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팩트체크 주간 공동기획]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실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미디어 수업 이야기』가 더 많은 교사들, 그리고 성인들에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선물할 것이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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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http://www.factcheckweek.com )과 공동기획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5권의 책을 선정하여 작가 인터뷰 및 추천 도서에 대한 리뷰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진행하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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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디지털 네이티브 

이동 중에 팟캐스트를 청취하고, 궁금한 것은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지인들의 소식을 SNS에서 만나고, 여유가 생길 때면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본다. 놓친 뉴스는 언제든 검색해 다시 보고, 해외 드라마를 OTT서비스로 챙겨 보기도 한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이는 청소년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10대는 96.2%로, 사실상 대부분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각종 미디어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개인과 개인 간 소통에도 미디어를 활용했고, 미디어를 통해 그 자신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역할까지 하는 세대인 것이다.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미디어 환경 안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다. 일명 ‘폰꾸(폰꾸미기)’를 위해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를 찾고, ‘트위치’에서 스트리머와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적극적인 소비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게임 속 자신을 현실 세계의 자신과 전혀 다른 정체성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일상이나 자신만의 관심사를 그대로 콘텐츠로 만들어 유튜브에 노출하기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높아진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쓴 『미디어 수업 이야기』에 따르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와 미디어 텍스트를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비판하며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능력 및 태도를 갖추기 위한 교육”(4쪽)이다. 청소년들이 눈을 뜨고 잠이 들 때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미디어를 접하는 만큼 미디어 텍스트의 맥락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책의 필진 중 한 명인 장은주 교사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인터넷을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자신이 수집한 정보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신뢰할 만한지 등을 따져보며 비판적인 안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172쪽)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현명’하고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활용하고 있는 각종 미디어들이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임을 인식하는 과정”(15쪽)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중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업에서 원활하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교사들의 발목을 잡는다. 기존의 교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교사가 학생에게 그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이었다면, 미디어에 관한 한 ‘전도 현상’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는 빠르게 과거의 것이 되고,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이 월등히 높다. 미디어의 빠른 발달과 변화 속도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에게는 흥미와 기회 요소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부담 요소다. 그럼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필수 수업이다. 송여주 교사는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게 복잡 다양한 미디어를 탐구하는 과정이 없다면 “그것은 교육의 방치에 다름 아닐 것이다”(12쪽)라고 말한다. 과거의 미디어 윤리가 신문사나 방송사, 광고사 등이 지켜야 하는 윤리였던 데 비해 현재의 미디어 윤리는 그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개인이 지켜야 할 윤리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선언이다. 

『미디어 수업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초, 중, 고등학교의 교사 일곱 명이 다양한 미디어 수업을 진행해온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미디어 수업이 가능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은영 교사의 말처럼 “학생들이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조력”(52쪽)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점일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교육의 효과가 매우 낮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여러 교사가 수업 과정 안에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을 때 수업 효과가 더욱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미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데서 교육은 시작되었다. 예를 들면 오은영 교사는 뉴스는 자신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여기는 학생들을 위해 최대한 그들의 생활과 문화와 관련된 뉴스(‘리그 11호골! 완벽한 마침표를 찍어낸 손흥민’, ‘친구들보다 3년 늦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졸업식’, 방탄소년단 '2019 그래미 어워드 참석, 꿈 이뤘다’ 등)를 다루어 관심을 유도하고, 가짜 뉴스를 이해시키기 위해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교묘히 섞어 가짜를 찾아내는 ‘진진가 놀이(진짜 2개, 가짜 1개를 섞어서 말하고, 가짜를 맞추는 놀이)’를 시행하면서 참여를 이끌어 냈다. 덕분에 학생들은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나아가 “뉴스의 속성을 파악하고 뉴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66쪽)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수업으로 가져온 이귀영 교사의 사례인데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게임 습관과 취향을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게이머 프로필’을 작성하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학생 자신의 이름이 아닌 스스로 정한 ‘닉네임’을 정하도록 했다. 그러자 곧장 교실은 활기가 돌았다. 교사는 “마치 게임 세계와 교실이 연결되는 듯했다”(97쪽)고 적는다. 이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게임 잡지를 제작하게 하는 방식으로 게임에 대한 성찰을 유도했다. “포장된 말보다는 솔직하게 현재의 게임 문화를 말하고 대안을 제시하도록”(104쪽) 했고,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친숙한 게임을 주제로 한 글이어서인지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모습”(105쪽)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귀영 교사는 말한다. “게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길”(106쪽)이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이귀영 교사의 말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장은주 교사는 유튜브를 수업 시간에 다루기로 한다. 유튜브에 대해서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은주 교사 역시 유튜브에 널리 퍼져 있는 혐오 표현이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유튜브를 수업에 가져오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고 밝힌다. 그러나 “유튜브가 끼칠 부정적인 영향만을 걱정하여, 학생들이 못 보게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차라리 학생들과 함께 유튜브 방송에 대해 제대로 따져 보는 것이 낫겠다”(174쪽)는 판단을 내리고, 유튜브 수업을 시행한다. 마침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이 있었고, 유튜브에 대한 많은 학생들의 이해 덕분에 유튜브에 대한 입체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그리고 교사는 수업을 진행한 뒤 변화된 생각을 이렇게 적는다. 


“학생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듣지 않았다면, 인터넷 매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호주의적 관점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한 반, 한 모둠 안에서도 유튜브의 소비 양상이 다양하고, 유튜브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했다. 꺼내 놓고 함께 이야기해 보니 또 다양한 관점에서 유튜브 방송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187쪽)


중요한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일방적인 전달 방식의 수업이 아니라 체험과 성찰 위주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디어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고, 학생들은 수시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평생토록 노출될 것이다. 이때 가르칠 것은 미디어 환경에 대한 통찰과 사용자로서의 비판적인 접근이며 자기만의 시선이다. 교사가 끊임없이 학생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수업에 반영하고, 그 자신도 변화해야만 가능할 시선이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의 확대로 시민들은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찾았다.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하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청소년들이 혐오와 공격이 아닌 비판적 이해와 건설적 논의를 뉴미디어 환경 안에서 펼칠 수 있으려면 학교와 사회가 이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실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미디어 수업 이야기』가 더 많은 교사들, 그리고 성인들에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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