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 “아이들이 닮고 싶은 어른을 그리고 싶었다”
순례 씨가 감탄을 많이 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작은 것에 감탄하는 능력을 잃지 않고 싶어요. 요즘은 공원에 핀 산수유와 매화꽃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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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여 년 동안 아동청소년 문학의 여러 장르를 꾸준히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으로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유은실 작가의 청소년 소설 『순례 주택』이 출간됐다. 자신의 인생의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가 되고 싶은 두 인물, 생활 지능이 뛰어난 16세 수림이와 인생의 달인 75세 순례 씨가 뭉쳐 기막힌 콤비를 이룬다. 수림이네 가족이 쫄딱 망한 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옛 여자 친구인 순례 씨 소유의 빌라 ‘순례 주택’으로 이사를 들어가며 벌어지는 한바탕 대소동이 담겼다. 경계 지어진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것, 살아 낸다는 것의 의미를 유쾌 발랄하고도 아름답게 그려 냈다. 인생을 좀 더 잘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건네 온 유은실 작가를 만나 보았다.  



청소년 신작 소설 『순례 주택』이 얼마 전에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순례 주택』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지, 쓰시고자 마음먹으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순례’라는 인물 이름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어요. 작가의 말에 쓴 대로,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나 브랜드로 사람을 구분 지으려는 어른들 모습이 화가 나고 부끄러웠죠. 그런 부끄러운 모습의 어른 말고, 아이들이 닮고 싶은 어른을 그리고 싶었어요. 성찰하는 어른. 고민하며 지내다가 마음속에 ‘수림’이라는 인물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쓰게 되었습니다.

『순례 주택』의 주인공 순례 씨의 이름 ‘김순례(巡禮)’를 그동안 아껴 온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언급하셨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어도 어떻게든 한세상 살 것 같은 성숙하고도 늠름한 십 대 주인공 ‘오수림’의 이름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원고를 준비하고,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다세대 주택과 상가 건물이 섞인 마을을 찾아다니며 걸었어요. 어떤 가게 앞에 업소용 맛술 ‘미림’ 통이 주차를 막기 위해 놓여 있더라고요. 거기서 ‘미림’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미림이와 자매 이름으로 괜찮은 이름을 생각했는데 물 수에 수풀 림, 물과 숲을 내면에 다 품은 16살 청소년 ‘수림’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수림이는 ‘물과 숲’이라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아동·청소년문학에서 할머니가 등장해 왔지만, 자신의 인생의 순례자가 되고 싶은 75세 순례 씨는 전에 없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순례 씨는 어떻게 탄생한 인물인가요? 

성찰하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배운 인물을요. 제가 만난 멋진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씩 섞여 있어요. “내가 벌어서 내가 쓴 것만 내 돈이다.”는 저를 만나면 꼭 밥값을 내시는, 저의 은사님이 하신 말이에요. 



마지막 문장 ‘우리 집의 낯선 불화가 나는 눈물 나게 반가웠다.’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문학이란 결국 낯설게 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낯섦은 어떤 의미인지요? 

저도 문학의 본질 중 하나가 ‘낯설게 하기’라고 생각하지요. 문학이 가져야 하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편견과 싸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편견과 싸우다 보면, 그것이 아무리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서술되었다고 하더라도 낯설게 하지요. 낯섦은 새로움이기도 하고, 고유함이기도 하지요. 

작품 곳곳에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언급됩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쉽게 실천할 수 있을 혹은 작가님께서 실천 중이신 방법이 있으시다면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찬 통 가져가서 포장 음식을 담아 오는 건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요. 샴푸 바, 설거지 바,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등 생필품을 새로 구입할 때마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걸로 하나하나 바꿔 가고 있어요. 저는 작가라 종이를 많이 쓰고 사니까 더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태어난 게 기쁜 사람”,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야.”라는 수림의 대사가 나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행복은 무엇인지요? 작가님께 행복을 안겨 주는 것들도 궁금합니다. 

순례 씨가 감탄을 많이 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작은 것에 감탄하는 능력을 잃지 않고 싶어요. 요즘은 공원에 핀 산수유와 매화꽃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일일이 답장은 못 하고 있지만, 독자분들이 출판사나 강연 장소에서 전해 주시는 편지나 쪽지, 참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순례 주택』을 접할 청소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으신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인데요. 

“수림이처럼 늠름한 모습을 보여 준 나의 어린 순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무너지지 않고 살아 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화 『일수의 탄생』, 『내 머리에 햇살 냄새』, 『드림 하우스』, 『우리 동네 미자 씨』,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만국기 소년』, 『멀쩡한 이유정』, 『나도 편식할 거야』, 『마지막 이벤트』, 청소년 소설 『변두리』, 『2미터 그리고 48시간』, 그림책 『나의 독산동』 등을 썼다. 『만국기 소년』으로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변두리』로 제6회 권정생문학상을 받았다. 권정생 선생님 유산을 받은 일이 무척 영광스럽고 그만큼 무겁다. 「송아지똥」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창비어린이』 2017년 여름호에 발표한 추모 작품이다. 『멀쩡한 이유정』이 2010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순례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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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