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제목에 꽂혀서 샀는데 완전 좋았던 책’이에요. 생각해봤는데 이런 책이 꽤 있더라고요. 소개하고 싶은 책이 많아서 고민했어요.
캘리: 책을 만들 때 제목을 가장 많이 고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모든 제목이 다 보통 제목이 아닌 걸 텐데요. 그 중 하나를 고른다는 게 무척 갈등하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프랑소와 엄: 저는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도 고민했어요. 이 책들도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이현주 저 | 코난북스
2021년이 이제 두 달 지났지만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공감하며, 가장 빨리 읽은 책이에요. 다음 장이 읽고 싶어서 가족들이 말을 걸어도 절대 듣지 않고 읽기만 했던 책인데요. 책 제목을 듣는 순간 엄마와 딸 이야기가 아닐까 단번에 생각했어요. 부제가 ‘엄마와 딸, 엄마 됨에 관한 원망과 이해의 사적인 역사’거든요. 딸이 자기 엄마의 삶을 돌아보면서 엄마라는 자신의 정체성까지 함께 보고요. 엄마의 역사를 통해 딸이 ‘엄마 됨’에 관해 쓴 책이에요. 저는 ‘가련하다’는 생각이 엄마를 떠올리면서도 나고, 저를 생각하면서도 나더라고요. 원래 저는 자기연민을 많이 갖는 편은 아니었는데요. 엄마가 된 후부터 스스로에게 연민이 생기는 때가 많았어요. 엄마라는 사람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를 생각할 때, 특히 한국 여성을 생각할 때 가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K장녀’인 거죠. 얼마나 엄마가 장녀에게 의지를 많이 하겠어요. 작가님은 서문 마지막 부분에 이 책을 엄마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읽으면 엄마는 슬퍼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최종 수신자는 엄마다, 라고 쓰셨는데요. 어머니가 이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는 엄청 슬프긴 하겠지만 내 딸이 나를 이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마음도 엄청 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람이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준다는 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이현주 작가님은 편집자로 오래 일하셨고요. 1인 출판사도 잠깐 하신 적이 있어요. 책도 두 권 쓰셨었는데 그 책들도 모두 좋았거든요. 글을 잘 쓰는 편집자 분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르게 좋았던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어떤 사건이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점이 정말 좋고요. 저는 엄마가 왜 이토록 가정에 헌신하고, 노력했음을 자식한테 인정 받고 싶어 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됐거든요.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딸이라는 정체성을 평소에 많이 의식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이 정말 좋을 거고요. 가정 주부든 워킹맘이든, 장녀로서의 부담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분이든, 언니나 장녀를 볼 때 이해가 안 간다 했던 분들이든 한국 사회의 여성에 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모두 폭넓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책 속 인상적인 한 마디를 소개하며 책 소개를 마무리할게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여자들도 결혼과 임신과 육아에 부러지고, 부러지고, 또 부러졌다. 대단한 재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작게나마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회사의 인정을 얻으려면 어떤 일이든 지속할 시간과 몰입의 깊이가 필요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클라이브 D. L. 윈 저 / 전행선 역 | 현암사
저자는 동물 행동과학자예요. 미국 최초의 개 과학 연구소인 플로리다대학교 개 인지 행동 연구소를 창립한 창립 멤버이기도 하고요. 개 ‘제퍼스’ 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이기도 해요. 이 책은 학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이 개라서 너무 웃겨요.(웃음)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요. 우선 개가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관한 내용부터 소개를 해볼게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함께 있으면 심장박동 속도가 비슷해진다고 해요. 그런데 개도 자신의 반려인과 함께 있으면 똑같이 심장박동 속도가 맞춰진대요. 인간들이 연인을 사랑하듯 개는 인간을 사랑하는 거예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이 존재들은?
결론을 말하기 전에 ‘윌리엄스-뷰렌 증후군’ 을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사람’ 이라는 개념이 없대요. 낯을 전혀 가리지 않고, 만나는 모든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극도로 외향적이고, 사교적이고, 타인에게 극단적인 관심을 갖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증후군에 책임이 있는 유전자가 있는데요. 놀랍게도 개에게 이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가 있다는 거예요. 사실 개의 특성을 생각하면 방금 설명한 증후군의 증상과 너무 닮았지 않나요? 사회적인 접촉에 대한 갈망, 관계의 필요성이라는 게 개의 유전자에 박혀 있다는 거죠.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될 게, 인간이 특별해서 개가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대목을 읽어드릴게요.
"개는 우리를 사랑한다.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를 향한 그들의 사랑은 우리가 특별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들이 특별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개는 당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당신의 개는 거의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심지어 인간뿐 아니라 모든 존재를. 만약 땅돼지나 얼룩말에게 키워졌다면, 당신의 개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들을 사랑하며 성장했을 것이다."
영어 원제는 'dog is love'예요. 개는 사랑이다, 개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거죠. 그리고 책의 결론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아름다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천 년 전에, 어느 인간 마을의 근처에서 누군가 강아지의 애달픈 낑낑거림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이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개와 함께 사는 삶을 택했을 거고, 그때부터 개는 이 특별한 사랑하는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를 만들었을 텐데, 지금 우리가 그 관계에 참여하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고, 영광스러운 일이겠느냐, 라고요. 개와 함께 사는 것은 그때 그들이 맺었던 사회적인 계약에 우리가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하죠.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서현숙 저 | 사계절
제목에 ‘소년’이 들어가면 어느 순간부터 유심히 보게 됐어요. 사실 이 단어는 남성만 지칭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 사내’라는 뜻도 있지만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이라는 뜻도 있어요. 마치 ‘청년’이라는 단어가 여성과 남성을 모두 칭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소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떠올려봤는데요. 『소년이 온다』, 『니클의 소년들』,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소년의 마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등이 있죠. 제가 이 책들을 다 읽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소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요. 『소년을 읽다』라는 제목을 보고 바로 펼쳐 들었어요.
이 책은 소년원에 간 국어교사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요. 소년원은 특수교육기관이래요. 소년 교도소와는 다른 공간이라고 하고요.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위험이 있는 만 10세부터 만 18세까지의 소년을 보호하고 교정 교육을 하는 교육 기관이라고 해요. 하지만 흔히 소년원이라고 하면 갖는 편견이 있죠. 그런 편견 때문에 이곳에 다닌 친구들은 자신이 소년원에 있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이 시기를 빨리 벗어나려고 해요. 서현숙 선생님은 교육부 사업의 일환으로 소년원 학생 중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친구들에게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견교사로 근무를 했는데요. 국어수업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독서를 통해 아이들의 문을 하나씩 열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서서히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매달 책을 한 권 선정해서 학생들에게 읽혀요.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책과 그 책을 쓴 저자와 가까워지고요.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해가면서 성장하죠. 학생들이 김동식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난리가 났대요. 술술 읽히고, 계속 읽고 싶으니까 책 더 없느냐고 요청도 하고요.(웃음) 저자는 이어 김동식 작가님을 초대해요. 학생들이 “동식이형”이라고 부르면서 정말 좋아해요. 무엇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환대였어요. 교사가 학생들에게 환대를 알려주잖아요? 그럼 학생들이 타인을 환대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환대를 하고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치는 게 이 책의 가장 멋진 부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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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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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