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는 견고한 탑을 쌓아왔다. 'Ah-choo', '안녕 (Hi~)'의 풋풋함부터 'Destiny', '찾아가세요'까지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 아래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련한 옛 가요의 노선을 가져가며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것이 커리어 동안 반복되다 보니 답습의 의혹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여타 그룹과 구별되는 선명한 세계임은 분명했다.
'Obliviate'는 새 콘셉트와 탄탄한 정체성을 둘 다 만족시킨다. 선율이 대이동 하는 화려한 스트링으로 러블리즈 특유의 감성을 확보하고, 확실한 기승전결로 대중성을 획득한다. 팀의 특징인 다채로운 멜로디와 시원시원한 고음 가창을 벌스와 후렴구 사이 프리코러스에 과감하게 몰아넣는 것도 기존 스타일을 충족한다. 반면 사운드는 미래지향적이며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는데 도입부에서 서서히 고조시키다가 후렴구에서 훅(Hook)성 멜로디를 반복해주며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마음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조화의 면모는 '자각몽'으로도 이어진다. 신스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대폭 활용해 새로운 기조를 도입하며 앞서 언급한 답습의 의혹을 탈피한다. 요지는 후렴구 멜로디에 있다. 보폭이 넓은 멜로디와 반음계 형태의 멜로디가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신비감을 조성한다. 변화와 유지의 절충안을 보여주면서 팀의 새로운 가능성을 각인한다.
서브 곡들도 변화의 흔들림을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이야기꽃'은 마이너 조성의 레게 리듬으로 출발해 직선적인 신스 팝 후렴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매끄럽다. 보통의 작법이라면 알앤비의 요소가 더해질 법한데 원초적인 리듬을 로킹하게 이어가는 것이 신선하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노랫말에서도 어두운 단면을 그려내 성숙한 이미지를 장착한다. 이별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절대, 비밀'은 변화의 노선 앞에서 익숙한 곳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일렉트로닉 피아노로 만든 레트로한 구성에 가상 드럼을 가미하여 촌스러움 대신 현대적 감각을 조율한다.
평탄한 그래프를 그리는 와중 분기점이 될 작품이다. 음악적으로 큰 기복은 없었으나 'WoW!'나 '찾아가세요'처럼 오히려 대중성을 놓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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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