안이 ‘개판’이었거든요. 나무 장례식을 마치고 한밤중에 돌아와서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우리가 한 일은 정리였어요. 그 후로 정리에 관심이 많아져서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를 읽고 싶어졌어요. 지금도 많이 버렸지만, 아직은 버리기에 소심한 것 같아요.
셋째, 어릴 때부터 쭉 관심사였던 ‘소설 쓰기’에 관해서인데요. 어떤 용감한 편집자님이 소설을 계약하자고 제안해주셔서 요즘 진지해졌어요. 꼭 소설로 쓰고 싶었던 소재가 있어서 기회가 오길 기다렸거든요. 쓰기도 전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작가이자 1호 독자로서 설레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은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입니다.
최근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와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에세이집은 신기하게도(그리고 감사하게도) 판매 부수에 비해 리뷰가 굉장히 많이 올라왔더군요. 각 인터넷 서점과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합하면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 700개가 넘을 듯해요. 리뷰 수만 보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이거나 알바를 푼 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리뷰 수도 감동이지만, 리뷰의 내용도 어쩜 진짜 한결같이 재미있는 책, 행복해지는 책이라는 평들이신지. 리뷰 올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려령 저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한 번도 손을 떼지 않았어요. 스토리도 훌륭하고 문장은 유쾌하고 기발하고 위트 넘치고. 한국소년소녀명작선집 『개구장이 나일등』을 즐겨 읽던 초등학생 시절에 나도 이런 소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하는 꿈이 되살아났어요.
김소연 저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말 공부가 소홀한 것이 현실이에요. 종종 마감이 코앞인데 굳이 작업과 관련 없는 책을 꺼내 읽는 것은 방전된 머릿속을 충전하기 위해서죠. 이럴 때 ‘시옷의 세계’는 아주 양질의 우리말 충전용 배터리! 한때는 사전만큼이나 자주 봤어요.
김금희 저
간결하고 쿨하고 상큼하고 신선한 19편의 짧은 소설. 이 젊은 작가의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내가 번역할 때 쓰는 단어들이 늙지 않았는지, 진부하지 않은지, 나는 고리타분한 사고의 틀에 빠져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권여선 저
설명이 필요 없는 소설. 이 소설에 주제곡을 붙여준다면 ‘찐찐찐찐 찐이야’. 같은 세대의 작가여서 행간까지도 아프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정세랑 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탄사 연발. 일본어판도 읽었는데 워낙 잘 쓴 소설이어서 번역서마저도 훌륭했답니다. 딸은 읽자마자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친구들에게까지 카톡으로 널리 이 책을 전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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