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에 『사기 열전』이 필요한 이유는?
『사기』는 전체가 130편입니다. 그중에서 열전이 70편이니 거의 절반이 넘지요. 열전 70편 중에서 인간과 권력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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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권력에 대한 살아 숨 쉬는 경전이라 불리는 『사기 열전』은 중국 고대 2000년사와 함께 인간사 천태만상을 통해 인간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이다. 개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사기』 전권을 완역한 동양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 그가 기존의 『사기 열전』을 개정 작업을 통해 한층 더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김원중 교수로부터 지금 이 시대에 『사기 열전』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방대한 열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들어본다. 



조선 시대 김득신은 『사기 열전』 첫 편인 「백이 열전」을 무려 1억 2만 8000번이나 읽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지금 이 시대에 『사기 열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그 말이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록에 나와 있어요. 물론 그때의 셈법과 지금의 셈법이 다르지만 10만 번 이상을 읽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전체 『사기 열전』에서 봤을 때 「백이 열전」은 불과 788자에 불과합니다. 백이와 숙제에 관한 이야기 215글자 정도가 있고, 나머지는 사마천이 그 나름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김득신이 고민한 문제는 아마도 800자도 안 되는데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사마천의 핵심적인 사유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열전의 서장을 이 「백이 열전」으로 열고 있고 세상의 공정성, 즉 천도는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하는 점에 회의를 품었다고 할까요? 

사마천은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서 늘 착한 사람과, 선한 사람과 함께 한다.”라는 노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두 사람 얘기를 하고 있죠. 세상에서는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준다고 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면서 안회의 죽음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안회는 공자의 제자로서 늘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을 먹었고, 그나마도 배불리 못 먹으면서 끝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죠. 그러면서 백이와 숙제 두 사람도 의롭게 살았지만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지 않았냐는 것이죠. 이 사람들은 선한 사람이라고 일컬을 만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면서, 그에 비해 춘추 시대에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도척을 대비시킵니다. 도척이 누구냐?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을 잘게 썰어서 그 고기를 먹고, 그 무리 수천 명을 데리고 다니면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는데,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는 거죠. 도대체 이는 어떤 덕행에 의한 것인가, 그가 어떤 덕을 따랐기 때문에 이러한 행운이 있었던 것인가 하는 거죠. 

이런 세상의 이치에 사마천은 한탄하면서도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바로 열전 즉 사람의 전기인데 소진, 장의, 오자서, 한비자, 여불위, 한신 등등 역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혼을 담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천도는 옳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소신껏 내가 갖고 있는 삶의 방향을 정해 살아간다면 분명히 이것을 보답 받을 수 있다는 사마천의 자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이 「백이 열전」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방대한 70편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어떤 것들을 알 수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독해하면 좋을지 작품 전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기』는 전체가 130편입니다. 그중에서 열전이 70편이니 거의 절반이 넘지요. 열전 70편 중에서 인간과 권력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자신을 딛고 일어선 자들,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일어나서 무언가를 만든 사람들, 자기 확신과 소신을 세상을 위해 외쳤던 인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열전 속의 인물들을 자신의 현재 상황과 견줘 보면서 내가 만일 그런 처지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읽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열전 속에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는 결코 왕이나 제후 등 권력자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소신 있는 자들이 이끌어 가는 것임을 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사기』 전체를 완역하셨는데요. 선생님의 이력과 함께 동양고전 중에서도 사기 연구에 천착하시는 이유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동양 고전 중에서 『사기』와 『논어』『한비자』『노자』『손자병법』 등 30여 권을 번역하고 썼습니다. 오랫동안 『사기』를 연구해 왔고 『사기』 관련 논문도 10편 쓰면서 『사기』는 저의 분신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완역하면서 수많은 고민과 번민 그리고 제 한계를 느꼈지만 결국 사마천이 그러했던 것처럼 완역서를 내었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사기』, 특히 열전을 읽으면서 많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제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고 사마천의 문장을 읽으면서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적도 많았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 특히 인간과 권력에 관해 사마천의 『사기 열전』처럼 이렇게 많은 것을 이야기한 역사서가 있을까요? 그것도 역사적 안목과 문학적 필치, 말하자면 역사와 문학, 문학과 역사의 일체를 이루면서 말입니다. 바로 그런 면에서 저는 『사기』를 좋아하고 사마천도 좋아해서 작업하다 보니 완역을 해냈습니다. 

선생님께 사마천은 어떤 존재인가요? 사마천은 어떤 인물인가요?

