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대처하는 것은 기업과 개인의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전 인류가 코로나19라는 동일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원격의료, 화상회의, 비대면 서비스 등 전 사회적인 디지털화 흐름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놓은 지 오래고,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디지털을 입에 물고 태어난 기업들은 기존의 산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신간 『디지털로 생각하라』는 경영전략, 마케팅, 호텔경영학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연구해온 미국과 한국의 교수들이 모여 자신의 강점과 상황에 맞게 디지털 전환을 하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시간적,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줌(zoom)으로 공동집필한 과정 자체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는 세 명의 저자 신동훈, 이승윤, 이민우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았다.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책을 쓰셨는데, 학자와 저자의 입장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디지털 전환이 있다면요?
신동훈: 아이가 학교를 안 가요. 매일 오전 7시에 아이가 손을 흔들며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는데 말이죠. 대학에서 강의하는 제가 온라인 강의를 많이 하게 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초등학생인 아이가 학교를 못 가는 것은 저의 하루를 많이 바꾸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디지털만 보며 살아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지만 태블릿 화면 속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수업을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가 뭘 어떻게 배우는지 옆에서 부모가 직접 볼 수 있어서 좋긴 해도 조용히 일하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 변화는 사실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 위기로 인해 너무 빨리 확산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가 코로나 위기로 인해 1년에 걸쳐 올 디지털로의 변화가 2개월 만에 왔다고 했는데 저도 그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해 들어 유독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이승윤: 요즘 한국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화두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어떠한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 것인가’입니다. 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정말 잘합니다. 토종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끝내 다채로운 디지털 고객경험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라는 거대 공룡의 파상공세를 방어해 냈죠.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 역시 D2C (Direct To Consumer) 시대, 직접 운영하는 커뮤니티 플랫폼들을 통해 다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많죠.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점은 어느 하나 확실한 정답 혹은 정해진 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기업별로 기업 내의 HR 부서, 교육 부서, 마케팅 부서 모두 다른 전략적인 방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국 각 기업마다, 각 부서마다, 스스로 DT를 정의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나갈 것인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당연히 변화된 고객에 대한 정의나 그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 만족시킬지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지나치게 DT를 기술 기반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술이나 Data가 없어서가 아니라, DT를 바라보는 태도나 문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디지털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체계화 혹은 내재화가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예전에 해왔던 방식이나 틀 내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고객분석을 하고, 비슷한 방식과 루트로 고객 경험을 전달하려고 하기에 생기는 문제죠.
성공적 디지털 전환사례로 꼽으시는 힐튼 호텔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이민우: 제가 생각하는 힐튼 호텔의 디지털 전환사례는 한마디로 ‘연결 (Connecting people through DT)해서 혁신 (Service Innovation)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버지니아주의 힐튼 본사에 가면 ‘Hilton Innovation Gallary’라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Innovation is in our DNA. Making our guests’ lives easier, Connecting people with what matters most”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사람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에서 만들어지고 제공되는 서비스를 디지털 기술이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통해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와 경험, 그리고 혁신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문제인식- 정보탐색 – 대인평가 – 구매결정 – 구매후 행동”이라는 5단계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데요. 힐튼호텔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정보들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전 과정에 접목시켜서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서비스와 도움 (모바일 키, 모바일 체크인 체크아웃, 챗봇, 일렉트로닉 콘시어지)을 받을 수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룸 설계 및 선택 (커넥티드 룸, 파이브 피트 투 피트니스, 모바일 앱을 통한 원하는 룸 선택), 스마트룸 시스템 (알렉사 에코, 엘지 스마트 TV 시스템)을 경험하게 됩니다. 숙박 후에는 힐튼로열티 포인트의 다양한 사용 (아마존 쇼핑) 등을 통해 강화된 고객 혜택 및 가치를 제공합니다.
물론 이러한 디지털기반의 서비스들은 디지털을 이해하고 실제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가능합니다. <포춘(Fortune)>에서 선정한 ‘일하기 좋은 직장’에서 2년 연속 전미 1위를 달성한 것도 이러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사례의 방증이 아닐까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힐튼클린스테이와 워크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것도 힐튼의 디지털 전환 노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을 썼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민우: 저는 경영정보시스템과 호텔관광경영이라는 두 분야를 공부했고, 두 분야의 접목을 통한 서비스 혁신을 가르치고 연구해왔습니다. 신동훈, 이승윤 교수님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과 성과 등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어왔기에, 이 책을 쓰자고 했을 때는 저자 세 명의 시각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글로 구체화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각자의 저자가 생각하는 시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의 기업사례들을 나열하기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법칙화해서 사례로 풀어낸다면, 디지털 전환을 좀 더 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책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고민하는 과정에서 북스톤 출판사 관계자분들의 의견이 큰 힘이 되었고, 그 후 과정은 어렵다기보다는 정말 즐거운 디지털 협업이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전략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은 어느 곳일까요?
