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최근 20년 동안 국내에 출간된 경제경영서 중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거나 지금 다시 읽어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판단되는 도서 100권을 선정하고 리뷰한 서평집이다. 경영 컨설턴트부터 경영학과 교수, 비즈니스 코치 그리고 전현직 CEO 등 총 7분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참여한 책이기도 하다. 혁신 전략, 미래 전략, 마케팅 전략, CEO와 리더십, 성공과 행복, 행동과 심리, 경제, 인문 사회, 정치 사회 등으로 책을 분류하고 몇 차례 토론 끝에 총 100권을 엄선했다.
박식가(폴리매스)로 유명하십니다.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주로 집필, 강의, 컨설팅 활동을 하고 때때로 영화 감상과 길 탐사를 하고, 독서 모임도 하고 지내는 김민주입니다. 물론 페북에 글을 올리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집필은 크게 보아 제 책을 쓰는 일과 번역하는 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즘은 경제경영과 역사문화 책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번역은 경제경영서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쪽으로 오랫동안 이력이 쌓이고 제 전공이 경제학이라 경제경영서 번역 의뢰가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번역 출간한 책으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정윤희TV]에서 학파 중심으로 경제사상의 역사를 다루는 방송을 라이브로 하고 있지요. 자본주의의 다양한 작동 원리와 최근 경제 정책 진단 그리고 미래 예측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번역서 말고 최근에 직접 쓰신 책이 『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 입니다.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지난 2004년에 출간된 『한 권으로 만나는 비즈니스 명저 40』의 책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당시에도 ‘추천 도서’, ‘읽어야 할 책’ 같은 큐레이션 정보에 대한 비즈니스 맨들의 요청 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항상 궁금해하니까요. 한동안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휴가철 읽어야 할 책’, 언론사나 서점에서 ‘올해의 책’ 등을 선정하고 발표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활동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책을 소개해주는 TV 방송도 사라졌고요. 사람들의 추천 도서에 대한 욕구는 여전한데 말이죠. 그래서 비즈니스 전문가 7명이 의기투합해서 비즈니스 책 100권을 뽑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총 7분이 모여서 100권을 상의해서 뽑는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 과정이 어땠나요?
먼저 주제를 나눠보았습니다. 경영 일반/경제 일반/마케팅/리더십/혁신/미래 트렌드/자기계발/정치경제.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주제를 나누고 각자 2~3개씩 맡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저자들은 모두 다양한 비즈니스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 분야 혹은 관심 분야에 맞춰 주제를 몇 개에 걸쳐 2000년 이후에 발간된 책 중에 20권~30권가량을 일단 뽑았습니다. 도서를 뽑을 땐 자신이 쓴 책은 제외하고 반드시 직접 읽은 도서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많은 기관에서 추천했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면 직접 읽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도서들 중 번역이 난해한 책, 구할 수 없는 책 등을 제외하고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서 100권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에는 국내 작가의 책을 20% 가량 넣었습니다. 국내 작가의 역량도 많이 높아졌고, 우리의 경제, 산업의 현실은 우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책입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 받았고 주목받은 책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읽은 책이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지만, 모두 출간된지 한참 지난 책인데 지금 다시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 책들은 불과 20년 전부터 최근 1년 전에 출간된 책입니다. 결코 옛날 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대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은 그저 순간의 지식이나 트렌드를 반영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의 오랜 연구와 경험 끝에 나온 인사이트의 집합체이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보았는데, 새롭게 발견한 내용들이 참 많았습니다. 책이 나오던 시점에는 집중 관심을 받지 못해 주변 아이디어에 머물렀더라도 지금은 메인 이슈가 된 그런 내용도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면, 지금은 아주 익숙하고 일반화된 얘기지만 구독 경제를 소개한 내용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구독 경제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 구독 경제 책들이 성공 사례와 구현법 중심으로 책들이 나오고 있다면, 이전 책을 읽게 되면 빌려 쓰거나 정기적으로 공급받아 쓰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와 니즈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즉, 트렌드와 현상 대신 원리와 맥락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너무 먼 미래처럼 다가와 당시에는 주목해서 읽지 않은 것이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된 것들이 많습니다. 진정성 마케팅이나 행동 경제학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주목하지 않고 대충 읽은 부분에서 지금은 촌철살인의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명저가 갖고 있는 힘입니다.