사마천은 제 삶의 멘토이기도 합니다. 2100년 전에 쓴 사마천의 책이 2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한테 와 닿는 메시지는 분명히 사마천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필력, 춘추필법의 힘임을 보여 주고 있죠. 그렇다면 사마천이 52만 6500자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록을 남기면서 그냥 기록만 남겼을까요? 사마천은 친구를 변호하다가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하고 나서 친구 임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되게 했으니 아버지의 부모님 무덤에도 못 올라가겠다. 그리고 이 치욕은 앞으로 100세대가 지나더라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 번씩 끊어지는 듯하다. 집 안에 있으면 망연자실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갈지를 모르겠다. 매번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려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자신의 한과 치욕을 토로합니다. 사마천의 피와 눈물과 치욕이 『사기』, 특히 열전의 행간에 녹아 있습니다. 학자로서 사마천이 써 내려간 인물과 역사의 이야기를 수백 번 이상 읽으면서 저 역시 사마천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견딘 그 용기를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학자의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대체 어떻게 번역하시고 작업하셨는지, 그리고 이번에 작업하신 개정 2판 『사기 열전』은 이전 번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혼자 『사기』를 작업했습니다. 물론 30여 권에 이르는 제 책들은 모두 다 그렇지만 특히 『사기』는 방대한 분량이고 내용도 어려운 게 많아 힘들었습니다. 햇수로 거의 16년간 작업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사마천이 했던 작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 저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고 하루에 평균 잡아 8시간 정도는 늘 작업한 듯합니다. 물론 주말이나 휴일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초역을 하고 교정하고, 한 100번쯤 포기할까 생각하면서 완역 작업을 해낸 듯합니다.

사마천 자신의 비극적 삶이 피와 눈물로 배어 있는『사기』는 사마천이 감정을 이입하여 쓴 문장이 많아 24사 정사 중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문장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상소문이나 서간문도 적지 않으며, 대화체 문장과 토론식 문장도 많아 결코 번역이 쉽지 않기도 합니다. 이번 작업에는 대화체나 서간문, 토론문 등의 문장 어감을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결을 살린 개정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할까요. 얼핏 보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색한 번역이나 미처 살펴보지 못한 번역 등을 세밀히 다듬고 고쳤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마천이 감정을 실어서 표현한 어감이 다소라도 전달되는 쪽의 번역을 지향했는데 의욕만 앞선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문에서 열전의 맨 마지막 편인 「화식 열전」을 언급하시며 우리가 부자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지요?

1978년도에 덩샤오핑이 중국에 개혁 개방을 얘기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화두, 뭔지 아십니까? 바로 선부先富입니다. 먼저 부유하게 하라는 겁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하면서 자본주의건 공산주의건 할 것 없이 쥐라고 하는 부, 돈에 관련된 거, 즉 먼저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죠. 사실 공자도 부유한 제자 자공 덕분에 세상에 이름이 났다고 사마천은 분명히 「화식 열전」에서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부자의 존재 이유를 대단히 높이 평가합니다. 잘살고 못사는 것이 개인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개인이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죠. 21세기 오늘에도 우리는 부자들을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나요? 천박한 배금주의로 많이 몰잖아요. 그런데 사마천은 관중이 이미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안다.”는 말을 통해 부귀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얘기하죠. 그리고 사마천은 치부가들을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밭농사, 논농사는 기본이고 무덤 도굴해서 돈 버는 사람, 도박해서 돈 버는 사람, 행상해서 돈 버는 사람, 심지어 칼 가는 것으로 돈 버는 사람, 양의 포를 판매해서 돈을 벌고, 심지어 요즘 식으로 말하면 수의사 개념인데 말을 치료해서 돈 버는 사람, 철을 제련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얘기해요. 사마천은 “천금을 가진 부자는 한 도읍의 군주에 버금가고, 거만금을 가진 자는 왕과 즐거움을 같이 한다.”고 하면서 부의 규모에 따라 왕과 천자에 버금간다고 할 정도이니 얼마나 파격적인 건가요? 

한걸음 더 나아가 사마천은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재산이 10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100배 많으면 두려워하고 1000배 많으면 그의 일을 해 주고 1만 배 많으면 그의 하인이 되는 것은 사물의 이치라고 얘기하고 있죠. 

『사기 열전』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인간과 권력의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메시지는 각 편마다 강력합니다. 흡인력도 있어요. 우선 「백이 열전」을 여러 번 읽어 보시고 나머지 편명들로 들어가시면 좋겠습니다. 「백이 열전」의 끝부분에는 사마천이 제시한 인간의 네 유형이 나옵니다. 탐부, 즉 탐욕스러운 사내는 재물을 구하고, 열사는 명성, 이름을 구하며, 과자, 즉 뽐내는 자는 즉 권세를 구하고, 중서, 뭇 서민은 그날그날 생계, 즉 삶을 따라간다고 합니다. 이 네 부류의 사람 중에서 재물, 명성, 권력 그리고 맨 마지막이 보통 사람의 삶입니다. 여러분은 재물과 권력을 추구한 많은 인물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과연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까 하는 답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은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끝까지 궁형의 치욕을 견디고 살아남아 불멸의 역사서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의 용기를 여러분도 배우셨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모든 어려움은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 보면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기 열전』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막연하게 공정한가 아닌가라는 명제를 가지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상은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계속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내가 어떤 역경에 처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있다면 그 길을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그러한 자세가 열전을 읽으시면서 얻어야 할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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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