신동훈: 애초부터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밸류체인이 설계된 기업들에게도 배울 점이 아주 많지만, ‘전환’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면 원래 디지털 기업으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영역의 확실한 강점을 잘 레버리지 하고 있는 기업들이 DT의 모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책에 소개된 스타벅스, 나이키, 넷플릭스, 도미노피자, 존디어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DT를 수행하고 있는 이유는 자기 사업이 고객과 사회에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가치가 뭔지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온 방식이나 산업 구분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그 본질적 가치를 더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 디지털 기술을 밸류체인에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DT에 관련된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너무 어렵고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이 변화를 바라보기보다 ‘현재 우리 기업이 가진 가치를 디지털 기술과 프로세스로 업그레이드 한다’고 접근하기를 추천합니다.
조직이 아닌 개인(마케터)이 염두에 두어야 할 디지털 전환의 법칙이 있다면요?
이승윤: 책에도 언급했지만 2019년, 라이언 카지(Ryan Kaji)라는 당시 9살인 아이가 크리에이터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자그마치 2천 9백만 달러를, 우리나라 돈으로 300억이 넘는 돈을 버는 세상입니다. MBC 경영 적자가 천억 원이 넘는 세상에서 말이죠.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디지털 채널들을 갖고 스스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세상입니다. 동시에 100세 시대인데, 40대면 퇴직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과거 선배들이 바이블처럼 여기던 법칙들은 하나도 맞지 않는 시대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안정된 직(職)이 아니라 어디서든 자신을 찾도록 만들, 스스로 창의적인 Maker로 태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업(業)들을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N잡러가 되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개인은 스스로 새로운 세상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생존할 거고요. 그런 전환의 시대에 Digital Literacy, 즉 디지털 문법을 이해하고, 디지털적으로 사고하며,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은 큰 무기가 될 겁니다.
‘디지털 전환’은 한마디로 뭘까요?
신동훈: 생활 속에서 생각해보면 디지털 전환은 스마트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젊은 덕후들만 쓰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모두에게 필요하고(Universal), 빈티지 감성이 좋다고 혼자 되돌아갈 수 없어 불가역적이고(Irreversible), 피할 수 없고 (Unavoidable), 지속적인 변화(Continuous Change)를 일으키는 것이죠.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전환도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하고, 피할 수 없고, 지속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일상입니다. 스마트폰이 자연스럽고 당연해진 우리의 일상처럼 디지털 전환도 이미 와 있는 일상이고, 그 일상을 어떻게 좀 더 잘 가꾸어나갈지 이번 책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신동훈 현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UW-Whitewater)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전략(Strategic Management), 조직변화(Organizational Change)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 후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경영전략 및 조직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응하며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조직이다. 어떤 기업은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올라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승승장구하는 반면 다른 기업은 기존의 제도와 관성에 매여 변화에 뒤처진다. 비슷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까? 능동적으로 혁신하는 조직이 가진 비결은 무엇일까?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혁신의 도입과 전파, 기업의 위기에 대한 대응, 리더의 역할과 조직구성원의 소명의식 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의 연구는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화의 흐름 속에 새로운 산업은 어떻게 떠오르는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조직과 기업가의 전략 등에 관한 것이다. 야구와 미식축구의 열렬한 팬이며 모든 종류의 여행을 사랑하는 여행 맥시멀리스트다.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 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웨일스 대학교에서 소비자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 대학교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마케팅 조사 회사인 닐슨(Nielsen)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디지털·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학 연구에도 남다른 성과를 보여 [광고 저널(Journal of Advertising)], [사회 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등 광고, 심리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왔다. 저서로는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바이럴』, 『인플루언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공저),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공저) 등이 있다. SNS를 통해 생생한 디지털 마케팅 소식을 전한다. *이민우 미국 휴스턴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 힐튼호텔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항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 후 미국 텍사스공과대학교 및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공부했으며,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경영학(호텔관광경영분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발리그룹(Bali Group)의 연구본부장(Director of Research)으로 호텔개발, 신기술 도입, 정보시스템 도입 등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글로벌 연구·학술단체인 Data Analytics & Service Innovation Lab(www.thedasil.com)을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이용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혁신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어코어, 힐튼, 인터콘티넨털 등 글로벌 호텔기업들의 호텔성과, 고객평가, 고객데이터 및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혁신에 대해 컨설팅과 자문, 강연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 국제기구인 HFTP(Hospitality Financial and Technology Professionals)와 함께 다양한 호텔기술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호텔관광 데이터 분석 및 서비스혁신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 호텔관광경영 분야의 학술지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수의 학술연구상을 수상하고 휴스턴대학교의 연구우수교수(50-in-5 Scholar)에 선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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