그래도 원전을 읽는 것과 서평을 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평을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한 독서법인가요?
물론, 원전을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서평은 어떤 원전을 읽을 것인지 일종의 추천 리스트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문학책이라면 이 책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었나 하는 관점에서 서평을 보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실용서에서는 반대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하는 선택의 기준으로 서평을 보는 게 맞습니다. 이때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진 사람인가가 중요하겠죠. 그래서 서평집을 볼 때는 서평가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서평을 읽는 것은 선배 독서가로부터 독서 지도를 얻는 것입니다. 지도는 실수 없이 길을 나서고자 할 때, 최단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자 할 때 꼭 필요합니다. 서평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독서를 할 때 요긴한 독서 코칭을 받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니 특이하게도 100권의 서평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서평자의 경제경영서 읽는 습관이 책 앞부분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7명의 저자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제경영서 읽는 습관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다들 엄청난 다독가인 만큼 책을 선택할 때의 주의점, 책을 메모하며 보는 법,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법, 이 세 가지를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각자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책을 보시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습관으로 자신에게 체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빌 게이츠가 예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자신은 다른 사람의 좋은 습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고.
그래도 한두 가지 기억에 남는 것만 알려 주신 다면은요?
음, 저 말고 한근태 교수의 독서 습관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책을 구매하면 반드시 1주일 안에 읽는다는 원칙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독서가라면 다들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읽는 속도에 비해 사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인데, 1주일이라는 시한을 두고 가장 싱싱할 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시한을 넘겨 버리면 그 책은 계속 미루게 되고 결국 책을 읽지 못하는 죄책감 같은 것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한 가지로 책을 읽을 때 아웃풋을 명확히 하고 읽는 법을 말하는데, 맹목적인 독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을지 분명히 하고 독서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집중적이고 압축적인 독서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내가 얻어야 할 부분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이면 과감히 스킵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무엇을 집중해서 읽고, 무엇을 건너뛰며 읽을지 정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독서 스킬입니다.
수많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저는 책 한 권마다 한 장의 PPT 슬라이드를 만듭니다. 컨설팅 일을 하면서 얻은 습관인데요, 책에는 다양하게 인용하거나 쓸만한 사례/문장들이 많습니다. 이를 모두 기억하기는 어려운 만큼, 저는 PPT 한 장에 그걸 넣고 해당 책의 페이지를 적어둡니다. 그렇게 해서 PPT 슬라이드가 쌓이게 되면 꽤 훌륭한 비즈니스 사례집이 됩니다. 이걸 강의나 컨설팅, 글쓰기 등에 활용합니다. 이번 책을 쓰는 데에도 무척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저 100권 중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권만 다시 뽑아주신 다면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출판사에서도 10권 추천을 요구한 적이 있어서 제가 그런 건 없다고 했는데. 각자 처한 상황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다르다고 봅니다. 100권을 뽑았지만 당연히 순서대로 읽을 이유도 없고, 주제별로 읽을 이유도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100권 중에서 먼저 읽고 싶은 책 10권을 스스로 뽑아보세요. 그런 다음 왜 그 책 10권을 뽑았는지 동료들에게 알리고 SNS에 올려보세요. 분명히 다른 독서가들이 더 좋은 독서 조언을 해줄 것입니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을 SNS에 올리면 더욱더 좋겠지요. 남의 시선을 약간 의식하며 자기 구속력도 자연스럽게 생기니까요. 감사합니다.
*김민주 서울대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한국은행, SK그룹을 거쳐 경영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로 있다. 금융, 기업,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 문화,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폴리매스(Polymath, 박식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문학 독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걷기 여행을 즐긴다. 저서로는 『경제법칙 101』 『하인리히 법칙』 『자본주의 이야기』 『시티노믹스』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다크 투어』 『북유럽 이야기』 『나는 도서관에서 교양을 읽는다』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노벨경제학 강의』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깨진 유리창 법칙』 『지식경제학 미스터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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