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작곡가가 누구더라?’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클래식 음악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왠지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처럼 느껴진다. 정말 클래식 음악은 나와는 맞지 않은 고리타분한 음악일까?
뮤직 크리에이터 송사비가 쓴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는 누구나 클래식 음악을 쉽게 즐기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다. 딱딱할 수 있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솔직하고 톡톡 튀는 문체로 생동감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책은 아니다.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과 낭만을 거쳐, 인상주의와 러시아 음악까지 클래식 음악사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야화는 어떤 책이고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음악 크리에이터 송사비입니다. 클래식은 애호가들에게는 다정하고 관대하지만, 진입 문턱 앞에 서 있는 입문자들에게는 한없이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장르에요. 우선 제목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전문 용어인 경우가 많아서, 곡 이름조차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많죠. 또, TV에서 무심결에 듣게 된 곡이 좋아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도,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시는 분도 많이 봤어요.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는 이런 분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대학 시절, 전공자인 저마저도 어렵게 느끼곤 했던 음악사를 일반인들의 시선에 맞추어 쉬운 용어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전공서처럼 딱딱하게 작곡가의 일생과 곡 설명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사랑과 그를 성장시킨 사람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를 대가로 만든 특별한 상황을 담아냈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는 분들에게 충분한 해답으로 다가서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태도로 감상하면 클래식 음악을 쉽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우선 본인의 취향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대중음악만 놓고 보아도 재즈/일렉트로닉/발라드 등 각자 선호하는 장르가 명확한 편인데, 클래식은 범위가 훨씬 더 넓음에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단순하게는 악기 구별부터 시작해서 피아노곡이 좋은지, 아니면 현악기나 관악기가 좋은지 찾아볼 수 있겠죠. 또, 연주자 한 명이 연주하는 솔로 곡이 좋은지 아니면 관현악단 전체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곡이 좋은지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은 접근법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시대순으로 작품을 감상해보면서, 어느 시대의 음악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찾아보세요. 아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대와 작곡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고,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전공 특성상 많은 클래식 서적을 읽어야 했는데 전공서는 너무 딱딱했고, 일반서적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이 뒤섞여 명확한 사료가 아닌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을 자주 보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사를 쉽고 재밌게 푸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논문과 각 작곡가의 나라에서 그를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자료들을 엄청 많이 읽었는데, 제가 모든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라서 원어로 쓰인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이후, 감사하게도 ‘앉자마자 한 번에 쭉 읽을 만큼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어요. 요즘 아침마다 독자님께서 남겨주시는 후기들을 보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책 중간중간 현재를 살아내는 것에 대한 고찰이 나옵니다. 클래식 음악책에서 철학적인 질문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작가님은 지금 어떤 현재를 살아내고 계신가요?
클래식 작곡가들이 워낙 몇백 년 전의 먼 시대 사람이다 보니 그들을 마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름이 남겨진 예술가도 그저 한 사람일 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고민을 하거나, 좀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다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대가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아주 불행하게 죽은 작곡가도 있고, 지금은 천재로 칭송받는 작곡가가 그 당시에는 구박받으며 인기를 끌지 못하기도 했죠.
그래서 작곡가가 살아내야 했던 ‘그의 현재’가 궁금했어요. 이렇게 먼 미래에도 이름이 남겨질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살던 당시에 힘들고 답답했다면 당사자에게 이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죽은 뒤에 남겨짐으로써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집필하는 내내 끌어안고 살았습니다.
저에게도 질문을 던지셨지만,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만큼 염원해오던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남기는 것이었는데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를 통해서 5% 정도는 해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하)
바로크부터 20세기 음악까지 넓은 스팩트럼의 작곡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곡가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중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작곡가를 소개해 주세요.
프랑스 작곡가이자, 인상주의 작곡가인 라벨을 가장 좋아합니다. 학부 시절 가장 많은 악보를 분석하고 연구했던 사람이거든요. 성격도 저와는 정반대로 즉흥적이고 예술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매력적으로 느꼈던 인물이에요. 라벨 에피소드를 읽으실 때는 아마 굉장히 ‘멋쟁이 음악가’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에피소드는 차이콥스키 편이에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같은 발레곡이 워낙 유명해서 인지도가 있는 작곡가이지만 굉장히 비극적인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마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나서 음악을 들으면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클래식 음악야화가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되길 바라시나요?
클래식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더라도, 주변에 음악 전공자가 없다면 명확하게 길을 알려줄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는 막막함에 먼발치에 두곤 했던 클래식을 가까이 당겨와 다정하게 들려주는 옆집 언니·누나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뮤직 크리에이터로서,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코로나로 인해 안 그래도 대중화되지 못한 클래식 공연시장이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로의 저의 욕심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클래식을 좀 더 대중화시키는 거예요. 최근 유튜브에서 <피아노 배틀>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클래식 전공자분과 일반인이지만 피아노를 잘 치는 숨은 고수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상금이 걸린 경연으로 규모가 커졌어요. 이 콘텐츠가 기존의 클래식 공연이 아닌, 독특한 형식의 클래식 공연 문화로 새로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로서는 조금 더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다음에는 이야기의 대상이 음악가가 아닌 ‘음악’ 그 자체여도 재밌을 것 같네요. 아무튼 독자님들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작가와의 대담이 쉽지 않은 요즘 시국에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또 다양한 콘텐츠로 인사드릴게요. 늘 고맙습니다.
* 송사비 뮤직 크리에이터, 연세대학교 작곡과 졸업 할머니와 고모, 사촌 언니까지 음악인인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여러 악기를 배웠다. 연세대학교 작곡과 졸업 후, 뮤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대중들이 더 쉽고 재밌게 클래식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와 팟빵에 다양한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주변사람들이 잠 좀 자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다. 매주 수~토요일, 저녁 8시 트위치를 통해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ng4b 유튜브 : youtube.com/c/송사비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37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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