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가득 꽃다발이 그려진 그림책이 출간됐다. 추운 겨울의 온도를 듬뿍 올려 줄 것만 같은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은,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전하는 위로와 기쁨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림책 작가인 조미자의 글에, 출판 프로젝트 ‘두 번째 토요일’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책을 펼치면 만나게 될 특별한 그림처럼 ‘두 번째 토요일’에는 특별함의 의미가 있다.
작가님의 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두 번째 토요일’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5년 즈음, 젊은 시절 춘천 근교의 보육원과 시설을 찾아가 미술지도를 한 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은 일곱 분 정도의 미술전공자, 비전공자가 함께 모여 미술지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금요일마다 보육원, 재활시설에 미술봉사를 가서 금잔디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20년 전부터는, 두 번째 토요일마다 춘천 외곽 지암리에 있는 장애시설인 나눔의 동산에 가서 미술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토요일’은 이 모임의 출판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이 이름 안에는 미술지도를 하시는 선생님들과, 그림을 그리시는 재활시설 식구 분들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 토요일’모두가 저자입니다.
그림책 『축하합니다!』를 기획,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방문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zoom 수업도 해봤지만 많이 힘들어 수업을 꼬박 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놀라운 그림을 그려내시는 분들의 그림을 저희만 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토요일’로 이름을 짓고, 그림책으로 출간을 하면 어떨까 모임의 분들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모두 꽃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 관찰이 일반적이지 않아,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조미자가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2020년 연말에 꽃그림으로 다른 이들에게 활력을 주는 책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마음을 선물하는 책을요.
그림책의 그림 속 색감과 형태감이 무척이나 재밌고, 또 강렬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림을 그리신 재활시설 분들과의 미술수업 풍경이 참 궁금합니다.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연초에 1년 동안의 미술수업 계획을 만들어 놓습니다. 물론 사정에 따라 약간씩 변동이 되기도 하고요. 수업 내용을 주제에 따른 멋진 제목으로 정하고, 재료와 담당 선생님을 정하고 있습니다.
수업 내용을 시사하는 사진이나 명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관련된 화가나 미술사조도 설명합니다. 학습 능력은 다양하지만 반복적인 열성으로 함께 진지하게 임합니다. 작가 이름이나 기법 등을 소리 내어, 크게, 따라서 말하기도 합니다. 활력의 에너지가 가득한 시간이죠. 각 테이블마다 지도 샘과 도우미 샘이 진행을 돕는데 절대로 그려주지 않습니다. 사실적인 형태의 묘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로 설명하고 재료를 바꿔주고 철저하게 돕는 것이 지도의 방법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들은 개인의 개성이 잘 지켜져 멋진 그림이 됩니다.
선이 삐뚤 하다고 지우거나 고치지 않으며, 그분들의 힘과 선으로 그리게 하며, 떨리는 붓질로도 스스로 칠하게 합니다. 물감의 색을 고르지 못하시는 분들은 붓에 물감을 묻혀 바꿔 드리기도 합니다. 대충 끝내려 하는 친구들은 독려해서 완성도 높게 만듭니다. 신나게 칭찬하며 즐기게 합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여러 선생님들의 좋아요!, 잘했어요!, 여기 조금만 더 칠 해봐요!, 와! 멋져요! 같은 말들이 많이 들립니다. 즐거운 목소리로 함께 시끌시끌합니다.
완성된 그림들을 함께 보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일일 반장으로 뽑힌 분이 나와 사회를 보고, 다른 분들은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가 맘에 드는 그림을 뽑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뽑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럴 땐 다른 그림을 뽑으라고도 합니다. 자폐가 심한 친구들은 다른 사람 그림에 관심이 없으세요. 그리고 다 함께 마무리 총평을 합니다.
그분들의 그림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그들만의 관찰이 정말 특별합니다. 예로 나뭇가지를 들고 보고 그리는 시간에, 열심히 보고는, 잎사귀를 네모로 그립니다. 명화 따라 그리기 시간에는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좌우를 바꿔 그리기도 합니다. 거기 있는 글씨까지도요. 정말 놀라운 집중력이죠. 사물이나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아주 힘없이 연약한 분들이 있고, 힘이 넘쳐 파스텔이 다 부서져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색깔의 선호가 확실해 옆에서 바꿔주지 않으면, 비슷한 연분홍, 주황 등으로만 칠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예로, 연말에 크레파스를 정리하다 보면, 주황색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리 주황색을 좋아하는지.....) 개인의 표현이 참 강하고, 잘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매우 뚜렷한 그림을 그립니다. 꾸미지 않는 그분들의 선과 색 또한 참 특별합니다.
기억에 남은 그림과 사연이 있으신가요?
너무나 좋은 그림, 마음 찡한 사연이 많습니다. 하얀 종이에 거칠게 선만 쭉쭉 긋기만 하던 분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그림을 그리며, 언젠가는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고 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눈 입을 그려 놓았을 때가 마음 뭉클하고, 참 좋아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형태를 그려서가 아닌, 얼굴의 표정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눈과 입에 미소가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상황의 많은 분들이 모여 그림으로, 그림책으로 하나 됨을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재활시설 분들은 보통 변화를 싫어하고 지루함을 모르고 반복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같은 데가 찢어질 정도로 긋고 또 긋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나누어 쓰는 것도 싫어하는데 그림으로 나눔과 소통을 하게 합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죠. 일반인은 단지 사회적 적응력으로 좀 더 나아 보이게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그림을 뽑아 칭찬도 해 주는 경험은 매우 특별합니다. 우리에게는 오랜 시간 서로의 그림을 알고, 즐기며, 이야기하여 온 시간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지도법을 존중하고, 한 분 한 분의 개성을 존중한 시간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게 하고 싶어서, 느끼게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설명하였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를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많은 분들이 미술지도 봉사모임 함께 하였습니다. 지금은 사정상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도 그 때의 시간과 그림들을 추억하시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읽으실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축하합니다!』 그림책은 그간 지도를 해 오신 선생님들과, 재활시설 식구들의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그린 이들의 정성과 시간의 열정이 그림책을 펼치시는 매 순간순간 따듯한 마음으로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그림으로 좋은 기운 받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토요일 ‘금잔디’는 1985년부터 미술지도 봉사를 하는 모임입니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재활시설에 있는 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두 번째 토요일'은 이 모임의 출판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축하합니다!』 그림책은, 춘천 근교에 위치한 재활시설(나눔의 동산) 분들의 그림으로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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