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독자의 마음을 울린 화제의 감성 에세이 『너의 안부를 묻는 밤』의 지민석 작가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당신의 사랑은 어떠한지, 이별의 아픔에 잠 못 이루진 않는지 다정히 안부를 전하며 독자를 위로했던 작가의 손길이 이번 책에서 한결 더 따뜻해졌다. 작가가 세상을 포착하는 시선이 넓어지고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마음이 깊어진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습니다』에는 몸의 어느 곳도, 마음 구석구석도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며 너무 힘들지 않게 하루를 살아내길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염원이 아흔아홉 편의 글마다 고이 담겼다. 지민석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 하루의 위안을 얻어 보는 건 어떨까?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너의 안부를 묻는 밤』으로부터는 4년, 이후 출간된 『네 새벽은 언제쯤 괜찮아지려나』부터는 3년이 지나, 2020년 가을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습니다』를 출간하셨는데요. 시간이 흐른 만큼 작가님의 상황도,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변화가 이번 책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독자님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우선 2020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더 늦지 않게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다시 사회로 돌아온 해이기도 하고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그리고 마케터로 일해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 만큼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습니다』에는 제가 그간 경험한 것들을 온전히 담고 싶었습니다. 입대 전 출간한 책은 그때 당시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썼던지라 이번 신간은 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읽는 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래도 결국 제 이야기가 바탕이 되긴 했지만 독자분들이 읽으면서 더 큰 위로와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습니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울컥하는 심정이었어요. 요즘처럼 ‘건강하라’라는 말을 주고받는 일이 절실한 때가 없는데, 그런 간절함이 느껴지는 제목이에요. 제목에 담긴 작가님의 마음을 좀 더 알려주세요.
주변 지인들에게 행복하자는 안부를 늘 건넸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프지 말라는 안부를 건네고 있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요즘은 건강하자, 아프지 말자는 말이 인사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대면으로 만나 뵙지 못해도, 서점을 비롯해 어디선가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그런 인사와 안부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살아가면서, 또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느끼는 감정의 형태가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 앞에서 마음속에 번지는 감정을 어떻게 포착하나요?
저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제 감정보다 상대방이 저와 보낼 때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원래 (어쩌면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누군가와 처음 만난 자리라 해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대화를 먼저 이어가려고 해요.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성격이 세심한 편입니다. 타인이 흘리듯 하는 말을 모두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신경 쓸 게 많지만, 그런 성격이 글을 쓸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게 뜻밖의 일이나 상황이 벌어지면, 남에게 집중하고 신경 썼던 노력을 반대로 제게 합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나 감정이 어떤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순간순간의 감정을 그때마다 기록해두는 습관도 중요한 것 같고요.
이번 책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무엇인가요? 또는 쓸 때 유난히 힘들었던 글이 있었나요? 글을 쓰면서 어땠는지 숨은 에피소드를 듣고 싶어요.
154쪽, 155쪽에 실린 ‘무한한 사랑’이라는 글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가 흘리는 눈물을 처음 보고 난 후의 감정을 글로 썼는데요. 아버지는 다정다감한 편이시지만 사랑을 표현하실 땐 언제나 어색해하시는 것 같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로 괜히 부끄럽고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래서 아버지가 이번 신간도 읽어보실 텐데 그때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부끄러워서 책에 실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실었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 문답도 읽으실 텐데, 여전히 부끄럽지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네요, 어머니도요. (웃음)
작가님의 글에는 유독 속초, 오이도, 영흥도 등 특정 장소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글을 보면 장소와 관련된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듯해요. 마음의 고향처럼 간직하며 힘을 얻는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말씀하신 세 곳도 물론 그런 장소이긴 해요. 그런데 언젠가 글쓰기 모임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서로 주고받았는데 그때는 그런 장소가 없어서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다시 같은 질문을 받아보니 떠오르는 장소가 있긴 하네요. 서울에서 처음으로 살았던 동네요. 그 동네를 떠올리면 그때 느꼈던 열심과 열정, 무모함이 자연스럽게 생각나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요즘이라 더욱 그런 듯합니다.
작가님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이나 관계, 생각은 무엇인가요?
작가 외에 다른 업도 있는데, 요즘은 그 일에 가장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근래 동선도 집, 사무실의 반복입니다. 하는 일이 조금 더 이른 시간 안에 안정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더욱 노력 중이에요. 관계에 있어서 말씀드리면 전엔 제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만 신경을 썼다면 최근 들어 많은 사람을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사람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크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아무래도 독자님들께서 반가워하실 소식은 작가의 업일 때 제 모습이겠죠? 더 공부하고 스스로 준비됐다고 느낄 때, 연재 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때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날들도 탈 없이 잘 보내고 새로운 해로 무사히 건너가시길 바랄게요. 늘 안녕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조금씩 움직일 힘이 어떻게든 생겨나길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매번 드리는 안부로 인터뷰 마칠게요. 아프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요.
*지민석 쓸쓸한 밤을 위로하는 글로 “완전히 내 얘기 같다”, “마치 내가 쓴 글인 줄 알았다”라는 수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 지은 책으로는 『너의 안부를 묻는 밤』,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습니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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