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차율이 “우정으로 고민하는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요”
친구에게 속마음을 말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터놓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오해가 풀리거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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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인어와 21세기 초등학생의 신비로운 우정을 역동적으로 그려 낸 『미지의 파랑』에 이어 『미지의 파랑 2』가 출간되었다.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받을 때부터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짜릿하게 펼쳐지는 ‘타임 슬립 동화’이자 역사적 사실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댄 ‘팩션 동화’다. 2권에서는 소울메이트로서 영원한 우정을 이어 갈 것 같던 미지와 해미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치고,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 마지막 소원을 빌게 된다. 짜릿하고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는 차율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미지의 파랑 2』 출간을 축하드려요. 첫 권 출간 후 후속권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후속권 이야기 구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시리즈로 생각했던 이야기라서 1권을 쓸 때 2권 구상도 함께 했어요. 1권에서는 두 소녀의 만남을, 2권에서는 첫 갈등과 화해를 그렸지요. 특히 주인공 미지가 사는 곳을 ‘부산 영도’로 정한 이유는 스쿠버 다이빙의 대표적인 명소이기도 하지만, 2권의 배경이 되는 임진왜란의 첫 상륙지였기 때문이에요.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 전체적인 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2권 내용을 1권 곳곳에 복선으로 숨겨 놓았어요.

독자들도 미지와 해미 같은 소울메이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소울메이트라도 가끔은 서로에게 서운할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럴 때 작가님이라면 어떻게 할지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요?

어른이 돼서도 친구 문제는 항상 고민이 되는데, 어린이 친구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해요. 전 어릴 때 만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덕분에 공감능력이 좋아요. 그래서 서운함을 느낄 땐 가장 먼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요. 그러면 친구가 이해되면서 괜한 걸로 혼자 고민했구나 싶지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이건 아니라고 여겨질 때는 대화를 시도해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속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잘 모르거든요. 터놓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오해가 풀리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우정이 전보다 더 돈독해졌어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잘 들어 주는 친구, 같이 슬퍼해 주는 친구, 스스로 이겨 낼 수 있게 기다려 주는 친구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친구를 좋아하세요?

셋 다 좋아요! 어떤 유형이든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어떤 고민이든 항상 ‘그건 별거 아니야. 남들은 더 힘들어.’와 같은 말을 하고 타인에게 뒷담화하며 상처 주는 동창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같이 이겨 내자고 응원하는 친구가 되자고 다짐했어요. 어린이 친구들도 힘든 친구의 마음을 공감하고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이야기의 배경이 부산이고, 주인공 미지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게 작가님 고향, 취미와 관련 있다고 들었어요. 작품을 쓰시면서 아무래도 이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영감을 줄 때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맞아요. 부산에서 태어나 푸른 바다를 보며 자랐고, <인어공주> 책을 가장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바닷속에 관심이 많았어요. 부산은 해양 도시답게 스쿠버 다이빙, 서핑, 웨이크보드 같은 해양 스포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고, 저처럼 취미로 즐기는 초등학생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 신기했어요. 그래서 초등 다이버 미지가 탄생하고 창작 과정에 녹아들 게 된 것 같아요. 

책 속에 ‘만약 예상치 못한 운명이 우릴 위협한대도 또 용감하게 뛰어넘을 거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우정뿐 아니라 작가님이 평소 고민거리가 있을 때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전해 주세요.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은 아니에요. 시간이 아까워서 ‘고민할 시간에 뭐든 하자!’라는 주의예요. 그리고 ‘나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안 하니까 안 되는 거다!’ 하며 스스로 자기 최면을 걸고, 응원과 격려를 하는 편이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에요. 다른 꿈을 못 이루고 좌절한 뒤, 동화작가가 되어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믿으면 극복 못할 건 세상에 없다고요!

판타지 동화지만 역사가 스며 있어서 새로운 재미가 있어요. 『미지의 파랑』 시리즈 외에도 역사를 담은 작품들을 쓰셨는데, 창작 과정에 역사를 접목시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판타지 동화도 좋지만, 특히 역사 속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유명한 이야기는 누구나 비슷비슷하게 쓸 수 있지만, 숨겨진 이야기에는 마음껏 상상력을 덧댈 수 있거든요. 『묘지공주』에서는 <동의보감> 탄생 구전 설화 속 호랑이와 딸, 『미지의 파랑 1』 에서는 정약전의  <자산어보> 속 인어, <조선왕조실록> 물괴, 『미지의 파랑 2』 에서는 임진왜란 속 민초와 승자총통, 출간 예정인 책 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실존인물 사또 이야기가 나와요. 역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제 이야기를 미래의 후손에게 알려 주고 싶어요. 

작가면서 도서관 사서로도 일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들 혹은 책 읽기를 좀 더 즐겁게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도서관에서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말해요. “세상에 읽을 책이 많으니 재밌는 책만 읽어라!” 사실 작가 지망생 시절에 수상작, 세계 고전, 추천 도서를 힘들게 억지로 읽었더니 교수님이 깨달음을 주셨어요. 지금 어린이 친구들도 예전의 저랑 비슷할 거예요. 자의든 타의든 각종 권장 도서, 과제 도서 등 공부를 위해서 억지로 읽으니 당연히 힘들고 재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 내가 재밌어하는 책부터 읽으면 좋겠어요. 읽다 보면 나중에는 다른 책에도 자연히 관심이 생기고, 독서의 폭과 깊이가 달라져요. 세상에 책이 엄청 많아서 내게 맞는 책은 반드시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차율이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며 신비롭고 오싹하며 재밌는 상상을 글로 짓고 있어요. 건국대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에서 동화 공부를 하였고, 2014 한국안데르센상,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제1회 교보문고 전래동화 부문 최우수상,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묘지 공주』, 『인어 소녀』, 『미지의 파랑』, 『괴담특공대 ① 뱀파이어의 첫사랑』이 있습니다.



미지의 파랑 2
미지의 파랑 2
차율이 글 | 샤토 그림
고릴라박스(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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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파랑 2 #차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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