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써온 작가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에세이,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순간들 속에서 발견한 작은 위로와 용기가 담겨 있다. 한동안 미워하던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스스로를 조금은 더 다정하고 살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작가의 솔직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결국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못난 구석을 기어이 찾아내 다그치고 미워하는 것에서 벗어나, 살아온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면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펼치는 모든 이들이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서 자신을 좀 더 좋아하고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책 소개 함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 김리하입니다.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추락 3분 전』, 『빨래하는 강아지』, 『발차기만 백만 번』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저의 첫 에세이입니다.
살아오면서 내가 싫고 미운 날이 많았지만 몇 년 전부터 ‘나를 조금씩 더 아끼고 좋아해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나에 대한 원망을 뒤로하고 나와 내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혼란스러운 마음과 생각을 차츰 정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그 이야기들의 모음집입니다.
작가님께선 동화작가로 많은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에세이는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집필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화 작가로 등단한 지 10년이 되었는데요. 그 기간에 비해 출간한 책이 적은 편이에요.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자책과 더불어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오랜 기간 무기력하게 지내 왔습니다.
그사이 나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스스로를 너무 미워했으니까요.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나, 목표한 대로 이루어 내지 못하는 나. 이런 내가 한심해 보였어요. 다른 누구와도 아닌 나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한 거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깨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별일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괴로움은 갈수록 커져만 갔어요. 그 상태로 몇 년을 보내는 동안, 벗어나 보고자 몸부림을 치기도 했는데요. 우울함이 깊어서 혼자만의 동굴로 굴러떨어지길 반복했지요.
그러다가 재작년쯤, 인생 후반전에 접어드는 시기에 이르러 각성하고 비로소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루 몇 줄씩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쓰러져 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좀 살려 보자’는 생각에 글을 썼어요. 그 글들이 모여서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가 되었죠. 책을 내려는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쓴 게 아니라, 우울과 무기력을 떨치고 제자리에 좀 똑바로 앉아 있고 싶어서 글을 썼어요. 당시 저는 거의 누워서만 지냈거든요.
우울하고 무기력한 순간들을 글쓰기와 다른 습관들로 극복해 나가신 거로 아는데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매일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을 외면하게 돼요. 울적한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할 일을 미루게 되고 그렇게 미룬 일들은 내가 못 해낸 일로 쌓여 가지요. 끝마치지 못한 일들은 또다시 내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악순환인 거죠. 내가 나를 한심해하고 싫어하게 만드는, 미움의 꼬리 물기가 시작됩니다. 그 중간을 탁! 하고 잘라 버리는 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어요. 저는 3~4년 넘게 방황하다가 그 질긴 시간을 하루 세 줄 쓰기로 실천하면서 끝낼 수 있었어요.
솔직히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몇 페이지씩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욕심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욕심을 아예 없었어요. 그땐 스스로에게 어떤 기대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우울을 떨치고 다시 글을 쓰고자 다짐했을 당시, 이렇게 노트 구석에 딱 세 줄을 적었어요.
‘나는, 쓰는 삶을 살 것이다.
쓰다 보면 나를 살리게 될 것이다.
