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미래』에서 말하는 ‘읽기’는 전통적 의미의 독서를 넘어 미디어 리터러시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나아가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읽는 일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서는 선택이지만 읽기는 필수다. 교양과 여가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읽기를 위해 이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 류대성은 오랫동안 국어 교사로 일했다.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전국의 도서관, 시·도 교육청, 학교 등지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해 강의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어떤 곳인가, 책과 글은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등의 화두에 몰입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됐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수업 등 많은 변화가 찾아왔는데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
코로나19 감염병은 인류 사회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이 의사소통의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염되는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에 선 우리에겐 이전 시대와 다른 능력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던 책은 그 역할과 기능을 디지털 미디어에 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지식과 정보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독서보다 넓은 의미의 입체적 읽기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요즘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리터러시는 텍스트를 읽고 쓰는 능력에서 나아가, 오감을 활용해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보고 듣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는 네트워크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고요. 사물인터넷이 일상화되고 모든 지식과 정보가 디지털로 변환되는 시기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매체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소화하는 능력은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입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자기 정체성을 단단하게 확보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혼란스럽고 힘겨워질 겁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독서를 넘어 미디어 리터러시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독서를 넘어 미디어 리터러시로 확장을 해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독서가 텍스트, 즉 문자를 이해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머물렀다면 미래의 읽기는 디지털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정보, 동영상 매체까지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평면적 독서에서 벗어나 입체적 읽기로 거듭나야 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눈, 귀, 코, 입, 피부를 통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저장하고 가공하는 힘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광고, 유튜브, 가짜 뉴스 등 무분별한 정보들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내는 분별력을 기르기 위해선 어떤 읽기 방법이 필요할까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다른 팩트를 두고 다투기도 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감각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닐까요? 엄청난 양의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려면 논리적 사고 훈련이 필요합니다. 현상과 본질을 구별하고 인과관계를 살피면서 읽는 연습이 필요하죠. 물론 ‘읽기’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정보를 말합니다.
독서의 권위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독서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까요?
읽고 쓰는 능력이 ‘권력’이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조하게 될 것입니다. 독서의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남들보다 많은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이 과거의 독서였다면,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미래의 읽기입니다. ‘Know-how’의 시대를 넘어 ‘Know-wher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정보와 지식을 재구성하는 능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요?
지식과 정보의 재구성은 쉼 없는 되새김질을 통해 가능합니다. 내면화된 지식과 정보를 편집하는 능력은 특별한 비법도 없고 단기간에 배울 수도 없습니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연결 고리를 찾아 그것을 묶고 나누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겠지만, 미래 사회는 서로 다른 분야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비대면이 보편화될 미래에는 대면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요?
대면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소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일 겁니다.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 억양과 목소리 톤이 아니라 제공되는 텍스트만으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면 비대면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읽기의 미래』에서는 인문, 과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언급되는데요. 이 책을 쓰기 위해 다른 책을 읽으며 관련 정보를 모아두신 건가요, 평소 읽던 정보들이 자양분이 되어 『읽기의 미래』를 쓰게 되신 건가요?
평소 저는 끊임없이 유목적 읽기를 시도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서적은 물론 관련 분야의 정보를 찾아보고 엉뚱한 분야에서 언급된 이론과 주장도 살펴봅니다. 문학,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서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거대한 책 숲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멀리서 보면 푸른 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양과 빛깔이 제각각인 한 그루의 풀과 나무입니다. 『읽기의 미래』는 그 풀과 나무 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얻은 사유의 결과일 뿐입니다. 전국의 도서관, 기업체, 교육청 등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청중들이 던진 질문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제겐 생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질문에 천천히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 책이나 영화 같은 미디어를 접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다가도 귀에 꽂히는 대사는 메모합니다. 전시회에 가서도 좋은 문장을 기록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치고 타이핑 하는 건 일상이고요. 그렇게 모은 저만의 지식과 정보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특정 주제로 모이기도 하고 때로는 저마다 다른 용도로 활용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고요. 꾸준히 하는 게 관건입니다.
이 책을 만난 독자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독서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를 넘어 읽기의 시대라고 감히 말하는 건, 텍스트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언제 어디서든 주체적인 태도로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며 재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랍니다. 미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각자가 만들기 나름인 시간에 불과합니다.
*류대성(인식의 힘) 오랫동안 국어 교사로 일했다.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전국의 도서관, 시·도 교육청, 학교 등지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해 강의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어떤 곳인가, 책과 글은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등의 화두에 몰입하고 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 책과 사회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지은 책으로 『우연이 아닌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사적인 글쓰기』, 『책숲에서 길을 찾다』, 『청소년을 위한 북 내비게이션』 등이 있고, 『고전은 나의 힘』, 『마중물 독서』 시리즈를 함께 엮고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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