끝내 좋은 글을 쓰는 따뜻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말이 되든 안 되든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어요. 어느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쓴지 만 2년이 되어 가네요. 글의 수준이나 분량은 나중 문제였어요. 저의 무기력함을 끊어낼 도구로서의 글쓰기는 그냥 ‘매일 몇 줄이라도 적으면 되는 거라고, 딱 그것만 하자’고 생각하며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글을 쓰는 사이에 제 몸에 밴 나쁜 습관들을 하나씩 덜어냈어요. 좋아하던 맥주와 믹스 커피를 끊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패턴을 바꾸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한 다음 중간에 접어 버리는 행동들을 멈추었죠. 나쁜 습관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습관을 채워 넣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며 플래너를 쓰고, 매일 다이어리에 기록하며 실행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고집 센 저를 살살 달래가며 즐겁게 읽고 쓰는 삶으로 이끌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제가 우울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던 책입니다. 사는 게 버겁고 내가 싫고 미웠기에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보고자 블로그에 몇 줄씩 글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계획한 일은 아니었으나 결국 그 글쓰기 덕분에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었고 이젠 가끔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까지 맞이하게 된 거죠. 그러니 ‘나쁜 일이 끝까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이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라는 진리 앞에 고개 숙이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삶의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오는 어떠한 순간에도 조금씩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분들께 드릴 수 있는 작가님만의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제 경우는 아이를 키우는 중간중간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매우 좋지만, 별개로 세상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그림책과 동화책 동호회에 가입해서 엄마들과 함께 공부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제가 동화책 속에 깊이 빠져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동화책을 읽고 또 책도 출간하게 된다면 제 삶이 참 행복하고 즐겁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근래 몇 년간 주춤하기는 했지만, 동화를 쓰게 된 과정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여깁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관찰하는 건 훌륭한 습관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처럼 가볍게 시작해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재능과 특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파악해서 하나씩 배워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배우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성장 욕구가 있어서 나이에 상관없이 소통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순간 ‘자신의 나이는 정말 숫자일 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지요. 배우는 순간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나답게 나이 듦’ 그리고 ‘남들이 말하는 멋있게 나이 듦’ 에 대한 작가님만의 기준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제가 이렇게 나이를 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제 안에는 아직도 사춘기 소녀 시절의 장난기가 남아 있는데 세월의 흐름에 맞춰 겉모습은 늙어 가고 있지요. 그래도 나이 드는 게 싫지 않아요. 오히려 더 좋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기도 해요. 원망도 하고 자책도 합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조금씩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바람직한 쪽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요. 자꾸만 과거에만 매달려 살 수 없고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만을 기약하며 살 수도 없어요. 오늘을 사는 지금의 내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간 호되게 가슴앓이를 하며 자신과의 사투를 벌여 봤던지라 저는 이제 거창하거나 대단한 목표를 세우며 저를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제가 뭘 잘해야만 좋아하고 잘하지 못하면 책망했던 시절도 떠나 보냈어요. 이 세상 유일무이한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지요. 나이 들수록 내가 좋아지고, 내가 마음에 든다면 꽤 괜찮은 인생 아닐까요?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하루의 일정을 다 마치고 내일도 즐겁게 살아보려는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중년의 삶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작가님의 집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가님의 두 번째 에세이가 보고 싶습니다!
현재 에세이와 동화 계약은 마쳤고요. 두 번째 에세이와 세 번째 에세이, 동화와 청소년 소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기를 조율해 가며 원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에 관한 것이 두 번째 에세이고요. 엄마와 딸 사이의 이야기가 세 번째 에세이입니다.
몇 년 동안 한 글자도 쓰지 않고 우울하게 지낸 것에 비하면 작업량이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지요. 감사한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종종 글을 쓰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면 현재 주어진 일들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제가 가진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싶어져요.
독자분들께 단 한 줄이라도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은 저의 의무이니까요. 쓰고 고치고 또다시 살펴보면서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 하지요.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제대로 된 글을 내어놓기 위해 계속 다듬어 나가는 중입니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를 읽으실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일, 억울한 일, 속상한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끔 띄엄띄엄 올 때도 있지만 어느 한 시기 폭풍처럼 몰아닥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힘들죠. 눈물 납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어져요. 내게 조언을 줄 누군가의 손길도 기대하게 되고요. 당연히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결국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일어서서 두 발로 땅을 디딜 사람은 우리 자신입니다.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서면 다음번에 맞이하는 시련은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극복한 시련들을 지렛대 삼아 더욱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내가 나를 좋아하며 믿어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쁜 일이지요. 저는 이제 저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뭘 잘 못 해도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는 저를 사랑해 주기로 했어요. 이런 날들이 쌓이면서 제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 하루하루가 생겨납니다. 여러분께도 스스로가 좋아지는 숱한 나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길 바랍니다.
*김리하 몇 년간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길 잃고 헤매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어쩌다 한 편씩 쓴 글들이 어느덧 저를 일으켜 세우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세상 모든 것들, 특히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그곳에 가닿기를 바라면서요. 저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정겨운 벗처럼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11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같은 해에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신나는 어린이들로 가득한 세상을 꿈꿉니다. 그런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어른이고 싶습니다. 지친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친구 같은, 작고 따뜻한 동화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추락 3분 전』과 동화 『빨래하는 강아지』, 『착한 동생 삽니다』, 『발차기만 백만 번』, 『오공이 학교에 가다』 등이 있습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